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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오존, 남극물 데운다

13.3℃, 8.8℃. 이런 온도는 한반도에 따스한 햇볕이 드나드는 봄철에나 들을 수 있는 온도들이다. 하지만, 지금 소개하는 이 두 온도는 한반도가 아닌 저 멀리 남극에서 관측된 온도이다. 각각 남극 세종기지에서 2월, 장보고기지에서 3월에 관측된 값인데 모두 역대 최고값이었다. 특히, 영하의 추위를 보이는 남극의 3월이 영상의 기온을 기록한 것도 모자라 8.8℃까지 치솟은 건 가히 충격적인 일이었다. 장보고기지의 3월 평균 기온은 영하 14.2℃, 역대 가장 높은 기온은 영하 0.2℃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더욱 놀라운 수치다. 극값을 무려 9℃나 경신한 것.

3월 장보고기지에서 촬영한 남극 모습

고온 현상 자체도 우려스러운데, 관측을 한 장보고기지의 위치도 문제다. 장보고기지가 동남극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남극은 인도양에 접해 있는 동쪽과 태평양에 접해 있는 서쪽이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서남극의 얼음은 온난화의 영향으로 빠르게 녹고 있는 반면, 동남극은 그렇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이 차이를 바람과 해수의 흐름, 얇은 서남극 대륙 두께로 인한 높은 지열 등으로 설명한다. 실제 동남극 대륙은 40km 정도로 두꺼운 반면, 서남극은 17~25km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해수면 상승을 4%나 유발한 서남극 인근의 스웨이츠 빙하는 1980년대 이후 무려 5,950억 톤의 얼음이 사라졌다. 반면 그동안 동남극에서는 이 정도 규모의 변화는 관측되지 않았었는데, 동남극도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영상의 기온이 관측된 지난달 동남극에선 서울 면적의 2배 크기인 콩거 빙붕*이 무너져 내렸다. 영원히 얼어 있을 것으로만 생각됐던 남극의 동쪽마저도 녹고 있는 것이다.

남극해 온난화

*빙붕 : 남극대륙과 이어져 바다에 떠 있는 평평한 얼음 덩어리
 

남극물 데우는 오존


온난화로 인한 이상 징후들이 점점 드러나는 가운데, 최근 해외 연구팀이 남극해의 온난화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은 그동안의 남극해 온난화에 성층권과 대류권의 오존 변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는 20세기 후반인 1901년~2000년까지의 기간을 분석했는데, 인류에 의해 성층권의 오존은 감소하고 대류권의 오존은 증가한 기간이다. 성층권 오존 감소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프레온 가스 사용으로 유발됐고, 대류권의 오존 증가는 메탄과 VOC, 일산화탄소(CO)와 일산화질소(NO) 등 원인 물질이 증가한 영향이다. 대기권의 이러한 오존 변화는 남극해 내부의 열 함량을 30%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성층권의 오존 변화보다는 대류권의 오존 변화가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남위 45도 이상에서 대류권·성층권 모두 바람 세기가 증가
 

바람 세기 증가에 따라 남극해 수심 1000m까지의 수온 상승, 붉은색이 강할수록 바람세기·수온 높음

남극의 해류는 에크만 수송에 의해 극에서 적도로 이동한다. 항상 균형을 맞추려는 자연의 섭리로 적도로 이동한 물은 남극의 깊은 바닷속에서 용승*을 통해 보상받는다. 이때 우리의 상식과는 다른 일이 벌어진다. 바닷속에서 차가운 물이 아닌 따뜻한 물이 올라오는 것이다. 남극의 해수가 표층이 차갑고, 표층 아래의 물이 더 따뜻하기 때문이다. 원래는 차가운 물이 더 무거워 반대여야 하지만 남극에선 염도 차이**로 인해 이러한 구조를 이룬다. 따라서 용승 효과가 나타나면 남극의 해양은 따뜻해지는 것이다.
 
이런 효과를 가속시킨 것이 앞서 언급한 대류권 오존 증가이다. 오존은 온난화에 3번째로 많이 기여하고 있는 온실기체이다. 남극 대류권에 오존이 증가하면 온실효과로 온도가 상승하는데, 이때 다른 지역과의 온도 격차가 벌어지면서 온도풍인 남극 제트 기류를 강화시킨다. 강화된 제트기류는 그 힘이 점점 극쪽으로 치우치게 되는데, 바람의 영향을 받는 해류 역시 극으로 향해 용승 효과를 더 효과적으로 받게 되는 것이다. 즉 용승하는 따뜻한 물을 전보다 더 직접적으로 받으며 데워지는 것이다.
 
*용승 : 바람에 의해 해수면에서 이동하는 해수를 채우기 위해 하층에서 상층으로 해수가 이동하는 현상
**남극해의 온도 : 남극해는 북쪽에서 염분이 높은 바닷물이 침강해 들어오기 때문에 표층보다 따뜻한 물이더라도 염분 차에 의해 아래쪽에 위치한다.
 

 

대류권 오존 농도 낮춰야


성층권의 오존은 자외선 차단을 위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다. 하지만 대류권의 오존은 그렇지 못하다. 이번 연구에서 밝혔듯 대류권 오존은 온실기체로서 영향을 미치면서 오존이 배출되지도 않는 남극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다. 또 오존은 그 자체로 눈과 피부를 자극해 우리에게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환경기준치인 0.1ppm에 1시간만 노출돼도 산소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대류권의 오존 증가 역시 우리의 활동이 낳은 결과이다. 인류의 활동이 인체에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오존 농도를 증가시킨 것이다. 이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활동으로 농도가 증가한 거라면 다시 우리의 노력으로 줄일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 몬트리올에서 체결된 국제협약을 통해 성층권에 생긴 커다란 오존 구멍을 메꿨다. 성층권의 오존 이슈는 해결해나가고 있지만, 인류가 직접 맞닿아 있는 대류권에서의 문제는 점점 커져가고 있다. 앞으로도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질소산화물 등 대기 오염물질을 줄이지 못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또 남극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연에서 어떤 형태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모른다. 이렇듯 대류권에서의 오존을 줄여야 할 명분은 명확하다. 우리의 노력으로 줄어든 성층권의 오존 구멍처럼 이제는 대류권의 오존 농도를 줄이기 위해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문헌>
Wei Liu, M.I Hegglin, R Checa-Garcia et al., “Stratospheric ozone depletion and tropospheric ozone increases drive Southern Ocean interior warming”, nature climate change(2022), doi.org/10.1038/s41558-022-01320-w
 
Ricarda Dziadek, Fausto Ferraccioli, Karsten Gohl, “High geothermal heat flow beneath Thwaites Glacier in West Antarctica inferred from aeromagnetic data”,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2021) 162, doi.org/10.1038/s43247-021-00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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