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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세계 부자 10위 안에 0명…추락하는 중국 부자들

중국 부자연구소인 후룬연구원이 3월 17일 '2022년 세계 부자 순위'를 발표했습니다. 후룬연구원은 해마다 전 세계 부자들의 명단을 공개해오고 있습니다. 이번 명단에서는 중국 부자들의 '추락'이 눈에 띕니다. 중국이 처한 경제 현실, 중국 정부의 기업 규제 정책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중국 후룬연구원이 3월 17일 발표한 '2022 후룬리포트'

중국 최고 부자, 지난해 세계 부자 7위→올해 15위

세계 부자 1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차지했습니다. 머스크의 재산은 1조 2,900억 위안(245조 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00억 위안(1조 9,000억 원)이 증가했습니다. 2위는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225조 원), 3위는 프랑스 명품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183조 원), 4위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148조 원)로, 역시 지난해와 순위가 같았습니다. 지난해 5위였던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14위로 내려앉았고, 대신 지난해 6위였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142조 원)이 5위 자리를 꿰찼습니다. 저커버그의 추락은 페이스북의 실적 부진에 따른 주가 하락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 1~5위 부자 순위. 순서대로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베르나르 아르노,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중국 부자들의 순위도 큰 하락 폭을 보였습니다. 중국인 중 최고 부자는 중국 생수업체 농푸산취안의 창업자인 중산산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화권 최고 부자라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중산산의 재산은 4,550억 위안(86조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중산산의 순위는 지난해 7위에서 올해 15위로 8계단이나 하락했습니다. 그의 재산도 지난해 5,500억 위안에서 1,000억 위안 가까이(18조 원) 줄었습니다. 후룬리포트는 '농푸산취안의 실적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증가했지만 자본시장의 부진으로 주식 가치가 하락했다'고 적었습니다.
 

세계 재산 감소 폭 가장 큰 10명 중 9명이 중국인

중국 부자 2위는 틱톡을 보유한 바이트댄스의 창업자 장이밍(64조 원)으로 세계 순위는 23위에 머물렀고, 이어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닝더스다이의 창업자 쩡위췬(63조 원) 세계 24위, 텐센트 창업자 마화텅(62조 원) 세계 28위,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44조 원) 세계 34위 순입니다. 마화텅은 지난해 세계 14위, 마윈은 25위였는데, 올해 각각 14계단과 9계단 떨어진 것입니다. 마화텅과 마윈은 둘 다 재산이 30% 이상 감소했습니다. 특히 중국 정부로부터 미운 털이 박힌 마윈은 2020년 세계 21위에서 2021년 25위, 2022년 34위로 그야말로 추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지난해에 비해 재산 감소 폭이 가장 큰 부자 10명 중 9명이 모두 중국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인 것은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의 창업자 황정입니다. 황정은 지난해 재산 4,500억 위안(85조 원)으로 세계 19위에 올랐지만, 올해 재산은 1,200억 위안(22조 원)으로 세계 93위까지 떨어졌습니다. 하락 폭 세계 2위는 중국의 대표적 외식기업인 훠궈 체인 하이디라오의 장융 부부입니다. 이어 마크 저커버그,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회장 쉬자인, 텐센트 마화텅 순입니다.

재산 감소 폭 순위. 상위 10명 중 9명이 모두 중국인이다

중국 매체 "중국 10억 달러 이상 부자 수 미국보다 많아"

중국 부자들의 이같은 추락은 중국 정부의 국정 기조와 맞닿아 있습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부터 '공동 부유'를 내세우며 부의 분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 격차를 줄이자는 취지인데, 이 공동 부유론은 거대 기업들에 대한 규제로 이어졌습니다. 알리바바에 3조 원대 반독점 벌금을 부과했고, 텐센트 등은 수익성 둔화와 사업 위축에 빠졌습니다. 바이트댄스 창업자 장이밍 등 젊은 창업자들이 조기 은퇴를 선언했으며, IT 업계의 위축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더불어 중국 경제의 급속한 성장 동력 하락으로 연결됐습니다. 기업들의 주가도 좋을 리 없었습니다. 어쩌면 중국 부자들의 추락은 예고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중국 관영매체들은 아전인수 격으로 보도했습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8일 "중국이 75명의 새로운 억만장자를 추가하면서 여전히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고 전했습니다. 10억 달러(1조 2,000억 원) 이상 중국 부자의 수는 지난해보다 75명 늘어난 1,133명으로, 미국(716명)과 인도(215명)보다 앞섰다는 내용입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억만장자 수가 올해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중국 정부가 생각하기에도 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과했다고 판단됐는지 올해는 방향 전환을 예고했습니다. 지난 5일 열린 우리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리커창 총리는 정부 업무 보고를 통해 "안정 최우선 원칙을 견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공동 부유, 저탄소 성장 등의 '개혁'보다는 '안정적인 성장'에 방점을 찍겠다는 뜻입니다. 이를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중국 금융안정발전위원회는 16일 "'안정 속 발전' 기조를 견지하면서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감독을 하겠다"고 발표했고, 빅테크 기업의 저승사자라 불리는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도 17일 "올해는 예측 가능한 규제를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기업들의 숨통을 여기서 더 조이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과 여전한 봉쇄, 격해지는 미중 갈등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더해진 상황. 내년 세계 부자 순위에 중국인이 얼마나 자리를 유지하고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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