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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관제사 국제 기준 '절반'…급증하는 여행객 안전은

<앵커>

제주공항에는 활주로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속에 제주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1분 20초에 한 대꼴로 비행기가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통제할 공항 관제사가, 있어야 할 정원의 절반밖에 없어서 사고 위험이 높다는 자료를 저희가 입수했습니다.

조기호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7년 9월 제주국제공항.

189명을 태운 여객기가 이륙 직전에 타이어가 터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사고 조사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해보니, 여객기가 이륙하려고 활주로를 달려 나가는데 앞을 가로질러 가는 군용기가 있었습니다.

조종사가 급제동을 걸어 겨우 멈춰 세워 사고를 막았던 것입니다.

[오은성/제주항공청 관제사 : 이때 당시 타이어가 파손이 됐고요. 구체적으로 이때 한 800m 정도 지점에서 멈추게 됐죠, 비행기가.]

당국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관제사 책임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후에도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사고가 이어졌습니다.

항공대 연구팀이 지난해 사고가 왜 잦은지 조사해보니 관제사가 국제 기준에 절반만 근무해 과부하가 걸렸다는 구조적 요인이 드러났습니다.

[오은성/제주항공청 관제사 : (제주도는) 관제사 한 명당 1만 대가 넘는 항공기를 지금 소화하고 있고요. 이건 좀 비상식적인 교통량이거든요.]

전국 공항의 관제사들은 인력 부족으로 일주일에 낮에는 14시간, 특히 긴장도가 심한 야간도 5시간 반을 추가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장욱/서울항공청 관제사 : 비행기가 많이 들어오고 막 정신이 몽롱해서 사실 되게 힘들고 집중을 조금이라도 놓치면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게 바로 이제 안전에 직결되는 거예요.]

또 항공기 간 거리가 좁혀지면 자동으로 경보가 울리게 돼 있는데, 이것을 좁혀지게 놔뒀다고 질책을 받기도 합니다.

[오은성/제주항공청 관제사 : 울리라고 만들어 놓은 경보거든요. 너 왜 그 경보 울리고 있느냐, 처벌받아라….]

이러다 보니 관제사 상당수는 기회만 되면 이직하고 싶어 합니다.

[김상배/제주항공청 관제사 : 비행기 늘어나면 선배들이 뭐도 힘들고, 뭐도 힘들고 말하니까 후배들이 '힘든데 뭐 하려고 계속 여기 있어, 처우 좋은 데 가지' 하고….]

더구나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항공편이 급증할 것으로 보여 안전 관리는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항공대 연구팀은 국토부가 관제 업무 전반을 관리하는 상황에서는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영혁/항공대 교수 : 감독기관(국토부)과 실행기관(관제 조직)이 분리되지 않았다, 관제 조직이 잘하는지 못하는지 객관적인 입장에서 관리감독을 해줘야 하는데 같은 조직이니까. 그 안에 잘못된 일이 있어도 그냥 덮어지는 것이고….]

국토부는 이런 상황을 알고 있고 증원도 추진하고 있지만, 국토부 전체 공무원 수가 정해져 있어서 관제사만 늘리기가 쉽지 않다고 해명했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뒤에 손을 보는 것이 안전한 것인지, 사고를 먼저 예방하는 것이 안전한 것인지, 이 용역 보고서가 말해주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최호준, 영상편집 : 박지인, CG : 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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