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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文정부 안보' 때리는 예비역들…현역 때도 용감했나

청와대의 국방부 청사 이전 계획이 논란을 빚는 가운데 그제(22일) 육해공군과 해병대의 예비역 장성들이 청와대 이전을 지지하는 입장문을 냈습니다. 청와대의 국방부 이전으로 인한 안보 공백은 없으며, 문재인 정부는 지난 5년 동안 안보를 도외시했다는 내용입니다.

이들은 입장문 작성에 참여한 예비역 장성이 1천여 명이고, 이 중 전직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참모총장 등 예비역 대장이 64명 포함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실명은 단 26명만 공개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실체 없는 '유령 장성'들을 내세운 입장문은 본 적이 없습니다. 군인은 본능적으로 위협을 부풀리는데, 예비역 장성들의 입장문은 위협 대신 숫자를 부풀린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름을 내건 26명 중 여럿은 문재인 정부에서 3성, 4성 달고 출세한 인물들입니다. 정부에 바른 소리 하던 장군들이 아닙니다. 군복 입었을 때 말 한마디 못했으면, 군복 벗고도 조용히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2018년 7월 전군주요지휘관회의. 이들 중 여러명이 문재인 정부에서 진급하고, 전역 후 문재인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문재인의 장군들이여, 그때는 옳고 지금은 틀린가

 
입장문 작성에 참가한 1천여 명 중 이름을 밝힌 예비역 장성은 26명. 이 가운데 심승섭 전 해군 참모총장, 최병혁 전 연합사 부사령관, 전진구 전 해병대 사령관, 김판규 전 해군 참모차장이 가장 눈에 들어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별 넷, 별 셋을 견장에 붙이고 활약한 문재인의 장군들입니다. 대선 캠페인이 시작되자 모두 윤석열 캠프에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입장문에 "북한의 40여 회의 미사일 도발에도, 서해 바다에서 우리 국민이 불에 타 죽어도, 700억 원을 들여 건립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돼도 문재인 정권은 북한의 눈치만 보며 항의 한번 못했다"고 적었습니다. 해군 참모총장과 차장, 연합사 부사령관, 해병대 사령관 자리에 있을 때 정부에 이런 직언 한 적 없을 것입니다. 안보를 위해 정치권력에 맞선 적 없을 것입니다.

군은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군의 전문적 의견을 활발하게 개진해 정부가 올바른 안보정책을 수립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정책이 결정된 뒤 군인의 임무는 복종입니다.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으면 군복을 벗으면 그만입니다. 현역 때 권력에 침묵하며 누릴 것 다 누리고, 예비역 되니 새로운 권력에 편승해 한때 침묵했던 권력에 삿대질하는 것은 군인의 길이 아닙니다.
 
2020년 6월 청와대에서 열린 중장 진급자 삼정검 수치 수여식.
  

1천여 명은 누구이고, 64명은 누구인가

 
이름을 내건 예비역 장성 26명에게 묻고 싶습니다. 1천여 명의 장성은 실존인물입니까? 전직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참모총장 등 예비역 대장 64명은 실제로 존재하는지요? 신구 권력 다툼의 틈바구니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후배들의 애꿎은 처지를 고려한 적 있습니까?

1천여 명 '유령 장성'들의 입장문을 접한 현역 장교들은 "진급하려고 정치에 줄 대던 장군들 아니겠나", "어떻게 군복만 벗으면 정치에 뛰어드나", "힘 있는 권력에 참 잘 스며든다"고 웅성거립니다. 현역 시절 바른 소리 못하고, 전역하니까 정치 캠프에 투신하고, 비현실적 머릿수 앞세운 입장문 내는 선배들을 존경하지 못하겠답니다.

윤석열 당선인이 청와대의 국방부 이전을 발표하기 하루 전인 지난 19일 "청와대의 국방부 이전으로 안보 공백 우려된다"는 입장문을 인수위에 보냈던 전직 합참의장 11인도 어제 말을 바꿨습니다. 19일엔 "국방부, 합참 등의 연쇄 이동으로 안보 공백이 걱정"이라더니, 어제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서는 이(기존 입장문)를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반대로 왜곡해 국민을 갈라치기한다"며 2차 입장문을 낸 것입니다. 1천여 명 '유령 장성'들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안보는 정치 중립이어야 합니다. 안보의 첨병인 군은 엄격하게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하고, 그 대가로 국민의 신뢰를 받습니다. 아무리 예비역이라지만 최근 장성들의 입장문 공개는 안보를 빙자한 정치에 가깝습니다. 이름 높은 예비역 장성들이 이렇게 행동하면 군에 대한 장병과 국민의 신뢰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인수위는 안보 강화를 위해 예비역을 등용할 생각이라면 묵묵히 정치 중립을 실천하는 장군들을 찾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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