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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차기 국방장관의 조건…'국방부 분할', '북 도발', '국방 상왕' 이겨내야

국방부가 어수선합니다. “안보는 공기와도 같다”는 대변인의 단말마(斷末魔)적 외침을 끝으로 대통령 집무실의 국방부 이전을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입니다. 국방부를 4분할, 5분할하는 가운데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시험 발사와 핵 실험을 잇따라 감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대적 이사와 북한 도발로 어수선한 와중에 새 정부가 출범하면 “문재인 정부의 안보가 역겹다”고 말하는 국방 상왕(上王)이 등장할까 걱정입니다.
 
국방부의 위기입니다. 차기 국방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이런 3가지 난제를 조기에 극복해 국방부와 군의 대비태세와 사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됩니다. 역대 어느 장관보다 현명하고, 강단 있고, 민첩해야 합니다.
 

쪼개지는 국방부와 흔들리는 군심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로 오면 현재의 국방부는 조각조각 나뉩니다. 장차관실을 포함한 군사 관련 핵심 부서는 합참 청사로 이전하고 나머지 부서는 별관(구 청사), 시설본부, 구 방사청, 군사법원, 국방컨벤션 등으로 옮깁니다.
 
국방부 이전의 여파는 도미노처럼 각급 부대의 연쇄 이동으로 확산됩니다.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통신단, 조사본부, 국방전산원 등 국방부 영내의 10여개 부대도 이삿짐을 쌉니다. 운 좋으면 다른 부대 밀어내고 새 거처 찾겠지만, 셋방살이도 감수해야 합니다.
 
서울 용산구의 국방부 청사(오른쪽)와 합참 청사(왼쪽)

군인들은 이사에 이골이 난 사람들입니다. 고위 장교들 전역할 때 보면 복무 기간 중 수십 번 이사는 기본입니다. 하지만 수십 번 이사는 예고되고 준비된 인사 명령에 따른 것입니다. 이번처럼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아무 준비도 계획도 없이 강제된 대대적 이동은 없었습니다. 특히 국방부와 직할부대의 무계획적 연쇄 이동에 군령과 군정 지휘체계의 단절은 없을지 군인들 근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보수 정부를 맞는 군심(軍心)이 유례없이 싸늘합니다. 한 영관급 해군 장교는 “제 밥그릇 챙기기로 보일까 봐 아무 말 못한 국방부와 직할 부대 군인들의 답답함이 크다”, “새 장관은 전격적 연쇄 이동이 빚을 문제점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해법을 찾아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육군의 한 소장은 “지금까지 어떤 장관도 해본 적 없는 도전”이라며 “잘하면 본전이고, 좀 못하면 안보를 해쳤다고 온갖 욕을 먹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 와중에 북한은 미사일과 핵을 만지고


북한이라도 가만히 있어주면 좋으련만 4년 4개월 만에 북한의 ICBM과 핵이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과 지난 5일 정찰위성 시험을 가장해 신형 ICBM 화성-17형을 두 번 쐈고, 지난 16일 비록 공중폭발로 끝났지만 화성-17형 고각발사를 시도했습니다. 24일 화성-17형인 양 화성-15형을 발사했습니다.
 
2018년 5월 스스로 폭파시켰던 풍계리 핵 실험 갱도 중 3번 갱도의 복구도 시작했습니다. 무너진 입구 쪽을 복구하다 중단하고, 갱도로 들어가는 새 통로를 뚫는 정황이 한미 정보 당국에 포착됐습니다. 국방부는 앞으로 두 달 전후로 3번 갱도 복구가 끝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5월부터는 핵 실험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지휘소에서 ICBM 발사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북한이 다음 달 김일성 생일을 계기로 ICBM을 쏘거나 9·19 남북 군사합의를 깨는 도발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 5월 이후 핵 실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위성 탑재 장거리 로켓을 남쪽으로 날려 보내는 동창리 서해 발사장도 확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창리 도발도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국방부와 직할 부대의 연쇄 이동 간에 2차례 이상 북한의 특대형 도발이 예상됩니다. 통신과 보안 체계가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리고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가 무력해진 상황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할지가 관건입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임시방편으로 합참 시설에 의존해서 일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신속하게 청와대-국방부-합참-각군 사령부로 이어지는 지휘체계를 복구해야 안정적 상황 관리가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똑 부러진 계획이 없기 때문에 차기 장관에게 주어진 지휘체계 정상화의 과업은 막중합니다. 장관이 되고 싶다면 당장 지금부터 연구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이 역시 역대 어느 국방장관도 해본 적 없는 어려운 도전입니다.
 

국방 상왕 등장하면 어쩌나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주도한 인물로 차기 경호처장으로 유력하다.

차기 경호처장은 새 정부의 대통령실 요직 중 상수(常數)로 여겨집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주도하는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예비역 중장)의 경호처장 임명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합참의 동거, 그리고 이전을 밀어붙인 예비역 중장 출신의 경호처장…
 
김용현 전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의 안보가 역겹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로 대담하고 공격적입니다. 국방부와 합참이 지척에 있으니 김용현 전 본부장이 원래 전공인 군사(軍事)에도 사사건건 개입할 것이란 우려가 많습니다. 김용현 전 본부장은 기자에게 “국방부와 군에 개입할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했습니다. 한 예비역 준장은 “군 주요 지휘관들은 평소에도 국방부 눈치 보며 청와대를 주시하는데,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한 울타리 안에 있으면 대놓고 대통령실만 바라볼 것”이라며 “김용현 장군과 가까운 인사를 장관에 임명하면 군의 자율성, 지휘관의 재량권은 위태롭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차기 국방장관은 대통령실의 부당한 입김을 막아낼 정도의 강단과 지혜를 갖춘 인물이어야 합니다. MB 정부 청와대의 경호처장이 군을 장악했다는 이야기가 요즘 군에 다시 돌고 있는데, 이를 반면교사 삼아 민주적 문민통제의 틀을 지켜내는 용기가 차기 국방장관에게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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