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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오미크론 확산에 '제로 코로나' 흔들…중국의 딜레마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3월 14일 하루 동안 홍콩과 마카오 등을 제외한 중국 본토에서 3,507명의 확진자와 1,647명의 무증상 감염자가 나왔습니다. 중국은 2020년부터 무증상 감염자를 확진자와 분류해서 별도로 집계하고 있는데, 당시 확진자 규모를 줄이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뒤따랐습니다. 국제 기준에 따르면, 무증상 감염자 역시 확진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14일 하루에만 중국 본토에서 5,154명의 감염자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는 우한을 중심으로 처음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 2020년 2월의 역대 최고치 1만5,152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입니다.
 

중국 본토 신규 감염자 2주 만에 40배 이상 폭증

2주 전인 3월 1일만 해도 중국 본토의 신규 감염자 수는 119명(확진자 71명, 무증상 감염자 48명)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9일 뒤인 3월 10일 1,100명(확진자 397명, 무증상 감염자 703명)으로 늘더니, 다시 4일 뒤인 3월 14일 5,154명으로 증가했습니다. 2주 만에 40배 넘게 폭증한 것입니다. 

중국 본토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증가 추이 (출처=텅쉰)

물론 하루 신규 확진자가 20만~30만 명에 달하는 한국에 비하면 적은 수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일상 회복을 위해 거리 두기 등의 방역 조치를 완화하는 추세인 반면, 중국은 여전히 '제로 코로나'를 목표로 강력한 방역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해당 거주지역을 폐쇄하고 전 주민에 대해 PCR 검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확산 우려가 있으면 해당 거주단지는 물론, 도시 전체를 봉쇄하고 주민들의 외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강력한 정책을 펴고 있는데도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방역 당국의 고민은 커지고 있습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은 2년 만에 최악의 발병과 싸우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당국 "한국 등에서의 유입도 재확산의 원인"

중국 방역 당국은 최근 재확산의 원인을 오미크론 변이의 특수성에서 찾고 있습니다. 중국 방역 당국에 따르면, 중국 본토에서 발생하는 환자의 80%가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입니다. 중국에서도 이미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잡은 건데, 오미크론 변이는 전파력이 강한 데다 상대적으로 무증상 감염자나 증상이 경미한 환자가 많아 바이러스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중국 방역 전문가의 설명입니다. 바꿔 말하면,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란저우대 연구팀은 '이런 추세라면 제로 코로나 정책 속에서도 앞으로 20일 동안 3만여 명이 추가로 확진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중국 방역 당국은 또 외부에서의 유입 증가도 최근 재확산의 한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대표적으로 베트남과 한국, 미얀마를 들었습니다. 이들 나라에서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들 나라로부터 중국으로 들어온 사람 중 감염자가 많이 발견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탓인지 베이징시내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주거단지에 전 주민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하라는 지침이 내려졌습니다.

베이징시내 한국인 밀집 지역에서 대규모 PCR 검사를 진행하는 장면

최근 한국에서 중국으로 입국한 사람 중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가 이전에 비해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중국 방역 당국이 '외부 유입 증가'를 자국의 재확산 원인의 하나로 꼽는 것은 억지스러워 보입니다. 지금도 외국에서 중국으로 입국하는 모든 사람은 최소 3주 이상의 강제 격리를 거쳐야 합니다. 지역에 따라 최대 두 달 동안 격리를 하는 곳도 있습니다. 중국의 격리는 매우 엄격합니다. 격리 기간 일절 외부인을 접촉할 수 없습니다. 매일 세 차례 체온 검사를 해야 하고, 수시로 PCR 검사를 진행합니다. 격리 시스템에 구멍이 뚫리지 않는 한 외국에서 입국한 사람이 3주 이상의 격리가 끝난 뒤 중국에서 지역 감염을 일으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베트남이나 미얀마에서 밀입국자가 있다면 중국 당국의 설명이 맞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명단에서 한국은 빼야 옳습니다. 최근 한국에서 중국으로 밀입국했다는 보도는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 베이징 패럴림픽 폐막 직후 감염자 급증

오히려, 중국은 자국의 방역 시스템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중국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했다고 발표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모두 끝날 즈음이었습니다. 패럴림픽은 3월 13일 폐막했습니다. 중국 당국이 올림픽 기간 감염자를 쉬쉬하다 올림픽이 끝난 이후 발표한 것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중국의 지방 정부가 올림픽 기간 이를 은폐하거나 방역에 소홀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중국 중앙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지 못하면 해당 지역의 간부들을 줄줄이 징계합니다. 중국 텅쉰신문 등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한 지린성의 경우 한 달 전부터 지역사회 전파가 이뤄졌습니다. 지린성에선 지난 2일 4명의 감염자가 보고됐지만, 환자 중 일부는 이미 지난달 16일부터 의심 증세를 보여 여러 차례 병원 진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징계가 두려워 올림픽 기간을 틈타 제대로 중앙 정부에 보고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최근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한 지린성과 산둥성, 광둥성 등의 간부 26명을 해임했습니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환자 급증의 책임을 물어 최소 26명의 지방 간부를 해임했다. (출처=글로벌타임스)

"중국 백신, 오미크론에 효과 떨어져"…중국의 딜레마

중국 정부는 올해도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5일 열린, 우리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도 방역의 일상화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계속해서 외부의 유입과 내부의 재확산을 막겠다"고 했습니다. 중국이 이처럼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와 관련해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글로벌 공급망 분석센터가 10일 발간한 '글로벌 공급망 인사이트'의 글이 흥미롭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노팜·시노백 등 중국산 불활성화 백신은 서방의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보다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효과가 떨어집니다. 게다가, 중국의 중환자 병상 수는 인구 10만 명당 3.6개에 불과합니다. 서방의 여러 나라처럼 일상 회복을 위해 방역 조치를 완화했다가는 자칫 2년 전 우한에서처럼 걷잡을 수 없는 확산과 의료 붕괴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중국 당국도 이를 인정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란저우대 연구팀의 황젠핑 교수는 "중국이 방역 정책을 완화하면 1,000만 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중국의 모든 정책은 올해 10~11월 열리는 20차 당대회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차 당대회는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되는 행사입니다. 지금껏 코로나19 방역 성공을 공산당 체제의 우월성으로 과시해 온 중국이 섣불리 모험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됩니다. 중국이 자국민들에게 새로운 mRNA 백신을 맞히거나, 오미크론보다 치사율이 낮은 새로운 변종이 우세종으로 자리잡거나, 그것도 아니면 탁월한 효능을 지닌 코로나19 치료제가 상용화되지 않는 한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제로 코로나' 정책의 효과는 떨어지고, 봉쇄에 따른 경제 하방 압력은 가속화되는데, 그렇다고 정책을 곧바로 전환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상태로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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