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근길서 쏘아 올린 박범계의 '고민'…'검찰총장 수사지휘권 복원'
박 장관이 '따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의 실체는 오후 한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박 장관이 과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총장이었던 시절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정지시켜놓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원상회복시키려 한다는 것이었다. 재작년 추미애 전 장관은 두 차례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윤 당시 총장을 일부 사건 지휘 선상에서 배제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 씨가 연루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 등 6건이 대상이다. 이들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박탈 상태는 김오수 현 총장에까지 이어진 상태다. 이에 따라 김 총장은 해당 사건들에 대해선 수사팀으로부터 아무런 보고도 받지 못하고 있다.

"한동훈 검사장 무혐의 처리 의식?"…박범계 '발끈'
늦은 오후 법무부는 "오해의 우려가 있어 총장의 수사지휘권 복원 논의를 중단했다"고 공식 밝혔다. 그리고 퇴근길에서 기자들을 다시 마주한 박 장관은 발끈했다. 박 장관은 "(한동훈 검사장) 한 사람만을 위해서 그것을 겨냥해서 마치 고려한 것처럼 그렇게 (기사를) 쓰는 것에 대해서 정말 놀라 자빠질 뻔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선거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대선 전에는 검토할 수 없었다"며 "대선이 끝났고 지금은 이야기할 시점이 됐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선, 박 장관은 "이견이 없었다"면서 다만 "법조인으로서 충분히 합리적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왜 하필 지금?…"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에 힘 실어주는 꼴"
문제는 '시점'이다. 박 장관은 지난해 2월 추 전 장관에 이어 법무장관직에 취임했다. 벌써 14달이 지났다.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배제의 또다른 당사자인 윤석열 당시 총장이 사퇴하고 김오수 검찰총장이 새로 취임한 건 지난해 6월이다. 이마저도 11달이 지났다. 한 차장급 검사는 "'이제 와서 왜?'라는 의문이 든다"고 일갈했다. 이 차장급 검사는 "김오수 총장의 가족이나 측근 사건이 아닌데도 총장 수사지휘권을 계속해서 배제해 오다가 이제 와서 왜 갑자기 살리려는지 모르겠다"며 "채널A 사건을 염두에 뒀다면 더 문제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해도 명분이 서지 않는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검사장급 검사도 "수사지휘권 복원은 박 장관이 진작 했어야 할 일이었다"며 "임기 말이니만큼 이제는 새 정부 장관에게 맡길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차장급 검사는 "박 장관 스스로 윤 당선인의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에 명분만 제공하고 있다"며 "수사지휘권 폐지의 단점도 있고 반대 의견도 있는데 장관 때문에 폐지 소리가 더 나오게 생겼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단체 법세련은 어제(3일) "한동훈 검사장의 무혐의 보고를 받은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사건 결재를 미루고 처분하지 않기 위해 박 장관과 모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수사가 필요하다"며 박 장관과 이 지검장을 대검에 고발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