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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소림사, 중국 부동산 시장까지 진출…상업화 논란

중국 전통 무술로 유명한 소림사(少林寺)가 대규모의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중국기금보와 지난일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허난성의 성도인 정저우시는 지난 6일 '허난 티에쑹 디지털과학기술 유한공사'에 3만 8,200㎡의 토지를 판매했습니다. 축구장 면적의 5배가 넘는 토지로, 상업 용지로 지정돼 있습니다. 거래 금액은 4억 5,200만 위안, 우리 돈으로 864억 원이 넘습니다.

소림사 방장 순환 출자 회사, 846억 원 규모 부동산 매입

부동산을 매입한 '티에쑹 디지털과학기술 유한공사'의 지분은 '허난 티에터우 종합개발 유한공사'와 '허난 위안한 실업 유한공사'가 나눠 갖고 있는데, 이 '위안한 실업'의 대주주가 다름 아닌 소림사의 방장 스융신(釋永信)입니다. 스융신은 '허난 소림 무형자산관리 유한공사'의 지분 80%를 가지고 있으며, 이 회사는 다시 '위안한 실업'의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기업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순환 출자 구조를 통해 정저우시의 땅을 매입한 것입니다. 소림사는 허난성 정저우시의 남서쪽에 있는 쑹산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중국 지난일보는 정저우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큰손이 나타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소림사 방장 스융신은 '소림 무형자산관리 유한공사' 등 순환 출자를 통해 정저우시의 부동산을 대거 매입했다. (출처=중국기금보)

소림사 방장, 18개 회사 통제권 보유…소림사 666개 상표 등록

1965년 안후이성에서 태어난 스융신은 16세 때인 1981년 부모의 뜻에 따라 소림사로 출가했습니다. 34세이던 1999년 이후 24년째 소림사 방장을 맡고 있습니다. 우리의 국회의원 격인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대의원을 네 차례나 역임했고, 현재 중국불교협회 이사회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스융신은 1998년 '허난 소림사 실업발전 유한공사'를 설립한 이후 계속 사업을 확장해 왔습니다. 이 가운데 '소림 무형자산관리 유한공사'는 소림사 상업화 운영의 중심 회사로, 16개 회사에 투자했습니다. 이들 회사는 마시는 차에서부터 문화, 관광 등 여러 분야를 망라하고 있습니다. 중국 매체들은 스융신이 현재 18개 회사에 대한 실제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2006년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소림사 방문 당시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선 소림사 방장 스융신 (출처=바이두)

소림사에 대해 상업화 논란이 불거진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20년 9월에는 소림사가 666개의 상표를 등록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소림사 측이 한 의류 회사에 '소림 쿵푸'라는 상품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문제 제기하면서 상표 등록 사실이 알려진 겁니다. 의류는 물론, 가방, 가구, 귀금속, 스포츠 장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상표 등록이 돼 있었습니다. 당시 소림사 측은 "소림사라는 이름의 남용을 막고 브랜드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림사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타오바오'를 통해서도 많은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온라인 게임 권한도 가지고 있습니다.
소림사가 상표 등록한 상품들 (출처=중국기금보)

중국 네티즌들, "소림사, 순수성 잃어" 부정적 반응

현재 소림사 건물은 송나라 때인 1125년에 세워졌지만, 중국 역사서에는 496년 창건됐다고 돼 있습니다. 이렇듯 소림사는 1,5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사찰입니다. 1982년 영화 '소림사'가 인기를 끌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이후 무협 영화나 소설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소림사 승려들이 무술을 연마하는 모습 (출처=바이두)

이런 소림사의 부동산 매입 소식에 중국 네티즌들은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7일 오전 관련 소식은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에서 검색 순위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중국 SNS 웨이보에도 '#소림사 부동산 시장 진출#'이란 해시태그가 생겼습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썩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관련 기사와 해시태그에는 "부처님은 이런 상업 활동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소림이 더 이상 순수하지 않은 것 같다", "회사 등록 자본금은 어디서 났는가" 등 부정적인 댓글이 대부분입니다. "최근 침체된 중국의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결단이냐"라는 비아냥까지 있습니다. 물론, 시대가 변했습니다. 소림사도 당연히 지속적인 발전과 세력 확장을 모색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방법에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불교의 한 사찰인 소림사가, 끊임없는 고행과 수련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소림이 너무 빨리 변하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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