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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현장의 진흙이라도"…애타는 중국 추락 여객기 탑승자 가족

지난 21일, 132명이 탄 동방항공 여객기가 추락한 중국 광시성 우저우시 텅현. 멀리서 사고 현장을 바라보던 탑승자 가족들은 울음을 찾지 못했고, 일부는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우리가 널 데리러 왔어, 하늘나라에 영혼이 있다면 우리와 같이 집에 가는 걸 잊지 말아줘."

(사진=중국 웨이보)

"사고 현장의 흙이라도 담아가겠다"

사고 발생 닷새째. 중국 당국은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며 사고 현장을 24시간 수색하고 있지만 생존자 발견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사고 당시 충격이 지표면에서 20m 깊이까지 미쳤던 만큼 탑승자들의 생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광시 소방구조대는 어제(24일) 오후까지 탑승자 소지품 21개와 비행기 잔해 183개, 그리고 희생자의 시신 일부를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어제 아침 200여 명의 탑승자 가족들이 현장을 찾았습니다. 꽃을 들고 온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틀 동안 내린 비로 현장은 온통 진흙이었습니다. 비통한 표정으로 수색 작업 현장을 둘러본 가족들 가운데 일부는 떠나기 전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그리고 현장의 진흙을 준비해온 도자기와 비닐 봉투에 담아갔습니다. 사랑하는 이가 돌아올 것이란 희망을 놓지 않으면서도, 여객기가 산산조각날 정도로 충격이 컸던 사고로 시신조차 찾지 못할까 우려하는 가족들의 비통함에 중국 네티즌들은 애도와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사진=중국 신문망)

지난 22일 현장에서 발견된 검은색 나비 머리끈도 중국인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중국 매체 훙싱신문 등에 따르면, 중국 관영 CCTV의 사고 현장 생중계 보도에서 이 머리끈이 공개된 뒤 중국 SNS인 웨이보에는 사고기 탑승객 가운데 윈난성에 사는 20대 여성의 것이란 추정과 함께 머리끈을 하고 있는 사진이 공개됐습니다. 이 여성은 광저우공항을 거쳐 남자친구가 있는 저장성으로 가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항으로 마중 나가려던 남자친구는 위챗 대화에 "방금 뉴스를 봤다 제발 안전하게 와야 해", "너무 무서울 텐데 내가 데리러 갈께"라고 썼지만 대답은 없었습니다.

(사진=중국 웨이보)

'수직 낙하' 미스터리 풀 블랙박스…"분석에 10~15일 소요"

사고기에는 조종실음성녹음장치(CVR)와 비행데이터기록기(FDR) 등 두 개의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었는데, CVR은 지난 23일 발견됐습니다. 아직 회수되지 않은 FDR에는 비행기 고도와 속도, 바람 등을 비롯해 비행기 자세, 조종 면의 움직임, 엔진의 추력, 랜딩기어의 작동 등이 담겨 있습니다. 사고기가 8,800m 상공에서 갑자기 수직으로 떨어진 것처럼 추정되는 만큼,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데 FDR의 데이터는 매우 중요합니다.

오늘(25일) 오전 두 번째 블랙박스인 FDR이 발견됐다고 한 중국 매체가 보도하면서 웨이보가 들썩였지만 사실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중국 관영 CCTV는 추락 장소 가운데 위치에서 주황색 파편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발견된 CVR의 외장이 주황색이었던 만큼 전문가들은 주변에서 블랙박스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사진=중국 관영 CCTV 영상 캡처)

회수한 CVR 판독 작업에 착수한 중국 당국은 데이터가 손상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데이터 분석에 10∼15일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당국은 '사고기가 수직 낙하했느냐'는 물음에 "기술 전문가와 조사원의 협조가 필요한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현재까지 조사에서 사고기의 지면 충격 범위는 반경 30m 정도이고, 파편은 대부분 주요 충격 지점에 집중돼 있지만, 사고 중심에서 10km 떨어진 농지에서도 잔해로 추정되는 조각을 발견했다고 당국은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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