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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최고 고도 북한 ICBM 도발, 뭐가 어떻게 다른가?

길 잃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무슨 일이 일어났나

한반도 평화에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북한이 24일(목) 쏘아올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탄도미사일 한 발 때문입니다. 북한이 ICBM 발사에 성공한 건 지난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이후 1576일 만입니다. 이번 발사로 북한은 2018년 북미정상회담 직전 선언한 '모라토리엄(핵 실험·ICBM 발사 유예)'을 스스로 깨뜨렸고 문재인 정부 집권 5년간 추진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원점으로 회귀했습니다.

북한 미사일

24일 낮 2시 34분 북한이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동해 방향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고도 6,200km까지 올라간 뒤 낙하하면서 1,080km를 비행했습니다. 역대 최고 고도입니다. 고도가 높은 건 비행 거리를 줄여 시험하기 위해 정상 각도보다 각도를 높여 발사했기 때문입니다. 합동참모본부가 정확한 미사일 기종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정점 고도 4,475km, 사거리 950km로 약 53분간 비행했던 4년 전 화성-15형보다 성능이 향상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발사 미사일이 세계 최대 크기의 다탄두 ICBM인 '화성-17형'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화성-17형은 길이 23m 이상, 동체 지름이 2.3m 이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길고 굵은 ICBM으로 '괴물 ICBM'으로도 불립니다. 다만, 북한이 화성-17형이라고 발표는 했지만, 우리 군 당국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쪽입니다. 실제로는 다른 미사일을 쐈으면서 화성-17형으로 발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 미사일

어떻게 다른가

이번 미사일이 여느 때보다 더 주목받는 이유는 성능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고도와 비행 거리로 미루어 봤을 때 미사일을 정상 각도로 발사한다면 최대 사거리가 1만 3,000km급에 이르는 화성-15형을 뛰어넘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본토에 있는 워싱턴DC와 뉴욕 등 동부 지역까지 타격할 수 있는 범위입니다. 미국으로서도 안보 상 실질적 위협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이 어떤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지도 요주의 관심사입니다. 아직까지는 이번 시험 발사에서 여러 탄두를 시험했는지는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그간 화성-17형은 2-3개가량의 다탄두를 실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돼 왔습니다. 다탄두에는 여러 탄두가 하나의 목표를 타격하는 MRV(다탄두 재돌입체)와, 여러 탄두가 서로 다른 목표물을 타격하는 MIRV(다탄두 각개 목표 설정 재돌입체) 등이 있습니다.

만일 북한이 이번에 MIRV 기술을 확보했다면 이론적으로 미사일 한 대로 미국 본토의 워싱턴DC와 뉴욕을 동시 타격할 수 있게 됩니다. 미국으로서도 미사일방어 체계를 통해 북한의 탄두를 요격하기도 더 어려워집니다.

북한 미사일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문재인 대통령은 발사 소식이 전해진 지 1시간 여 만에 소집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 NSC에서 북한을 '강력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난번 도발 이후 4년 4개월 만입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이번 발사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ICBM 발사 유예를 스스로 파기한 것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이어 열린 참모회의에서 윤석열 당선인에게도 상황과 대응 계획을 브리핑하라고 국가안보실장에게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리 군도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물론 해성-Ⅱ 함대지미사일과 공대지 합동 정밀직격탄으로 지상 목표물을 타격하는 훈련으로 대응했습니다.

미국 백악관도 즉시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젠 사키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번 발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뻔뻔한 위반"이라며 "모든 나라가 북한의 위반에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외교의 문은 닫히지 않았지만 불안정을 조성하는 행동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라며 추가 대화 가능성을 덧붙였습니다.

중국은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치적 해결'을 강조했습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질문을 받고 "관련국들이 대화와 협상의 방향을 견지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을 위해 공동으로 힘쓰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유엔은 미국 뉴욕 현지 시간 25일 오후 3시, 한국 시간 26일(토) 새벽 4시경 2017년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ICBM 시험 발사에 대응하기 위한 공개 회의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번 회의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포함해 알바니아와 아일랜드, 노르웨이 등 6개국이 소집을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 정부에서도 조현 주유엔 한국대사가 회의에 참석해 이해당사국으로 의견을 밝힐 예정입니다.

북한 미사일

북한 미사일 도발 일지

작정한 듯한 북한의 이번 도발에는 여러 정치적 셈법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을 발사했고, 같은 해 7월엔 두 차례에 걸쳐 ICBM인 화성-14형을 발사한 바 있습니다. 그 이전인 2013년 2월엔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도 3차 핵 실험을 강행했습니다.

이를 두고 여러 외교 전문가들은 정권 교체기에 무력을 동원함으로써 '윤석열 정부' 길들이기와 동시에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심이 쏠린 미 행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도발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북한은 평화 공세로 돌아선 2018년엔 무력 시위를 멈췄지만 2019년 2월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무력 시위를 재개해 지금까지 30여 차례에 걸쳐 각종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특히 올해 들어서만 이번을 포함해 12차례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며 무력 도발의 강도를 점점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도 지난달 27일과 지난 5일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했고, 지난 16일에도 화성-17형을 다시 발사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한미 동맹을 통한 단호한 대응'을 표명한 한편 북한의 이러한 고강도 도발이 향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 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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