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평화를 지키는 세계의 지도자가 돼 달라"고 간곡히 호소하며 추가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 상·하원 의원들을 대상으로 16분 남짓 진행한 화상 연설에서 "세계의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평화의 지도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군용 티셔츠 차림으로 연설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나에겐 꿈이 있다'는 연설 문구를 인용한 뒤 "나에겐 필요가 있다. 나는 우리의 하늘을 지킬 필요가 있다"며 우크라이나 상공에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하라는 요구를 상기했습니다.
이어 "이것이 너무 과한 요구라면 대안을 제시하겠다"면서 S-300과 같은 대공 미사일 방어시스템과 항공기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미국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이나 전투기 지원이 긴장을 고조시켜 서방과의 전면전 가능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금이 우크라이나와 유럽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라고 한 뒤 "우리는 지금 당장 여러분이 필요하다. 더 많을 일을 할 것을 촉구한다"며 러시아의 침공이 멈출 때까지 제재를 부과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이 러시아의 모든 정치인을 제재하고 미국의 모든 기업이 러시아를 떠나야 한다"며 "러시아인이 우크라이나 국민을 파괴하는 데 사용할 단 한 푼의 돈도 받을 수 없도록 보장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 중간 전쟁으로 폐허가 된 모습,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는 모습, 아이와 여성이 울부짖고 희생자들을 땅에 던지듯 매장하는 모습 등 참혹한 광경이 담긴 1분 30초가량의 영상을 틀었습니다.
영상 말미에는 "우크라이나의 하늘을 폐쇄하라"며 비행금지 구역 설정이라는 요구를 재차 강조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행동과 지원을 호소하는 마지막 부분은 통역 없이 직접 영어로 연설했습니다.
미 의원들은 연설이 끝나자 기립 박수를 보내며 응원했습니다.
연설 직전에는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의 유도로 '슬라바 우크라니'(Slava Ukraini·우크라이나에 영광을)라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미국을 방문한 외국 정상이 의회에서 연설하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화상 연결을 통한 연설은 전례를 찾기 힘듭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1일째로, 수도 키이우(키예프)에 남아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달 초 벨기에 유럽의회에서 열린 특별 회의에서도 화상 연설을 했습니다.
또 영국과 캐나다 의회에서도 결사항전의 의지와 지원을 호소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일본 국회 화상 연설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