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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 "겁나죠" 염전 피해자들 '스톡홀름 증후군' 보여

[끝까지판다] "겁나죠" 염전 피해자들 '스톡홀름 증후군' 보여

원종진 기자

작성 2022.03.15 20:47 수정 2022.03.16 00:0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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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남에 있는 염전에서 여전히 노동 착취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저희 끝까지판다팀이 전해드린 적 있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저희가 취재 갔을 때는 피해 사실을 부인하던 염전 노동자들이 최근 진술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일하면서도 그걸 숨겼던 사람들이 뒤늦게 사실을 털어놓은 이유가 뭘지, 먼저 원종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지난 1월, 소금 생산을 쉬는 시기지만, 지저분한 화장실이 딸린 염전 노동자 숙소에는 박영근 씨 동료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취재진에게는 피해 사실을 부인하기 급급했습니다.

[피해 염전 노동자 동료 (지난 1월) : 아닙니다. (월급은) 매달 나옵니다. 억울한 거 없으니까 빨리 가시라고.]

전남도경이 추가 조사를 위해 섬 밖으로 데리고 나온 이들 중 2명을 최근 다시 만났습니다.

진술이 달라졌습니다.

[추가 구출된 염전 노동자 : 이게 뭐 일을 못 한다고 어쩌고 하고. 소금삽 그런 걸로도 때리고, 주먹으로도 때리고. 불안을 갖고 항상 일을 해요. 또 언제 때릴지 모르니까.]

본인 통장은 염전 주인이 관리했고 10년 정도 일했지만, 수중에 남은 돈은 거의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추가 구출된 염전 노동자 : (10년을 일했는데 통장에 아무것도 안 남았다고요?) 예.]

지난해 11월 증도 파출소에서 이뤄진 첫 조사에서는 왜 피해 사실을 부인했던 걸까.

[추가 구출된 염전 노동자 : 내가 얘기해봤자 어차피 사장님이나 누구나 또 알게 되면… 저는 이제 그게 또 겁나죠. 아무리 내가 얘기해도 그러겠죠. '주인한테 직접 한 번 이야기를 해 봐라']

염전 주인과 사실상 공동생활을 하고 오랜 기간 좁은 지역 공동체에만 머물다 보니 항상 감시당하는 불안에 시달렸다고 했습니다.

[추가 구출된 염전 노동자 : 같이 방 자는 사람도 몇 명 있고 그러니까 가려고 해도 못 나가지. 두려움에.]

염전 주인을 아버지, 어머니로 부르는 심리적 예속 상태에서 회유와 압박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아동 학대 피해자들이 간혹 드러내는 이른바 '스톡홀름 증후군'을 이 노동자들도 겪은 것으로 보입니다.

[염전주 가족 : 너희들 진술서 잘 써야 돼. 말 잘해야 돼. 있는 대로.]

[추가 구출된 염전 노동자 : (염주가) '너 가면 조사 똑바로 받아라. 네가 조사 잘못 받으면 너도 구속될 수가 있다.'(라고 했어요.)]

염전 주인으로부터 확실히 분리하지 않고, 보호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진 조사로 밝혀내지 못한 착취 피해가 더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추가 구출된 염전 노동자 : 증도대교 딱 건너자마자 그 생각을 했어요. '아, 이 때다, 이 때다.' '(전남)경찰청한테 가서 그 사실대로 가서 얘기를 해주고 더 이상은 염전은 두 번 안 들어간다.']

전남도경은 탈출 의사를 밝힌 이들의 장애인 등록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이희철/전남경찰청 피해자보호계장 : 나오신 분들이 다시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생계비, 주거지원 등을 다른 기관과 연계해 끝까지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노동 착취 피해자가 더 있는 건 아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위원양, VJ : 김준호)

▶ [끝까지판다] 장애인 복지 구멍에 '염전 착취'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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