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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윤 집무실' 용산 이전…'국방 상왕' '군심 이반' 경계한다

서울 용산구의 국방부 청사(오른쪽)와 합참 청사(왼쪽)

대통령 집무실 후보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국방부 리모델링 계약을 서두르고 있다는 말도 들립니다. 대선 캠프의 안보 분야 인사들이 국방부 현장 답사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초 유력했던 정부서울청사 별관은 뒤로 밀리는 분위기가 확연합니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약속이 중요하다지만 대통령 집무실의 국방부 이전안을 아무 비판 없이 받아들여도 될까요. 미국으로 치면 국민들에게 백악관 개방하고, 펜타곤에 대통령 집무실 차리는 격입니다. 지하 벙커, 헬기장 등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데 안보적 측면에서 단점은 없을까요.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옮기면 국방부뿐 아니라 합참의 대대적 이전과 어느 정도의 기능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문민 통제의 사령탑 국방부와 전군 총사령부 합참이 상당 수준의 혼란과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특히 안보의 뇌와 신경망의 첨단인 합참 지휘통제실을 손대야 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단점도 위와 같은데 더 큰 걱정이 군 안팎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청와대 경호처장이 국방부와 합참, 각군의 상왕 노릇을 할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국방 상왕의 등장은 군 지휘계통의 혼란으로 직결됩니다. 막아야 합니다.
 

MB정부식 국방 상왕의 재림인가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실세 경호처장의 일화가 요즘 군인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육군 고위 장성 출신의 경호처장이 육·해·공군 참모총장들을 따로 불러 여러 가지 군 사안에 간섭하는 월권적 행위를 했고, 국방장관과 심하게 알력을 빚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면 그때보다 심한 상황이 펼쳐질까봐 현역 군인들 근심이 큽니다.

차기 정부의 경호처장은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예비역 육군 중장)이 확실시 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당선인의 충암고 1년 선배로 대선 캠프의 안보 분야에서 역할을 했습니다. 캠프의 예비역들을 이끄는 좌장으로 꼽힙니다. 당연히 국방장관 1순위 후보로 부각됐습니다. 하지만 17사단장 복무 당시 부대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이 발목을 잡아 청문회 없는 경호처장에 기용된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김용현 예비역 중장이 집무실 이전 TF 팀장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함께 국방부 청사를 답사하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김용현 예비역 중장이 국방부 청사 이전안을 주도하는 모양새입니다.

김용현 예비역 중장 주도로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고 김 중장이 경호처장에 임명되면 경호처장은 용산의 실세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 캠프 출신 예비역 장성이 국방장관에 임명되면 차기 정부 초대 국방장관은 경호처장의 그늘 아래 들어가기 십상입니다. 장성 인사 제청권을 쥔 국방장관이 그럴진대, 합참의장과 각군 총장 이하 장성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육군의 한 장성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과 김용현 경호처장 임명이 실현되면 국방부와 군은 전례없는 시어머니를 모시게 될 것"이라며 "사사건건 간섭으로 군의 작전 지휘체계는 흔들리고 결국 위협에 대한 적시의 적절한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영관급 장교는 "차지철 경호실장, MB정부 실세 경호처장 체제의 꼭두각시 군을 떠올리는 군인들이 많다"며 "앞날이 뻔히 보여서 무섭다"고 토로했습니다.
 

국방부와 합참의 졸속 이사는 괜찮나

대통령 집무실은 국방부 청사의 1~5층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해당 층의 장관실, 차관실 등 주요 사무실은 합참 청사, 과천청사, 또는 대전 계룡대로 옮겨야 합니다. 필요에 따라 모여 있는 조직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것입니다. 평수 줄여 이사하고, 중형차 타다 소형차로 바꾸면 속상하듯 졸지에 곁방살이 신세 되는 군심(軍心)은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제일 큰 문제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합참 지휘통제실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의 통합입니다. 합참 지휘통제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그리고 국지도발부터 전면전에 이르기까지 대북 군사정보가 집결되는 곳입니다. 대한민국 군사 안보가 결정되는 곳입니다. 역할과 기능에 맞게 장비와 편제가 촘촘하게 짜여진 곳입니다.

반면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군사뿐 아니라 정치, 경제, 외교 등 국가 단위의 컨트롤타워입니다. 합참 지휘통제실과 다분히 이질적입니다. 화학적 결합이 쉽지 않습니다. 지휘통제실은 온갖 방호설비로 둘러싸인 곳이라 확장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김종대 군사전문가는 SNS에 "합참 벙커는 군 지휘부를 위한 시설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국가 주요 요인과 참모를 데리고 들어가기에 비좁다"며 "국가 비상시에 군인들 다 내쫓을 건가"라고 질타했습니다.

대통령 집무실, 국방부 청사 유력

캠프의 예비역들은 뭐하나

국방부 청사 이전을 밀어붙이는 김용현 예비역 중장은 국방부 청사 이전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 것입니다. 캠프와 인수위의 예비역 장성들도 국방부와 합참 지휘통제실을 손 대면 안 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압니다. 군이 술렁인다는 소문도 벌써 전달됐을 터.

김용현 중장을 비롯한 캠프와 인수위의 예비역들이 이전의 문제점, 군의 분위기를 당선인 측에 명시적으로 전달했는지 궁금합니다. 국방부 청사 이전이 거의 확정된 것처럼 보도가 나오고 당선인 측이 고민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점을 보면 누구도 바른 소리를 안 한 것 같습니다.

차기 정부의 안보 강화를 위해 캠프에 뛰어들었다면 예비역 장성들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이 초래하는 문제점을 당선인 측에 고언하길 바랍니다. 예비역 장성들이 그토록 노래하던 안보가 걸린 일입니다. 그 정도 수고는 해야 나중에 한 자리 챙겨도 후배들 볼 낯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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