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망자 하루 400명대…장례식장마저 긴 대기 줄

251명(이달 13일 0시 기준)→200명→293명→164명, 그리고 429명.

국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이 정점으로 치달으면서 오늘(17일) 0시 기준으로 사망자 수가 하루 만에 400명 넘게 폭증했습니다.

지난달만 해도 하루 수십 명 남짓이던 코로나19 사망자는 이달 2일 128명을 기록한 뒤 하루도 100명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습니다.

장례식장과 영안실, 화장장 등 일선 장례 현장에서는 사망 후 며칠 내에 장례를 치르기가 어려울 정도로 대기열이 밀리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빈소 14곳이 꽉 차 있었습니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최근 전체 고인 중 대략 30∼40%는 코로나로 돌아가신 분들"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시신을 총 18구 모실 수 있는 안치실도 다 차 있어서 더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줄이 길어서 장례가 끝난 뒤에도 며칠씩 대기하다가 화장장으로 가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비슷한 시각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도 빈소 18곳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이 중 4명가량은 코로나19 사망자라고 장례식장 측은 설명했습니다.

시신 32구가 들어갈 수 있는 안치실에도 빈자리가 없었습니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오미크론 확진자가 폭증한 한두 달 전부터 안치실이 매일 꽉 차 있고, 하루에 10분 이상이 자리가 없어 돌아간다"며 "유족들도 이런 상황을 이해하시기는 하지만, 사흘간 장례를 치른 뒤에도 바로 발인을 하지 못하고 며칠씩 더 기다려야 하니 피곤해하고, 직원들의 업무도 늘어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코로나 사망자를 화장하는 서울 서초구의 서울추모공원 화장로 11기도 쉴 새 없이 가동되고 있으나 대기열이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보건복지부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 화장장은 오는 20일까지 예약이 꽉 찼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상조업체 의전지도사 송 모(49)씨는 "이 일을 6년 했지만, 화장 대기가 이렇게 심한 적은 없었다"며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은 물론 부산 등 전국적으로 화장장이 너무 부족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족들의 고충도 큽니다.

송 씨는 "유족은 가족을 잃어서 힘들고, 영안실 안치도 바로 안 돼서 힘들고, 화장장도 못 찾아 힘든 그야말로 삼중고"라며 "상조업체가 화장장을 안 잡아주고 뭐 하냐, 무조건 잡아내라고 해서 힘들기도 하다"며 혀를 찼습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코로나19 사망자에 일반 사망까지 겹쳐 급증한 화장 수요에 대응하려 다음 달 중순까지 공설 화장시설의 가동 횟수를 늘리는 집중운영기간을 마련했지만, 현장에서는 개선 사항이 체감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장례지도사 정 모(71)씨는 "최근에 화장 횟수를 늘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더 늘려줄 필요가 있다"며 "며칠 전엔 서울에서 화장할 곳이 없어 전라도의 장례식장까지 연락했다는 사례도 들었다"고 했습니다.

정종규(64) 프리드라이프 부평지점장도 "서울과 인천 등에서 하루 화장로 가동 시간을 4∼5시간씩 늘렸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사망자가 평소보다 많이 나오는 환절기가 겹쳐 화장장을 찾지 못해 '6일장'을 지내야 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고 토로했습니다.

정 지점장은 특히 수도권에 화장장이 굉장히 부족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주민 반대가 많아 어렵겠지만 고령화 시대에 사망자가 더욱 늘어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화장장을 더 지을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과중한 업무에 장례지도사 당사자들의 감염까지 겹쳐 장례 서비스 질이 하락하는 상황도 문제입니다.

성 모(45) 서울성모병원 장례지도사는 "직원들 업무량이 늘어난 코로나 확진 등으로 일할 수 있는 직원이 줄어들다 보니 업무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최근 성 씨와 근무하는 직원 14명 중에서 일주일에 3명가량은 확진 판정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성 지도사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업무 강도가 100이었다면, 지금은 매일 130∼150을 오르내린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