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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배출 안 줄이면 금세기 말엔 진달래 2월에 핀다

탄소 배출 안 줄이면 금세기 말엔 진달래 2월에 핀다
"개나리 노란 꽃그늘 아래 가지런히 놓여있는 진달래 한 송이."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앞으로 아이들은 이렇게 가사가 바뀐 동요를 이른 봄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배워야 할 수도 있습니다.

기상청은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봄꽃 개화일 전망을 오늘(17일) 공개했습니다.

전망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상 '고탄소 시나리오'(현 수준과 비슷하게 온실가스를 지속해서 배출·SSP5-8.5)를 적용하면 이번 세기 후반기(2081~2100년) 개나리·진달래·벚꽃 개화일이 초봄으로 현재(1991~2020년 평균)보다 25일 안팎 앞당겨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꽃별 개화일 전망치를 보면 개나리는 현재 3월 25일인 개화일이 금세기 전반기(2021~2040년)엔 3월 19일, 중반기(2041~2060년)엔 3월 13일, 후반기엔 3월 2일로 앞당겨질 전망입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 및 봄꽃 종류에 따른 개화 시기 (사진=기상청 제공, 연합뉴스)

현재 3월 27일이 개화일인 진달래는 개화일이 3월 20일→3월 14일→2월 28일로 일러질 수 있습니다.

현재 4월 4일쯤 피는 벚꽃의 경우 3월 29일→3월 22일→3월 10일로 개화일이 당겨질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2070년쯤 탄소중립을 달성(저탄소 시나리오·SSP1-2.6)하더라도 봄꽃 개화일이 일러지는 것은 막지 못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저탄소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금세기 후반기 봄꽃 개화일은 3월 15일(개나리·진달래)과 3월 25일(벚꽃)로 현재보다 열흘 안팎 당겨지리라 전망됩니다.

봄꽃 개화일은 과거에 견줘 이미 많이 앞당겨진 상황입니다.

작년 서울에서 개나리는 3월 19일, 진달래는 3월 16일, 벚꽃은 3월 24일 폈습니다.

특히 지난해 서울 벚꽃 개화일은 1922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일렀습니다.

2010년대 평균 개화일(서울)을 보면 개나리 3월 29일, 진달래 3월 28일, 벚꽃 4월 6일로 1950년대 개화일에 견줘 각각 9일·3일·9일 앞섰습니다.

기상청은 "195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약 60년간 봄꽃 개화일이 3~9일 당겨졌는데 지금부터 앞으로 60년간엔 23~27일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됐다"라면서 "개화일이 과거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과거 연대별 봄꽃 개화 시기 (사진=기상청 제공, 연합뉴스)

이어 "봄이 시작하는 시점도 일러지고 있을 뿐 아니라 입춘과 경칩 등 절기 때 기온도 오름세를 보인다"라면서 "봄꽃 개화일이 바뀌면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봄꽃 개화일이 앞당겨지는 폭이 지역별로 차이가 나는 점과 꽃 간 개화일 차이가 줄어들거나 역전될 것으로 보이는 점도 주목됩니다.

인천·부산·목포·서울·대구·강릉 등 6개 계절관측지점 고탄소 시나리오 적용 금세기 후반기 개화일 전망을 보면 개나리의 경우 인천(현재보다 29일 당겨짐)에서 개화일이 가장 많이 앞당겨지고 부산(12일 당겨짐)에서 제일 적게 당겨졌습니다.

진달래는 개화일 변동 폭 최대와 최소 지역이 서울(35일 당겨짐)과 부산(15일 당겨짐)이고 벚꽃은 대구(30일 당겨짐)와 목포(21일 당겨짐)로 나타났습니다.

식물은 기온 등에 반응하는 단백질이 '생체시계'를 조절하고 이에 따라 각기 다른 시점에 꽃을 피웁니다.

현재는 통상 개나리가 진달래보다 먼저 핍니다.

그런데 이번 기상청 전망에 따르면 금세기 후반기에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한꺼번에 개화하거나 진달래가 더 이르게 필 것으로 예상됩니다.

봄꽃들이 동시에 또는 순서를 뒤바꿔 피는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직박구리 벚꽃 나무 (사진=연합뉴스)

2018년 서울에선 개나리와 진달래가 3월 27일에 한꺼번에 개화했습니다.

또 작년에는 서울에서 진달래(3월 16일 개화)가 개나리(3월 19일 개화)보다 사흘 먼저 폈습니다.

개화일이 뒤죽박죽된 원인의 하나로 봄철 이상고온현상이 잦아진 점이 꼽힙니다.

즉 '개나리는 필만한데 진달래가 피기엔 낮은 기온'을 건너뛰고 '개나리도 진달래도 필 만큼 높은 기온'이 바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서울에서 100년 만에 벚꽃이 가장 이르게 핀 작년 3월의 경우 전국 평균기온이 8.9도로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된 1973년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사진=대구 서구, 기상청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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