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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마지막 경고' 기후 위기 실태, 여기까지 왔습니다

<심영구 기자>

역대 최장, 그리고 최대 피해로 기록된 동해안 산불, 여기는 그중에서도 가장 피해가 컸던 경북 울진입니다.

서울 면적의 40%가 넘는 약 250㎢가 불에 탄 것으로 잠정 집계됐는데 조사가 끝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점점 커지고 오래가는 산불,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재작년 호주에서 난 산불은 무려 6개월이나 지속되면서 한반도보다 더 큰 면적을 태웠고, 작년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도 석 달 넘게 이어져 서울 넓이의 6배 산림이 소실됐습니다.

더 오래, 더 크게, 더 자주 발생하는 대형 산불, 더 건조해지고 따뜻해지는 기후 변화가 첫째 원인으로 꼽힙니다.

지난달 나온 유엔보고서는 기후 변화를 산불 위협의 원인으로 적시하면서 이를 방치하면 오는 2030년까지 대형 산불이 14% 증가하고, 21세기 말이면 50% 더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기후 변화는 지구에서 가장 추운 곳에서도 위기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남극으로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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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희 기자>

여름을 맞은 남극 세종기지, 주변 눈은 모두 녹았습니다.

멀리, 바다 건너 빙하가 남극임을 말해줍니다.

34년 전 세종기지가 자리 잡고, 늘 가까이 서 볼 수 있었던 마리안 소만 빙벽.

하지만 시나브로 사라지더니 최근에는 만년설 아래 덮여 있던 땅, 기반암이 드러났습니다.

[박상종/극지연구소 대기연구본부 책임연구원 : 이렇게 하얀 얼음 띠가 있는 것도 사실은 이 바로 전에 빙벽이 무너지고 그 깨진 얼음이 퍼져나가는 그런 모습입니다.]

1950년대 위성영상과 비교하면 빙벽이 눈에 띄게 줄었고, 이제는 차를 타고 3km는 나가야 볼 수 있습니다.

만년설이 녹으면서 곳곳에 커다란 얼음 동굴과 작은 냇물까지 생겨났습니다.

올해 2월 세종기지 기온은 역대 최고인 13.9℃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례적으로 따뜻한 북풍이 불어서인데, 남극에 있는 전 세계 기지와 함께 원인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박상종/극지연구소 대기연구본부 책임연구원 : 그 첫 번째는 신기하다. 최고 기온이 깨지는 순간에 내가 마침 세종기지에 와서 이제 활동을 하고 있었구나. (하지만) 최고 기온이 또 경신됐다는 건 한편으로는 씁쓸한 사실이었었고]

지난 1990~2000년까지 평균 기온이 상승하던 남극은 오히려 2000~2010년까지는 오히려 기온이 떨어져 온난화가 정말 진행되는지 논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전 세계 모든 남극 기지에서 급격한 기온 상승이 관측됐고, 평균을 내보니 1년마다 0.2도씩 매우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올해 남극 해빙의 면적은 192만㎢로, 5년 전과 비교해 우리나라 2배 면적의 얼음이 사라졌습니다.

펭귄들도 살기 힘들어 점점 더 추운 남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눈 대신 비가 내리면서 새끼 펭귄들이 체온 조절을 못 해 폐사하기도 합니다.

남극은 오염 배출원이 없어 깨끗하지만, 이산화탄소 농도는 최근 410ppm을 넘어 전 세계 평균과 큰 차이가 없어졌습니다.

지역은 인간이 나눈 경계일 뿐 결국 지구는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우리나라로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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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균 기자>

이곳은 제주도 한라산의 성판악 자락.

우리나라 고유종인 구상나무 군락지입니다.

구상나무는 해발고도 1,400m 이상에서 자라는 나무인데요, 저희 취재진이 구상나무를 보기 위해 현재 해발고도 1,700m 지점까지 올라왔습니다.

탐방로 주변으로 구상나무 군락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군락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앙상한 나무들뿐입니다.

[최병기/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박사 : 나무가 죽고 마르면서 수피(나무껍질)들이 다 벗겨지고 이제 조금만 남아 있는 상태에서…. (원래는 이런 데도 다 있었다는 말씀이시죠?) 전체를 다 아주 단단하게 덮고 있는 게 원래 모습입니다.]

하늘에서 살펴보니 거대한 나무 무덤 같습니다.

20년 전 위성사진과 비교하니 구상나무 숲이 크게 줄어든 걸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산림청 조사에서는 어린나무 개체 수가 불과 2년 사이 절반 이하로 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후변화로 한라산이 따뜻해지면서 추운 곳에서 사는 구상나무가 타격을 받은 것입니다.

구상나무 같은 고산 식물은 앞으로가 더 위기입니다.

최근 해외 연구팀이 기후 변화가 고산식물에 주는 영향을 연구했는데 같은 종 내에서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무가 갖는 다양한 형질 중 일부가 사라진다는 건데, 특히 따뜻한 곳 적응에 필요한 유전 형질이 먼저 사라져 온난화에 더 취약해진다는 것입니다.

[최병기/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박사 : 구상나무에 곁들여 사는 다양한 식물들이 존재하게 되는데 이 구상나무가 사라지면 그와 함께 연쇄적으로 그 종들이 함께 사라질 위협에….]

바다는 어떨까.

매년 이맘때면 제주 바다는 산란을 위해 찾아온 오징어로 풍성해집니다.

오징어잡이가 시작되는 해질 무렵, 취재진도 따라나섰습니다.

미끼 20개가 달린 낚싯줄을 15번이나 던졌는데 낚은 건 3마리뿐이었습니다.

[이기봉/선주 : (이 정도면 사이즈가 중간 정도인 거예요?) 중간이 못 돼요. 못 돼. (이게 중간도 안 되는 거예요?) 네 중간이 안돼요. (예전엔 더 큰 거 많이 잡았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죠. 20마리 놓으면 이 박스가 작아요. 박스가 작은데 지금 이거는 20마리 놔도 안 차잖아요.]

지난 30년간 제주도 해역은 수온이 꾸준히 상승했는데, 산란 시기에 수온이 올라가면 오징어 산란장이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30년쯤에는 오징어 산란장이 최대 30%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김중진/국립수산과학원 박사 : 수온 범위를 넘어서서 적정한 그런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산란이 일어나더라도 초기에 사망률이 높아지는….]

제주도 모슬포항 하면 떠오르는 방어도 주무대를 점차 옮기고 있습니다.

[모슬포항 중매상인 : 육지(쪽 바다)에서 안 잡혔던 이런 멸치라든가 자리 같은 게 이제 육지에서 많이 잡히잖아요. (먹이가) 그쪽에 있으니까 걔네들이 여기까지 내려올 필요가 없는 거죠.]

[이충일/강릉원주대학교 해양생태환경학과 교수 : 어류라든지 이건 다 변온 동물입니다. 작은 환경 변화에도 생물이 반응을 하는 거죠.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이때까지 우리가 겪었던 그 많은 어떤 변화들보다 더 큰 어떤 위험에….]

산도 바다도, 늘 보던 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이제 책 속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영상취재 : 정성화·강동철·김태훈, 영상편집 : 최혜영·황지영·전민규·이소영·박기덕, 디자인 : 최하늘·강경림·김정은·심수현·서동민·엄소민·조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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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만 기자>

전 지구적인 기후 위기에 대해서 가톨릭교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2020년 지구의 날 메시지 : 신은 항상 용서합니다. 인간은 때때로 용서합니다. 하지만 자연은 결코 용서하지 않습니다.]

기후 변화가 더 심해져서 지구가 가진 회복력을 넘어선다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다행히 지난해 국제 사회는 오랜 진통 끝에 기후 위기의 주범인 온실가스 문제와 관련해서 진전된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탄소 중립 기본법이 만들어졌고, 바로 오늘(25일)부터 첫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에너지와 산업 등 경제 전 분야에 걸쳐서 다른 주요국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탄소 감축이 이뤄지고요, 경제 성장과 일자리에서도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SBS는 2022년 탄소 중립 실행 원년을 맞아 연간 기획 기후탐사리포트, <1.5도씨 마지막 경고>를 통해 기후 위기의 실상과 탈탄소 대응책을 점검하고 해법을 모색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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