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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청와대-국방부-합참의 동거와 국방부 3분할…아무 준비 없었다

[취재파일] 청와대-국방부-합참의 동거와 국방부 3분할…아무 준비 없었다
▲ 인수위원들이 어제 국방부 인근 미군부대 헬기장을 둘러보고 있다.

어제(18일) 대통령직 인수위가 청와대 이전 후보지 검토를 위해 서울 용산구 삼각지의 국방부 청사를 방문했습니다. 인수위가 청와대의 국방부 청사 이전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가운데 인수위원들이 처음으로 국방부를 찾은 것입니다. 청와대를 이전하는 국가대사를 봄꽃 지기 전에 마무리하겠다면서 이제야 첫 발걸음을 뗐습니다.

사실 이 정도의 일이면 1년 이상의 심사숙고와 고민, 그리고 치열한 토론을 거치며 계획돼야 합니다. 공사와 이전에 또 몇 년이 소요돼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인수위 사람들이 단 며칠 동안 의논해서 어제 처음 실사한 것이 전부입니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이 "개집도 이렇게 부수지 않는다"고 맹비난할 만 했습니다.

아무 준비 없는 청와대 이전의 결과는 국방부의 3분할, 청와대-국방부 그리고 합참-국방부의 동거입니다. 어지간한 국가들의 대통령실, 국방부, 합참은 각각 제 청사 한 채씩 갖고 있는데, 봄꽃 지기 전 우리의 국격은 청사 나눠 쓰는 국방부와 합참, 대통령실이 될 것 같습니다.
 

어제 처음 답사한 인수위원들

 
어제 인수위원들을 실은 버스가 국방부로 들어가다 용산구 주민들의 저지로 한동안 발이 묶였다.
 
어제 답사에 나선 인수위원들은 국방부 문턱 넘기부터 힘들었습니다. 용산구 일부 주민들이 인수위 버스를 가로막고 "청와대 이전 결사반대" 시위를 한 것입니다. 위원들이 나서서 어렵게 설득한 끝에 약 20분 만에 국방부에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인수위원들이 국방부 영내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와중에, 뒤에서 지켜보던 국방부와 합참의 공무원, 군인들이 한마디씩 던졌습니다. "집보다 여기서 오래 지내는 나도 국방부가 청와대로 적합한지 모르겠는데 저들은 두어 시간 훑어보고 딱 견적을 내는가 보다", "우리 집 이사도 이것보다는 오래 고민하고 계획했다", "지금 정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십 원 한 장 못쓰는데 무슨 수로 이전할지 모르겠다"

답사 도중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이 대통령실 이전시 장애요소를 국방부에 물었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전할 가용공간을 찾는 게 숙제인데 결국 지금 쓰지 않았던 건물을 쓰게 되면 불편함과 업무 지연이 우려된다", "청사가 사다리차를 댈 수 없는 구조여서 한 20일 정도, 24시간 돌려야 이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수위는 이제야 이런 정도라도 상황 파악을 한 것입니다. 청와대의 국방부 청사 이전 계획은 백지 상태나 마찬가지입니다. 국방부 청사로 옮기자는 아이디어만 있을 뿐 로드맵은 전무합니다. 군 부대 이전을 관할하는 국방부 시설본부의 한 장교는 "청와대 이전을 이렇게 주먹구구로 할 줄 몰랐다", "경험상 이런 식으로 이전하면 정부 출범 후 청와대와 국방부는 한동안 심각한 통신 장애를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즉흥적 아이디어의 졸속 추진

 
청와대의 국방부 이전은 당선인의 공약이 아닙니다. 대선이 끝나고 하나의 아이디어가 다분히 즉흥적으로 채택돼 성급하게 추진되는 것입니다. '청와대 용산 시대'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청와대의 국방부 이전안은 대선일인 지난 9일 이후 등장했습니다. 핵심 인물은 야당 대선 캠프에서 예비역 장성들의 좌장 역할을 한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이라고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당선인의 충암고 1년 선배입니다. 그가 "보안과 비용 문제가 큰 광화문 대신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어디에선가 듣고 이전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용현 전 본부장이 집무실의 국방부 이전 아이디어를 구해 활용하는 구체적 정황이 담긴 지라시도 돌고 있습니다.

즉흥적인 아이디어가 인수위의 제1 사업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치밀하게 따져보고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그런 과정 없이 졸속으로 밀어붙였습니다. 곧 새 정부 청와대의 지휘를 받아야 할 국방부와 합참의 군인과 공무원들이 뒤에서 인수위를 흉보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주변 아파트에서 찍은 국방부와 합참의 전경. 청와대가 국방부에 들어서면 주변 아파트와 빌딩에서 통수권자와 비서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낱낱이 포착될 것이다.
  

국방부 3분할과 청와대-국방부-합참의 동거

 
용산 시대가 열리면 국방부는 3곳으로 분리됩니다. 현재 장관실, 차관실, 국방정책실, 기획조정실 등은 합참으로 갑니다. 작전과 전력, 대북정책 같은 핵심 군사 부서는 국방부 구 청사로 옮깁니다. 지원 부서는 현재의 청사에 남습니다. 장차관실과 정책실 같은 브레인 따로, 손발인 핵심 군사 부서 따로입니다.

청와대는 국방부와 동거합니다. 또 합참은 국방부와 동거합니다. 청와대와 국방부, 합참 모두 버젓한 청사 한 채 없이 나눠 쓰는 형국이 됩니다. 국격보다는 실용주의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실용주이라기엔 안보적 비효율과 안보적 결함이 너무 큽니다.

국방부의 내부 네트워크가 단절됩니다. 해킹 위협에 외부망을 쓰기 어렵기 때문에 3분할 국방부의 조직들은 상호 고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국방부를 운영하는 정상국가는 없습니다.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와 합참 지휘통제실이 합쳐지면 청와대가 군의 작전을 일일이 간섭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러잖아도 용산 이전을 주도하는 김용현 전 작전본부장이 차기 경호처장을 맡는다는 말이 많은데 경호처장이 '국방 상왕(上王)' 노릇할까 걱정하는 군인들이 많습니다.

청와대-국방부-합참의 동거와 국방부 3분할이 초래하는 안보적 문제점은 두손으로 꼽기도 어렵습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 용산 이전에 500억 원 든다고 하지만 그건 단기 비용"이라며 "결국 수천억 원 들여 국방부 청사를 새로 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합참 고위 관계자는 "김용현 전 작전본부장이 무슨 생각으로 용산 이전을 밀어붙였는지 모르겠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이러는 것을 보면 모종의 속셈이 있을 것"이라고 쓴소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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