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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KF-21 공대지, 정권 이양기 '날림 결정'하나…"업체 목소리 들어야"

[취재파일] KF-21 공대지, 정권 이양기 '날림 결정'하나…"업체 목소리 들어야"
▲ 작년 10월 서울 아덱스에 전시된 KF-21과 공대지미사일 모형들

내일(22일) 무기 도입 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개최돼 한국형 전투기 KF-21의 장거리공대지미사일 체계개발 방안을 의결합니다. 2년여 동안 어디에 개발을 맡길지 갈팡질팡했고, 최근 1년간은 규정과 절차를 초월하는 일들을 벌이더니 권력의 진공 상태인 정권 이양기에 최종적으로 의사결정하는 것입니다.

변심 또 변심, 그리고 혼란과 절차 무시의 연속이었습니다. 체계개발 주관기관을 국방과학연구소 ADD에서 업체로, 다시 업체에서 ADD로 오락가락했습니다. 명분과 논리뿐 아니라 대국민 약속도 뒤집으며 ADD 주관 개발로 되돌리는 과정에서 과거 유례를 찾기 어려운 연쇄적 절차 파괴가 이뤄졌습니다. 개발 자신감 결여, 판단 착오 등의 이유로 헤맨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시간은 많이 잡아먹었습니다. KF-21 양산 1호기부터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을 탑재하고, 앞서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장거리공대지 장착 KF-21의 브로셔를 만들어 해외 마케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군 당국은 방사청과 ADD의 변덕스러운 주장에 귀 기울이지 말고, KF-21과 공동운명체인 KAI 등 방산업체들의 목소리를 들어 바른 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ADD냐, 업체냐…2년여 갈팡질팡

방위사업추진위는 2016년 12월 장거리공대지의 ADD 체계개발을 결정했습니다. ADD가 체계개발의 사전 단계인 탐색개발을 하고, 이어서 체계개발을 한다는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이해됐습니다.

하지만 ADD는 핵심 및 비닉(秘匿) 기술 개발에 전념하고, 일반 무기 개발은 방산업체들이 맡음으로써 ADD와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 한국 방산의 질적 향상을 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2020년 6월 장거리공대지를 비롯한 몇 가지 무기의 개발 주관기관을 ADD에서 방산업체로 바꾸기로 한 것입니다. 방사청과 ADD는 이를 방위사업추진위에 보고했고, 국방백서와 국회 보고자료에 명시함으로써 불가역적 약속이 됐습니다.

2021년부터 바람이 거꾸로 불었습니다. 장거리공대지의 체계개발 주관기관을 업체에서 다시 ADD로 되돌리려는 시도가 시작된 것입니다. 명분은 "전력화 시기 지연과 비용 상승이 우려된다"입니다. 방사청이 ADD와 숱하게 토의한 결과 전력화 시기, 비용 문제가 없다고 했었는데, 180도 말을 바꿨습니다. 갈팡질팡 의사결정에 이어 이제 바야흐로 절차와 규정을 초월하는 주관기관 조정 과정이 펼쳐집니다.
 

잇따라 무너진 절차와 규정들

방사청은 장거리공대지 개발기관을 ADD에서 업체로 전환하기에 앞서 2021년 2월 국방연구원 KIDA에 장거리공대지 업체 주관 체계개발의 사업타당성조사 재검증을 의뢰했습니다. 방사청은 사업비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사업타당성 재검증에 착수했다고 주장하지만, 개발 주관기관 자체의 변경이기 때문에 사업 추진 기본 전략을 수정한 뒤 사업타당성을 검증하는 것이 절차에 부합합니다. 그럼에도 사업 추진 기본 전략 수정은 없었습니다.

사업 추진 기본 전략 생략에 이어, 사업타당성 재검증의 대상이 중간에 뒤바뀌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방위사업추진위 관계자는 "개발 주관기관 사업타당성 재검증 도중, 재검증 대상이 업체에서 ADD로 변경됐다", "시점은 2021년 8월쯤"이라고 말했습니다. 무기 개발 절차에 정통한 야당의 한 당직자는 "사업타당성 검증의 대상이 중도에 바뀌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검증 대상의 중도 변경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어서 이를 금지하는 규정 자체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사 사례가 있었는지 방사청에 몇 번 질문했지만 답이 없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2021년 11월 사업타당성 재검증이 끝나고 최종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내용은 방사청이 2월 의뢰한 업체 주관 개발이 아니라, 8월에 바뀐 ADD 주관 개발 검증 위주였습니다. 전례와 관련 규정을 찾기 어려운, 시작과 끝이 다른 사업타당성 재검증 보고서입니다. 이에 앞서 ADD 주관 개발 사업타당성 검증은 몇 년 전에도 이미 시행했습니다. 결과적으로 ADD 개발을 상정한 똑같은 검증을 두 번 실시한 꼴입니다. 역시 과거 사례나 관련 규정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방위사업추진위 · 사업분과위는 무엇하나

KF-21용 ALCM 공동개발을 제안한 독일 타우러스사의 350K-2 미사일

소소한 무기도 아니고 KF-21의 성패를 가를 KF-21의 독침 장거리공대지 개발 주관기관을 정하는데 이렇게 혼란과 난맥입니다. 낱낱이 지켜봤을 방위사업추진위와 사업분과위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사업분과위가 두 번 논의를 연기하며 들여다보는 것 같더니 은근슬쩍 방위사업추진위로 공을 넘겼습니다. 방위사업추진위는 내일 개최돼 ADD 체계개발에 도장을 찍을 예정입니다.

방사청 관계자는 "방위사업추진위를 통해 바로 잡힐 것"이라고 말하는데, 사실 방위사업추진위는 지금까지의 좌충우돌을 지켜보며 진행시킨 당사자입니다. 과오 일으킨 측이 과오 바로잡으려면 스스로 처벌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없습니다. 국회 국감이나 감사원 감사의 시비 판단을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ADD가 체계개발을 맡으면 개발과 양산에 총 1조 원 이상 투입해 장거리공대지미사일 200여 발을 양산합니다. 1조 원에 200발이면 비경제적인데다, 전력화 시기도 KF-21 양산 계획에 비해 늦습니다. 동시에 군 당국은 중거리공대지미사일 개발에도 나섭니다. FA-50에 쓸 수 있는 공대지입니다. 이렇게 되면 공군의 KF-21, FA-50, F-15K는 공대지미사일도 제각각, 표적 관리도 제각각인 심각한 부조리를 맞게 됩니다.

갈지자 행보를 하다 정권 말, 권력 이양기의 혼란한 와중에 서둘러 ADD 개발을 결정하기보다 적은 예산으로 조기 전력화에 수출 경쟁력도 챙길 수 있는 방안을 원점에서 검토하는 편이 낫습니다. 장거리공대지와 중거리공대지를 통합한 공대지순항미사일 ALCM(Air-Launched Cruise Missile)의 국내 개발입니다. KF-21, F-15K, FA-50을 하나의 공대지로 묶는 혁신으로, 방산업체들은 지름길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군 당국은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방사청, ADD보다 KF-21과 생사를 같이하는 KAI를 비롯해 LIG넥스원, 한화 등 방산업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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