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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 약물 '남용'…사망률 30배, 수명 30년 감소

국내 집단 수용시설 실태 연구 결과

<앵커>

이번 연구에서는 수용시설의 진료 기록을 바탕으로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숨졌는지 의학적인 분석도 사실상 처음으로 이뤄졌습니다. 시설에서 지내는 사람들의 사망률은 보통 사람들보다 몇십 배 높았고, 수명도 훨씬 짧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서 정반석 기자입니다.

<기자>

[똥 차서 죽는다 이런 표현들을….]

1990년 8월 사망한 57세 여성 수용자의 의무 기록.

복통을 호소해 병원에 데려갔더니 '변비' 외에 특이 소견이 없었는데, 수용시설 복귀 이틀 만에 숨졌습니다.

정신병원을 함께 운영했던 해당 시설에서 '클로르프로마진'이 많이 처방됐던 관행 등을 종합 검토한 연구진은 정신과 약물의 부작용을 의심합니다.

[김관욱/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전문의) : 그 약에 의해서 변비가 생기고 변비로 인해서 장 괴사로 사망하는 경우들이 드물지 않게 보고가 되고 있는….]

20여 년 수용시설을 전전하다 지난 2007년 가족에게 인계된 한 여성.

복수가 찬 듯 배가 잔뜩 불러 있었고, 남은 치아는 서너 개뿐이었습니다.

[오충빈/강제입소 피해자 아들 : 담석 제거 수술을 하고 나서 배변 활동이 안 되는 부분 때문에 굉장히 고생을 하시다가 어머니가 말씀하시는 게 매일같이 자기 전에 약을 하나씩 줬다고 하는데 그걸 먹고 나면 다음날 사람이 옆에 죽어 있고….]

이 여성, 가족 품에 돌아온 지 3년 만에 사망했습니다.

결핵약 부작용으로 숨졌다는 53세 여성의 증상 기록지에는 이런 호소가 적혀 있습니다.

"정신과에 넣지 마세요."

수용시설에서 입소자들이 어떻게 다뤄졌는지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굉장히 충격적인 결과였습니다.]

기록 입수가 가능했던 인천, 경기, 강원 수용시설 다섯 군데의 사망률은 8.2~12%.

당시 성인 사망률의 20배에서 30배에 달합니다.

입소 전부터 영양 상태가 열악했던 점과 정신질환 비율이 높았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한 수치라는 것이 연구진의 지적입니다.

해외에서도 수용시설 사망자에 대한 분석은 거의 없었는데, 노숙 상태 조현병 환자의 사망률이 일반인의 4배 수준이라는 호주의 연구 결과와도 큰 차이가 납니다.

조기 사망 경향도 뚜렷이 확인됐습니다.

시설에 따라 남성 사망자는 최대 20년, 여성 사망자는 최대 30년 가까이 수명이 짧았습니다.

조현병 환자의 수명이 일반인보다 10년 정도 짧다는 미국의 추적조사 결과와도 비교됩니다.

[김관욱/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전문의) : 폭력 이외에 영양 상태라든지 진료라든지 처방의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졌는지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전혀 그 책임 여부를 묻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김준희, 디자인 : 서동민·엄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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