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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나치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했다는 푸틴, 사실은?

[사실은] 나치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했다는 푸틴, 사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이 갈수록 잔혹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9일에는 마리우폴 지역 산부인과와 어린이 병원까지 집중 포격하면서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러시아는 민간인 희생 사실을 부인하며, "병원은 오래 전부터 네오 나치 조직이 점령한 곳"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러시아의 침공 명분 가운데 하나는 '우크라이나의 탈(脫)나치화'입니다. 젤렌스키 정부가 사악한 나치 정권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민중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러시아의 이런 주장, 사실일까요.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따져 봤습니다.

사실은 로고

러시아는 침공 초반부터 우크라이나가 나치 세력에게 장악됐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반복해 왔습니다. 러시아의 고위 공직자들이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밝힌 내용입니다. 물론 푸틴 대통령의 생각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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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내에서 나치 세력의 활동을 금지하는 법까지 만들겠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이번 전쟁은) 우크라이나에서 신나치주의 조직의 활동을 금지하는 법안을 채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It means adopting legislation banning activity of neo-Nazi organisations in Ukraine…
- 알렉세이 메쉬코프 프랑스 주재 러시아 대사, 지난 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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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나치 세력에 장악됐나요?


90년대부터 스멀스멀 유럽 사회에서 고개를 들었던 네오 나치즘은 아시다시피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치즘 부활 운동입니다. 백인 우월주의, 반(反) 유대주의, 반(反) 이슬람주의의 교리를 품고 있습니다. 홀로코스트를 부정하고, 히틀러를 찬양하기도 합니다.

러시아 주장의 타당성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 내부의 권력 구도를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대계입니다. 할아버지는 2차 세계 대전에서 나치에 맞서 싸운 군인 출신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많은 친척들이 홀로코스트에서 희생되기도 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0년 예루살렘을 방문했을 때, 친척 할아버지 3명이 전쟁 중 독일이 주도한 유럽 유대인 대학살로 처형됐다고 말했다. 희생된 친척의 형제였던 그의 할아버지는 살아 남았다.
Three of Zelensky’s great-uncles were executed as part of the German-led genocide of European Jews during the war, the president said on a trip to Jerusalem in 2020. His grandfather, who was the brother of those killed, survived.
- 워싱턴포스트 2월 24일자 <Putin says he will ‘denazify’ Ukraine. Here’s the history behind that claim.>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5월 취임 직전, 할아버지 무덤을 찾아 헌화했습니다. 자신의 SNS에 "나치즘이라는 비인간적 이데올로기가 영원히 과거에 머물고 있어 다행이다. 나치즘에 맞서 싸워 승리한 사람들에게 감사하다."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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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는 당시 대선 결선 투표에서 73.22%의 지지율로 승리했습니다. 만일 우크라이나가 나치즘의 색채가 강한 나라였다면, 유대계 대통령을 선택하지 않았을 겁니다.

2019년 7월, 최근 총선 결과를 보면 더욱 확연합니다. 최근 유럽 사회는 극우 포퓰리스트들이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게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나치즘을 차용하고 심지어 추종하는 인종주의 정당들입니다.

우크라이나 역시 극우 정당이 있습니다. 스보보다(Svoboda)가 대표적입니다. 1991년 사회국민당이라는 이름으로 결성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보보다는 최근 총선에서 얼마의 득표율을 받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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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총 의석수는 450석 입니다. 한국과 총선 시스템은 다르지만 한국식 대로 표현하면, 비례 대표제에서 2.5%의 득표율을 받아 단 한 석도 챙기지 못했고, 지역구에서는 서부 지역인 이바노 프랑키비츠, 딱 한 곳 당선되는 데 그쳤습니다. 스보보다도 다른 유럽 국가들의 노골적인 나치 계열 정당에 비해 극우적 색채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실제, 유럽 정치학계와 외신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극우 정당의 위세가 약한 국가로 꼽고 있습니다.
 
스톡홀름 동유럽 연구 센터(SCEEUS)의 분석가인 암드레아스 움란트는 독일의 소리(DW)와의 인터뷰에서 "(나치즘과) 우크라이나와의 비교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움란트는 우크라이나에 극우 단체가 있지만 많은 유럽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말했다. 
However, the comparison with Ukraine is wrong, Andreas Umland, an analyst at the Stockholm Center for Eastern European Studies (SCEEUS), told DW: "This talk of Nazism in Ukraine is completely out of place," he said. …… While there are far-right groups in Ukraine, Umland said, they are relatively weak compared to those in many European countries.
- 독일의 소리(DW), Do Vladimir Putin's justifications for going to war against Ukraine add up?, 2월 25일자.

역사적인 맥락도 있습니다. 우크라이는 홀로코스트의 가장 큰 피해국 가운데 하나입니다. 1941년과 1944년 사이, 당시 소련에 살고 있던 백만 명 이상의 유대인들이 나치 독일에 의해 희생됐는데, 희생자 대부분이 지금의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살해됐습니다. 당시 소련계 유대인들은 유대인 정착촌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나치 독일은 유대인을 골라낼 필요 없이, 마을 전체를 학살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이스라엘 만큼이나 나치즘에 대해서는 깊은 한이 서려 있는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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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독일의 우크라이나 지역 유대인 대학살
 

아조프 연대 논란


그렇다면 러시아는 왜 자꾸 이런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 걸까요. 

러시아는 구체적인 사례로 '아조프 연대'를 꼽습니다. '아조프 민병대'로 알려진 이들은 2014년 우크라이나 돈바스 전쟁 당시 결성됐습니다. 돈바스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역에서 벌어졌던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정부군간의 전쟁입니다. 겉보기에 내전이지만, 분리주의자들은 우크라이나의 친러 세력들로, 그 뒤에는 러시아가 있었습니다. 돈바스 전쟁의 연장선에 이번 전쟁이 있습니다.

당시 아조프 연대는 친러 세력에 맞서 의병 활동을 했는데, 그들의 사상이 문제가 됐습니다. 백인 우월주의 색채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아조프 연대의 부대 마크도 나치의 하겐크로이츠와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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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조프 연대의 부대 마크(왼쪽)과 나치의 하겐크로이츠

돈바스 전쟁 과정에서 친러시아계 주민을 잔혹하게 학살했다는 의혹도 받았습니다. 당시 기사들을 보면 '나치 민병대'라는 표현을 자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도 비난이 컸는데, 2015년 6월 미국 의회는 아조프 연대에 대한 지원을 끊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이후, 아조프 연대는 우크라이나의 정규군으로 편입됐습니다. 이듬해 미국도 결의안을 해제하며 지원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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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아조프 연대

저희 사실은팀이 아조프 관련 자료를 많이 찾아봤는데, 여전히 평가가 갈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아조프를 위시한 우크라이나 극우 세력이 이번 전쟁을 이용하는 측면도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다른 나라의 네오 나치스트들이 아조프를 구심점 삼아 모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국제적인 신나치주의자와 백인 우월주의 세력이 우크라이나의 극단적인 민병대에 입대해 훈련과 전투 경험을 쌓으려 하고 있다.
In recent years, global neo-Nazi and white supremacist extremist foreign fighters have sought training and combat experience by joining ultranationalist defense militias in Ukraine. 
- MSNBC, <Fighting Russia in Ukraine sadly appeals to racist, far-right extremists>, 3월 7일자.

사실은팀은 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홀로코스트의 기억 때문에 나치즘을 가장 배척할 수밖에 없는, 이스라엘 언론의 태도를 주목하기로 했습니다. 

예루살렘 포스트는 아조프 연대가 우크라이나 정규군에 편입된 이후 극우 성향이 희석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공식군에 편입된 이후 신나치주의에서 벗어났고, 2016년 초 우크라이나의 유대인 단체는 미국의 (아조프 연대에 대한) 지원 금지 해제에 반대하지 않았다.
However, since its incorporation into Ukraine's official armed forces it has moved away from neo-Nazism, and a Ukrainian Jewish group as early as 2016 did not oppose lifting the US ban.
- 예루살렘 포스트, <Did the infamous Azov Battalion inspire Putin's 'denazification' claim?>, 3월 5일자.

국내에서도 아무리 러시아가 밉다고 해도, 아조프 연대의 전쟁 범죄에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물론 평가는 시청자 분들의 몫입니다.

다만, 외신이나 학계의 결론은 어쨌든 하나로 모입니다. 아조프 연대가 극단적인 나치 세력이라고 쳐도,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킬 명분이 될 수는 없다는 겁니다.

러시아군, 산부인과·어린이 병원 폭격

워싱턴포스트의 최근 기사가 이를 잘 정리해 놨습니다.
 
신나치주의자들 중 가장 극단적인 자들의 계획은 훨씬 더 불길하다. 그들은 우크라이나가 문명 전반의 붕괴를 가속화하여 잿더미에서 파시스트 국가들을 건설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물론 이러한 사태 중 어느 부분도 전쟁이 우크라이나를 탈나치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푸틴의 주장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For the most extreme among these neo-Nazis, the plan is even more sinister. They see Ukraine as a chance to further “accelerationist” agendas, which seek to speed up a civilization-wide collapse and then build fascist ethno-states from the ashes. Of course, none of these developments validate Putin’s claims that the war is about “denazifying” Ukraine. 
- 워싱턴포스트, Neo-Nazis are exploiting Russia’s war in Ukraine for their own purposes, 3월 15일자.

SBS 사실은 팀은 단순히 사실과 거짓 판정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다양한 층위를 풀어내는 팩트체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SBS 사실은 치시면 팩트체크 검증 의뢰하실 수 있습니다. 요청해주시면 힘닿는 데까지 팩트체크하겠습니다.

(인턴 : 이민경, 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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