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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출발하는데 "오지 말라"…인수위 퇴짜에 법무부 당혹

과천 출발하는데 "오지 말라"…인수위 퇴짜에 법무부 당혹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오늘(24일)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돌연 취소하면서, 오늘 오전 예정됐던 보고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던 법무부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당선인 공약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온 법무부에 인수위가 '보고 퇴짜'라는 강수로 기강 잡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윤 당선인의 사법 분야 주요 공약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선거 이후 여러 차례 내놨습니다.

박 장관은 지난 14일 언론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법무부 장관의 검찰 수사지휘권 폐지에 대해 "반대하고,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수사지휘권을 없앤다면 검찰 일선의 결정에 대해 검증할 방법도 없고, 공정성 시비가 더 심해질 것"이라며 "검찰 조직문화의 민주적 개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검찰에 독자적 예산편성권을 보장하는 윤 당선인 공약도 박 장관은 "특수활동비(특활비) 문제의 투명성이 담보돼야 예산 편성의 독립성 문제가 검토될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특활비 관련 행정소송도 진행되고 있고 투명성이 충분치 않은 상태"라고 반대 뜻을 밝혔습니다.

이후 언론에서는 업무보고에 담긴 대검의 입장이 법무부와 상충한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왔습니다.

윤 당선인 공약에 공개적 반대 입장을 밝힌 법무부와 달리, 대검은 수사지휘권 폐지와 예산독립 등 공약 전반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취지였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코로나19에 확진돼 재택치료를 하던 박 장관은 업무보고를 하루 앞둔 어제 치료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면서 재차 '작심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박 장관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책임행정 원리에 입각해 있다"며 "아직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여전하다"고 말했습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예산 편성권도 "입법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닌, 국회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법무부와 대검의 업무보고 내용을 두고 충돌하는 기류가 보이자 인수위 측은 어제 "법무부가 대검의 의견을 취합 정리해 보고하게 되면 대검 의견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며 별도 시간에 분리해 받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돌연 오늘 오전 법무부 업무보고 일정을 유예하면서 사실상 업무보고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들은 오늘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서 40여일 후에 정권교체로 퇴임할 장관이 정면으로 반대하는 처사는 무례하고 이해할 수 없다"며 날을 세웠습니다.

업무보고 당일 보고가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법무부는 당혹해하고 있습니다.

박범계 장관은 오늘 출근길에서 업무보고 일정과 관련된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 변수가 있는 것 같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업무보고를 준비해온 실무진과 관계자들 역시 당황스럽다는 입장입니다.

한 법무부 관계자는 "아침에 보고를 위해 인수위로 가려고 준비를 하다 갑자기 '사무실로 출근하라'는 공지를 받았다"며 "업무보고에 맞추기 위해 다들 고생하면서 준비했는데 이렇게 취소되니 힘이 빠진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대로 '물먹은' 상황이라 다들 어수선한 분위기"라며 "추미애 전 장관 때의 갈등 상황이 다시 시작된 것 같아 두렵기도 하다"고 토로했습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인수위가 박범계 장관에 대한 본격적인 공세를 펼치며 '기강 잡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로 정반대의 의견을 가진 인수위와 박 장관의 사이에서 법무부 보좌진들이 양쪽의 눈치를 봐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부닥친 만큼, 박 장관이 직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거취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옵니다.

한 검찰 간부는 "보고 당일 업무보고를 미루고 공세를 펼친 것은 박 장관과 법무부 보좌진들에게 '판이 바뀌었다'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입지가 좁아진 박 장관이 새 정부 출범 전 사의를 표명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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