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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락에 위치한 민가 산불 피해…"이격 규정 마련해야"

<앵커>

산불이 나면 산림 피해도 크지만, 삶의 터전을 다 잃어버릴 만큼 주변 민가 피해도 심각합니다. 이번 동해안 산불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산불에 대비한 안전거리 기준이 없어 예견된 피해였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어떻게 하면 민가 피해를 막을 수 있는지, 신용식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어두운 밤, 산등성이 사이로 용암이 흐르듯 시뻘건 불줄기가 번집니다.

울진 산불 주불이 잡히기까지 걸린 시간은 꼬박 열흘.

그동안 화마는 울창한 산림과 인근 민가들을 집어삼켰습니다.

민가 8채 중 7채가 모두 타버린 마을을 다시 찾았습니다.

곳곳에 검은 그을음이 가득했고, 누군가의 터전이었을 곳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잔해만 남았습니다.

[전현욱/경북 울진군 죽변면 : 강풍 때문에 피해가 컸다고 봐요. 눈감았다 뜨면 몇백m씩 불길이 날아오는데 그걸 직접 안 보고는 상상을 할 수 없습니다.]

옆 마을 피해는 더 심각했습니다.

산림과 근접한 지점부터 주택이 계단식으로 분포해 있습니다.

산 아래로 내려온 불이 가장 가까운 집부터 차례대로 이어 옮겨 붙게 돼 20채 중 15채가 전소한 것입니다.

이처럼 이번 산불로 소실된 주택만 무려 326동에 달하는데요, 이 중 257동이 전소됐고, 이로 인한 이재민만 무려 335명에 달합니다.

전문가들은 예견된 피해였다고 지적합니다.

[권춘근/국립산림과학원 연구원 : 산불로 인해서 주택 피해를 입는 원인은 한 가지 조건밖에 없습니다. 산림과의 이격 거리가 너무나도 가까웠기 때문에 쉽게 열과 불똥이 전달이 됐기 때문에 피해를 입었습니다.]

산 근처에 집을 지을 때 산불을 대비한 안전거리 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이에 대한 기준조차 없습니다.

[산림청 관계자 : 건물을 지을 때 뭐 산에서 얼마씩 떨어져라 하는 그런 기준들은 따로 없어요.]

캐나다의 경우 산불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집부터 정원, 그리고 숲까지 일정한 거리를 띄어놓는 것을 주 지침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가연성 높은 목재와 스티로폼이 산간 주택에 많이 쓰이는 것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문현철/한국산불학회장 : 건축 허가 조건에 들어가야 된다… 숲과 주택과의 거리를 30m 이상 이격 거리를 둬야 된다, 건축 구조물 자체가 화재에 매우 강한 내화성 있는 구조물로 건축물 외장을 만들어야 된다.]

산림 지역 근처 주택에 대한 종합적인 화재 안전 대책이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조창현, 영상편집 : 박춘배, CG : 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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