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아파트 주민이 만든 셔틀버스, 법정에 간 이유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 식사지구로 불리는 이곳에선 지난해 11월 말부터 셔틀버스가 운행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와, 지하철 3호선·경의중앙선 환승역인 대곡역을 연결하는 셔틀버스입니다. 스마트폰 어플을 열어 QR 코드 탑승권을 찍은 주민들이 셔틀버스에 오르면 대곡역까지는 10분에서 15분 정도 걸립니다. 출퇴근 시간에 10분 간격으로 이 셔틀버스 4대가 운행되고 있습니다.

이 셔틀버스는 왜 등장하게 됐을까요? 식사대곡셔틀 운영회장을 맡고 있는 주민 김형일 씨는 이곳 식사지구가 교통 소외 지역이었다고 강조합니다. "경전철 약속했던 것 취소돼서 안 됐고 신분당선 연장 얘기도 있었는데 (안 됐다)"는 겁니다. 인근에 역이 들어오지 않다 보니 길에서 버리게 되는 시간이 너무 많다고 하는데요. 아파트 단지에서 기존의 마을버스를 타고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백마역, 원당역)으로 가려면 20여 분 정도가 걸립니다(그곳에서 대곡역으로 가려면 지하철로 환승해 지하철을 한번 더 타야 하죠). 한번에 대곡역으로 가는 마을버스는 노선이 더 돌아가도록 설계돼 있어 40여 분 정도 걸립니다. "고양시에서는 트램이라는 걸 약속을 했어요. 10년 더 기다려서 해준다고 하니까 우리는 우리 돈으로 (셔틀버스로) 먼저 가겠다 이거죠." 김 씨는 주민들이 자구책을 찾은 것 뿐이라고 말합니다. 뜻을 모은 주민들, 인근 7개 아파트 단지에서 모두 1460세대가, 월 회비 1만 6천 원을 내고, 탈 때마다 1천 원의 요금을 낸다고 합니다.

이 셔틀버스를 지켜보던 인근 마을버스 회사 3곳이 지난달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셔틀버스 운영회를 상대로 셔틀버스 운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겁니다. 가장 먼저, 이 셔틀버스 운영이 불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81조)에 따르면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자가용)을 가지고 돈을 받으며 운송용으로 제공되어서는 안 되는데, 이 셔틀버스가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는 주장입니다. 이 지역에서 마을버스를 운영하고 있는 이양천 대덕운수 전무는 "법은 위반하지 말고 해야 될 것 아니냐"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시간을 들여 출퇴근을 하고 있는데 식사동만 특별하게 직통으로 가는 노선을 만들어달라고 하는 이 요구가 과연 맞는 것인지 되물었습니다. 그럴 거면 택시를 타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마을버스 운영에 있어서 손해를 보게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이런 셔틀버스 도입이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다 보면 노선을 설정해 버스를 운영하고 있는 체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을버스가 실어 나르는 손님이 없게 되면 결국은 적자가 될 거 아닙니까. 시 예산으로 여기다 지원을 해준다고 가정을 합시다. 세금 받아서 주는 돈이기 때문에 (버스를) 안 타는 사람이 낸 돈을 가져다가 탄 사람 혜택을 주는 거잖아요."

셔틀버스 운영회 측은 과거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며 이번 셔틀버스도 문제가 없다고 맞받았습니다. 한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입주민용 버스를 운영한 것에 대해 대법원이 위법이 아니라고 판결한 적 있다는 겁니다. 한편 마을버스 회사는 해당 판결을 두고 이번과 같은 경우로 볼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주민들이 비용을 부담한 방식이나 버스의 노선화 여부가 이번 사건과 달라 이번 셔틀버스 사례 역시 위법하지 않다고 바로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아까 소개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81조를 어떻게 해석해서 적용할 것이냐를 두고 의견이 다른 상황입니다.

지난해 12월, 주무 관청인 고양시청은 경찰에 이 셔틀버스를 수사 의뢰했습니다. 법 조문과 판례, 그리고 이번 사례를 따져보고 불법 여부를 명확히 판단받겠다는 겁니다. "운영 주체라든지 이용객의 범위, 자동차의 소유 관계 이런 부분들이 정확하게 판단이 안 돼서 이런 구체적인 사실을 조사하기 위해서"라고 고양시청은 밝혔습니다. 수사를 의뢰 받은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3개월 여가 지난, 이번 주 중 수사 결과를 회신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경찰이 셔틀버스가 불법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되면 셔틀버스 운영회 측은 여객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검찰로 송치됩니다. 마을버스 회사들이 낸 운영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도 28일 첫 심문이 시작됐습니다. 불법 여부는 결국 법원에서 가려지겠지만 이런 다툼이 법정에 서기 전 관계 당사자들의 협의로 해결될 수는 없었는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식사동 셔틀버스, 과연 그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구성 : 박하정 김유미 / 영상취재 : 양현철 / 편집 : 홍경실 / 디자인 : 성재은 / SBS Digital 탐사제작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