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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 '중복 하청'에 코로나 자가 키트를 '재택 부업'

<앵커>

코로나 검사 키트에 들어가는 부품을 전문적인 시설을 갖추지 않은 가정집에서 만들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식약처가 확인해봤더니, 실제로 집에서 조립된 부품이 20만 개나 됐습니다.

어떻게 된 건지, 하정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최근 충남 아산의 일부 아파트 게시판과 온라인 카페에서 공유된 구인 글입니다. 

재택 부업을 구한다는 내용인데, 코로나 검사 키트 부품 중 하나인 노즐캡 필터를 끼우는 단순 작업이라며 개당 5원을 준다고 홍보합니다. 

[제보자-구인 업자 : (소독제나 그런 건 필요가 없는 거고요?) 네. 그냥 깨끗한 쟁반 있죠, 쟁반에다가 하얀 거 쏟아놓고….]

구인 전단이 붙었던 아파트 단지를 찾아가 봤습니다.

[아파트 주민 : 부업 상자 같은 게 나와 있던데, 가끔 보면 한 번씩 나와 있더라고요. 이렇게 있었어요, 이렇게.]

[아파트 주민 : 본인이 혼자 하기 어려워서 추가로 사람을 구한다는 그런 내용을 본 거 같은데, 그걸 채우려고 다른 사람을 구한다….]

한 시민단체 신고로 시작된 식약처 조사 결과, 이렇게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조립된 노즐캡은 무려 20만 개에 달했습니다. 

모두 전문가용 신속항원 검사키트 부품이었습니다.

제약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가 하청을 줬는데 이 업체가 다시 재하청을 주면서 가정집까지 부품이 흘러가게 된 겁니다.

다행히 납품되기 전에 전량 폐기 조치됐다고 식약처는 밝혔습니다.

제약회사는 물론, 노즐캡 제작 납품을 맡은 업체도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했습니다.

[노즐캡 제작 업체 대표 : 하다못해 방진복에 캡 쓰고 라텍스 장갑 끼고 작업 환경이 그런데 가정집에서 그게 지켜지겠느냐고요. 재하청 업체가 저한테 신고하지 않고 수량을 많이 할 욕심에….]

식약처는 과징금도 부과하지 않고 구두로 엄중 경고 조치를 내리는 데 그쳤습니다.

결과적으로 '미수'에 그쳤고 제약회사가 개입한 정황이 없었기 때문이라는데, 미온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간정혁/새싹부모회 대표 : 이번 업체 같은 경우는 전단을 외부로 붙여서 아마 발각이 된 거 같고요. 이 업체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노즐캡은 하청을 주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재하청으로 인해 이런 문제들이 반복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혁민/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 가정집에서 만드는 건 말이 안 되겠죠, 오염의 문제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을 거고. 시설 밖에서 제작이 된 게 책임이 없다라고 얘기하긴 좀 곤란하지 않을까요.]

확진자가 급격히 늘면서 코로나 진단 키트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 당국의 엄격한 법 적용과 관리감독이 더욱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박진호·강동철, 영상편집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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