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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까지 감행할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주요 관심사 중 하나로 중국의 러시아 지원 여부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18일 이뤄진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화상 통화에서도 단연 이 문제가 최대 관심사였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러시아에 물질적 지원을 할 경우 후과(後果)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물질적 지원에는 경제적, 군사적 지원이 모두 포함되는데, 중국의 러시아 지원에 따른 의미와 결과를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자세히 설명했다고 백악관은 밝혔습니다. 백악관의 고위 당국자는 "중국이 조만간 스스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해, 중국에 대한 고강도 압박이 있었음을 내비쳤습니다.

3월 18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화상 통화 장면 (출처=중국 CCTV)

미국 이례적 행보…"중국이 러시아 지원하려" 첩보 공개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후과'가 어떤 내용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또 중국이 어느 선까지 러시아를 지원했을 때 후과에 직면하게 되는지, 그 기준(레드라인)에 대해서도 백악관은 말을 아꼈습니다. 분명한 것은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하려 한다고 미국이 보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미국의 최근 행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맞아 자체 첩보를 미리 공개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려 한다는 것도 그랬고, 이번에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하려 한다는 것도 사전에 알렸습니다. 첩보, 특히 군사적인 첩보는 공개를 안 해야 말 그대로 첩보인데, 이를 동맹국들과 공유하는 것은 물론, 언론에까지 공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과거 모습과는 분명 다른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당국자는 "정보를 개방해 허위 정보에 대응하려는 의도적인 전략"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지난 18일 미·중 정상 간 화상 통화도 이 연장선상으로 풀이됩니다. 미국이 자체 첩보를 바탕으로 최고위급 선에서, 즉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직접 경고를 하려 했다는 취지입니다. 두 정상의 통화 이후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 원조를 검토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유럽연합이 확보했다"는 등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중국, 대러시아 제재 동참에 반대…경제적 지원 가능성


두 정상의 통화 이후 양국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시진핑 주석은 일단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는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시 주석은 "전방위적이고 무차별적인 제재로 고통받는 것은 역시 인민들이며, 이런 제재는 세계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말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지침이 내려진 탓인지 이후 중국 관영 매체들은 관련 보도를 앞다퉈 쏟아냈습니다. 관영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19일자 사설에서 "중국은 미국에 협조할 의무가 없고 독자 제재와 같은 거친 수단에 동의하지 않는다", "중국은 절대 미국의 강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라고 썼습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 역시 19자 사설에 "중국은 미국이 위협 또는 강압을 통해 미국의 명령을 따르도록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제재 회피를 넘어선 물질적 지원을 러시아에 할 것인지에 대해 시진핑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뭐라고 얘기했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물질적 지원을 다시 경제적 지원과 군사적 지원으로 나눠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경제적 지원과 관련해서 중국은 "러시아와 정상적인 거래는 계속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난해 무역 규모는 1,468억 달러(178조 원)로, 중국은 12년 연속 러시아의 최대 교역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친강 주미 중국대사는 "중국은 러시아와 정상적인 무역, 경제, 금융, 에너지 관계를 갖고 있다"며 "이는 두 주권 국가 간의 정상적인 사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모든 당사자에게 식품과 약품, 침낭, 유아용 음식을 보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발언 직후 중국 외교부는 "우크라이나에 1,000만 위안(19억 원) 상당의 인도주의적 원조 물자를 다시 제공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서 친강 대사가 '모든 당사자'라고 언급한 만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으니 러시아에도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중국은 미국과 서방이 주도하고 있는 대러시아 경제 제재에서 눈에 띄게 벗어나는 지원은 아직 하지 않고 있지만, 이미 제재 반대 입장을 표명한 이상, 무역 거래를 명분으로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동원된 러시아군 탱크들

중국, 군사적 지원 여부에 확답 피해…"가능성 낮아"


그렇다면, 중국이 군사적 지원까지 나설까요. 이에 대해 중국은 아직까지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친강 대사는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할 것이라는 주장은 허위 정보"라면서도 군수 물자를 제공하지 않겠다고는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러시아와 중국 외교부도 미국의 첩보에 대해 '가짜 뉴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러시아가 중국에 군사적 지원을 요청하지도, 중국이 요청받지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중국 외교부는 러시아에 무기나 군수 물자를 제공할 것이냐는 질문에 "중국은 전쟁에 반대한다"는 모호한 답변만 거듭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중국이 현 상황에서 직접적이고 공개적인 군사 지원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중국 정법대 문일현 교수는 "군수 물자나 무기를 지원할 경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정면 대결을 불사하겠다는 직접적인 의사 표시로 봐야 한다"며 "식량 지원 등은 모르겠지만 직접적인 군사적 지원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화상 통화가 쐐기를 박을 수 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정상이 직접 나서 "군사적 지원은 하지 말라"고 꼭 집어 경고한 이상 이를 벗어나는 행동은 하기 어렵게 됐다는 시각입니다. 또 올해 하반기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대외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는 중국 입장에서, 군사적 지원에 따른 고강도 제재를 받는 상황을 원치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등 많은 나라와 척을 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8일 '중·러 관계는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산

최근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둔하는 목소리는 줄어들었지만, 그렇다고 중·러 관계의 약화를 얘기하지는 않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8일에도 "중·러 관계는 미국의 도발로 훼손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오히려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미국의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중국 관영 매체들은 한목소리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보도들 이면에는 '러시아의 침공을 티 나게 옹호할 수 없지만, 중국은 러시아 편임을 알아 달라', '군사적 지원을 티 나게 할 수는 없지만, 경제적 지원은 계속하겠다'는 이중적인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미국이 말한 중국의 선택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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