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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난동 CCTV 속 경찰…"공백" 밝힐 보디캠은 "지웠다" [풀영상]

<앵커>

오늘(5일) 8시 뉴스는 다섯 달 전에 있었던 한 사건부터 먼저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인천의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서 가족 3명이 크게 다쳤었던 바로 그 사건입니다. 당시 경찰이 제대로 대응했었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는데, 그날의 진실을 알려줄 CCTV가 오늘에서야 공개됐습니다. 거기에는 시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이 범행 현장에 피해자를 두고 떠나는 장면이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지금부터 보실 이 CCTV는 피해자 가족이 몇 달에 걸쳐서 어렵게 입수한 것입니다.

먼저 사건 당시 상황을, 하정연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11월 15일, 인천에서 발생한 층간소음 흉기 난동사건의 피해자 가족이 공개한 사건 당일 현장 CCTV 영상입니다.

오후 5시 1분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남녀 경찰관 2명이 빌라 앞에 도착하자 피해자인 40대 여성의 남편 A 씨가 현관문을 열어줍니다.

잠시 후 남성 경찰관이 A 씨를 빌라 밖으로 데리고 나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비명을 들었는지 건물로 뛰어들어갑니다.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CCTV

건물 위층에서 급하게 내려오다 이들을 만난 여성 경찰관은 방금 목격한 상황을 설명하듯 목을 찌르는 시늉을 합니다.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CCTV

곧장 3층으로 뛰어가는 남편과 달리 남성 경찰관은 여성 경찰관을 데리고 빌라 밖으로 빠져나가버립니다.

[김민호/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 태연하게 내려갑니다. 사건의 긴박성이라든지 피해 구조의 다급함 이런 건 전혀 보이지 않고요.]

이후에도 두 경찰관은 자동현관문이 열려 있는데도 우왕좌왕하며 문 앞을 서성입니다.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CCTV

뒤늦게 테이저건과 삼단봉을 꺼내 들고 빌라 안으로 다시 들어간 것은 3분이 지난 후입니다.

당시 지원 요청을 위해 내려갔고, 자동현관문이 닫혀 올라가지 못했다는 경찰관들의 해명은 거짓이라고 피해자 측은 지적했습니다.

[김민호/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 현장에 재진입할 시간은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주저했고 범인을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진압할 의지가 없었다고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정신적 충격으로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던 여성 경찰관이 범행을 재연하는 모습은 CCTV에 두 차례나 담겼습니다.

피해자 측은 경찰의 부실 늑장 대응으로 골든타임을 놓쳤고, 남편이 범인을 제압할 때까지 출동 경찰관들이 한 일은 없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영상편집 : 윤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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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신 것처럼 경찰이 밖에 나가 있는 사이에 피해자들은 흉기를 휘두르던 범인을 직접 제압했고, 그 뒤에서야 경찰이 왔다고 말합니다. 범행이 일어났던 3층에는 CCTV가 없어서 당시 무슨 일이 있었던지 밝히려면 경찰의 몸에 차고 있었던 영상 촬영 장비, 즉 보디캠을 반드시 확인해봐야 합니다. 그런데 저희 취재 결과, 해당 경찰관은 자체 감찰 조사에서 그 영상을 제출하라는 요구조차 받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지욱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11월 15일, 빌라 밖으로 나왔던 출동 경찰관들이 건물로 다시 들어간 시간은 오후 5시 7분.

범인을 데리고 나온 시각은 3분 40여 초 뒤입니다.

피해자 측은 경찰이 3층에 올라와 피해자 남편이 제압해놓은 범인을 데리고 나가는 데는 1분 30초 정도만 걸렸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중간에 2층쯤에서 2분여 경찰관들이 시간을 끌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김민호/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 (경찰 진술이) 현장 출동 경찰들이 건물로 올라오자마자 미란다 원칙 고지하고 제압하고 바로 나갔다는 거거든요. 그 비어 있는 공백 시간에 대한 해명이 필요한데….]

이 의혹을 규명할 유일한 증거는 경찰관이 착용하고 있던 보디캠입니다.

SBS 취재 결과, 해당 경찰관은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 "경찰의 감찰 조사 때는 용량이 꽉 차서 사건 당일은 촬영이 안 되었을 것이라고 했더니, 보디캠을 제출해달라는 요구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감찰 이후에 보디캠을 보니 사고 당일 영상은 없어서 저장된 영상을 삭제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의 보디캠은 지난해 11월 26일 검찰이 자택 압수수색을 벌여 확보했습니다.

경찰의 초동 감사가 부실했던 것입니다.

경찰은 보디캠 영상 삭제가 부실 대응을 은폐하기 위한 것인지 취재가 들어가자, 해당 보디캠을 디지털 포렌식해 분석한 결과 11월 15일 영상은 녹화 자체가 되지 않았었다고 뒤늦게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이창수, 영상편집 : 이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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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하정연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왜 CCTV 공개되지 않았었나?

[하정연 기자 : 앞서 보셨던 CCTV 영상만 해도 사건이 발생한 지 5개월 만에 공개가 됐습니다. 피해자 가족 측이 계속 공개 요청을 했는데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이라면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지난한 과정 끝에 최근 법원이 허가를 하면서 피해자 측이 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방금 전해드린 보디캠 논란을 통해 경찰 자체 감사의 문제점도 드러났습니다. 용량이 꽉 차서 촬영되지 않았던 것 같다는 감찰 대상자의 말만 믿고 증거 확보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과연 경찰이 감찰 의지가 있었느냐 하는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Q. 해당 경찰은 현재?

[하정연 기자 : 피해자 가족과 시민단체가 해당 경찰관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을 하면서 수사가 진행 중인 상태입니다. 자체 감찰에도 의혹이 제기된 만큼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지 주목됩니다. 감찰을 걸쳐서 지난해 11월에 해임됐던 해당 경찰관 2명은 징계 결과에 불복해서 소청 심사를 제기했는데, 최근 기각됐습니다.]

Q. 피해자 상태는?

[하정연 기자 : 사건 직후에 흉기에 찔렸던 피해자는 중태에 빠져서 뇌경색 수술을 받았었는데요. 현재 의식은 찾았지만 뇌 손상 때문에 인지 능력에 큰 문제가 생겼고 거동도 힘든 상태라고 합니다. 출동한 경찰관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대응만 했다면 지금처럼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의 상태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피해자 가족 측의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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