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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누리호 vs 화성-17형…성능 차이는?

화성 17형 발사영상
북한이 지난 24일 이른바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17형을 발사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발사 다음 날 화성-17형이 최대 정점 고도 6,248.5㎞까지 상승하며 거리 1,090㎞를 4,052초간 비행한 뒤 북한 동해 공해상의 예정 수역에 정확히 탄착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군이 탐지했던 것과 거의 일치합니다.

화성-17형은 정상 각도로 발사할 경우, 최대 사거리가 15,000㎞를 넘을 것으로 보여 미국 본토 전역은 물론,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주요 대륙을 모두 사정권 안에 둘 수 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기존 화성-15형의 최대 사거리는 13,000㎞ 정도였습니다.
여기서 종종 듣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 누리호와 북한 화성-17형 중에 어느 게 성능이 더 뛰어난 거냐’ 혹은 ‘북한 화성-17형은 6,248.5km나 올라갔다는데 왜 우리 누리호는 고작 700km밖에 못 올라간 거냐’ 같은 내용입니다. 그럼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의 설명을 중심으로 궁금증을 풀어가 보겠습니다.
 

누리호 vs 화성-17형, 1단 엔진 추력


먼저 우리 누리호의 1단 엔진 추력은 300톤입니다. 75톤 추력 엔진 4개를 묶은 것으로, 75톤 엔진 하나로 구성된 2단 엔진과 7톤 엔진 하나인 3단과 합쳐져 1.5톤 무게의 실용 위성을 600~800km 저궤도에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여기서 가장 핵심은 1단 엔진에 들어가는 75톤 엔진입니다. 4개의 엔진을 묶어 하나처럼 움직이게 하는 클러스터링 기술도 중요하지만 이 역시 75톤 엔진이 있어야 가능한 만큼 75톤 엔진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 화성-17형의 1단 엔진은 추력 160톤으로 추정됩니다. (일부 전문가는 320톤으로 보기도 하나 일단 장영근 교수의 설명에 따라 160톤으로 추정했습니다. 관련 내용은 뒤에서 상술하겠습니다.) 화성-17형 1단 엔진에는 일명 ‘백두 엔진’ 2쌍 들어갑니다. 백두 엔진은 북한이 러시아의 RD-250엔진을 역설계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어 RD-250엔진을 토대로 그 성능을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RD-250 (РД-250) 출처 : Wikipedia

RD-250은 이른바 쌍둥이 엔진으로 불립니다. 엔진 2개를 묶어 한 쌍으로 만든 것으로 엔진 한 쌍에 노즐 2개가 들어갑니다. 엔진 한 쌍의 출력은 90톤, 따라서 노즐 하나당 추력은 45톤 가량 됩니다. 다만, 백두 엔진은 이보다 추력이 다소 낮아서 한 쌍이 80톤, 노즐 하나당 40톤 가량 되는 걸로 추정됩니다. (화성-17형 1단 엔진 추력이 320톤이라는 견해는 노즐당 추력을 80톤으로 본 건데, 쌍둥이 엔진의 출력이 80인 만큼 엔진 1개, 즉 노즐당 추력을 40으로 본 장영근 교수의 설명이 타당한 걸로 판단돼 위와 같이 정리했습니다.)

정리하자면, 로켓의 핵심인 주력 엔진의 추력만 놓고 비교하자면 누리호가 75톤, 화성-17형이 40톤으로 누리호의 엔진 성능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화성-17형은 6,200km 넘게 올라갔는데 누리호는 고작 700km 밖에 올라가지 못한 걸까요?
 

궤도 진입 vs 최고 고도 도달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누리호는 위성을 목표 궤도에 올리기 위한 발사체인 데 반해, 화성-17형은 멀리 있는 적을 타격하기 위한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입니다. 두 발사체의 목적 자체가 다른 만큼 이들의 최대 고도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화성-17형은 북한 말처럼 ICBM입니다. 시험 발사이지만 미국을 향해 정상 각도로 쐈다가는 미국을 향한 공격으로 간주돼 미사일이 요격되는 건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군사적 보복조치까지 감수해야 합니다. 다른 쪽으로 쏘려고 해도 지리적 제약이 있는 건 마찬가집니다. 따라서 북한 입장에서는 화성-17형의 성능을 과시하기 위해 극단적 고각 발사를 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가 바로 최대 고도 6,248.5km입니다.

반면, 누리호는 위성을 쏘아 올리기 위한 우주 발사체입니다. 어디까지 날아 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목표한 궤도에 정확히 올릴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겁니다. 위성 탑재부의 무게를 줄여 북한처럼 쏜다면 더 높이 올라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게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의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발사체 기술이 북한보다 뛰어나고 할 수 있을까요?
 

"발사체 기술은 경험이 중요"


우리 누리호 1차 발사 후 북한은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누리호를 실패작이라고 깎아 내렸습니다. 물론 3단 엔진이 제 역할을 못한 건 맞지만 우리 잠사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발사 성공 때도 북한이 비슷한 반응을 보였던 걸 보면 애초에 우리 기술력을 제대로 평가해줄 생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누리호

하지만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게 바로 발사체 기술입니다. 지난해 10월 누리호 1차 발사 당시 마지막 3단 엔진이 예정보다 46초 빨리 꺼지면서 최종 성공에 실패했습니다. 조사 결과, 산화제 탱크 속 헬륨 탱크가 고정 장치에서 이탈돼 헬륨 배관을 손상시켰고 누출된 헬륨이 산화제 탱크에 균열을 만들어 산화제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발사체 기술은 국가 기밀에 속하는 만큼 어느 나라도 쉽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역설계로 다른 나라 기술을 참조한다고 해도 스스로 해보지 않고는 확보할 수 없습니다. 발사체 기술에서 ‘경험’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전반적인 발사체 기술은 북한이 우리보다 한 수 위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북한은 1960년대부터 미사일 기술 개발에 힘써왔습니다. 우리나라도 나로호에 이어 누리호, 2030년 달 탐사선 발사까지 수많은 도전을 통해 발사체 기술을 축적해 나갈 예정입니다. 특히나 한미 미사일 양해 각서에 발이 묶여 있던 사용할 수 없었던 고체연료도 지난해 5월부터 발사체 제작에 활용이 가능해졌습니다. 굳이 북한이 아니더라도 국가적 위상에 걸맞은 투자와 노력이 뒤따라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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