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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40대는 민주당의 철옹성인가요?

[사실은] 40대는 민주당의 철옹성인가요?
독일의 사회학자 칼 만하임은 세대의 동질성을 코호트(cohort)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비슷한 시기 태어나 유사한 사회적 경험을 하게 되며, 정치적으로도 유사한 태도를 갖게 된다는 겁니다. 자연히 선거 공학자들에게 세대는 지역과 함께 중요한 분석 단위가 됩니다.

최근 세대 담론의 중심에는 '청년층'이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저항적이고 전위적이며, 혁신적이며 진보적 계층으로 '알려진' 청년층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 정당으로 '알려진' 정당이 아닌, 보수 정당으로 '알려진' 정당을 지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최근 젠더 문제가 얽히며, 전통적인 분석 틀로 일반화하기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실제 이번 대선 출구조사를 보면, 이재명과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20대 남성의 경우 각각 36.3%와 58.7%, 20대 여성은 58.0%와 33.8%로 갈렸습니다.

반면, 정치적 지향이 완강해 보이는 세대가 있습니다. 바로 40대입니다. 그간의 선거는 물론이고, 지난해 보궐선거에서도 모든 세대를 통틀어 유일하게 민주당을 지지했습니다. 이번 선거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오늘 <사실은>은 대선도 끝마친 만큼, 시청자분들과 조금 더 본질적인 고민을 해보고 싶습니다. 민주화운동으로 상징되는 586세대와 다층적인 MZ세대, 그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40대, 그들은 누구일까요.

더 구체적으로, 대한민국 40대는 민주당의 철옹성일까요.

사실은 로고

만하임의 코호트 개념으로서의 세대론에 입각해, 지금의 40대의 정치 성향을 '시간열'에 따라 추적해보고자 합니다.

어떻게 분석할까 고민하다가, 우리 대통령 선거가 5년 배수로 열리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연령대가 바뀌는 게 10년 주기인 만큼, 이번 대선에서 40대였던 사람은 2012년 대선에서는 30대로 분류됐을 것이며, 2002년 대선에서는 20대였을 겁니다. 다행히 세 번의 선거 모두 뚜렷한 양자 대결 판세라 분석이 수월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개표 자료로는 지역 단위 득표율 말고는 세대별 득표율을 알 수 없어서 당시의 출구조사로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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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로 분류되는 지금의 30대는 20대였던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우군이었습니다.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당시 후보에게 65.8%를 몰아줬던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하지만 10년 뒤, 윤석열 당선인의 30대 출구조사 득표율은 48.1%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청년층의 역동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면, 지금의 40대는 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민주당의 든든한 우군입니다. 출구조사를 기준으로, 20대였을 때는 노무현 당시 후보에게 59.0%, 30대였을 때에는 문재인 당시 후보에게 66.5%, 그리고 40대인 지금 이재명 후보에게 60.5%를 몰아줬습니다. 대체적으로 민주당 계열과 국민의힘 계열 후보 지지율이 2:1 비율입니다.

민주당 입장에서 지금의 40대는 나이가 들어도 지지해주는, 믿고 보는 철옹성일 수 있습니다. 보통 나이가 들수록 보수 계열 정당 지지세가 강해지는데,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이례적입니다.

투표 대기하는 시민들

이번에는 투표율 보겠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세대별 투표율은 대선 한 달여 뒤에 공식 발표됩니다. 아직 집계가 되지 않았습니다. 2002년과 2012년 대선은 선관위 총람 데이터를, 이번 대선은 출구조사 잠정 추정치를 활용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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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나이가 들수록 투표율은 올라가는 게 정설입니다. 역대 선거를 보면 청년층 보다는 중·장년층이, 중·장년층보다는 노년층의 투표율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40대 투표율 추정치는 과거 투표율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10년 전 30대였을 때의 투표율과 비슷합니다. 특히,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 지지층 결집이 중요하고, 이재명 후보의 핵심 지지층인 40대가 기민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예상에도 그랬습니다.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후보에 대한 실망이 커서 뭔가 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기권으로 던진 것"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 3월 11일 한겨레 기사), "부동산 폭등과 전세난 등으로 불만은 있으나 현 정부에 우호적인 이들이 국민의힘으로 가지 못하고 투표 불참으로 자신들의 고민을 보여준 것"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3월 11일 한겨레 기사), "40대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경험 때문에 문재인 정권에 대해선 굉장히 높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지만, 오히려 배신감도 크게 느꼈던 것"(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3월 14일 YTN 기사)과 같은 해석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해석'일 뿐이라 단정은 어렵습니다. 사실은팀도 여러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볼까 했지만, 해석은 사실의 영역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시청자분들의 몫으로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시간열 데이터를 통해 본 40대는 민주당의 꽤 견고한 지지자였다는 것, 다만,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이번 대선판에서 생각보다는 '압도적인 결집력'을 보여준 것 같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송파 잠전초등학교 체육관 투표소 (사진=연합뉴스)

어느 세대마다 고유의 정체성을 갖고 있습니다. 40대 역시 다른 세대와 구분되는 경험이 있습니다.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40대의 학창 시절과 청년기, 그 기본적 경험을 돌이켜보면 강한 역동성이 느껴집니다.

어린 시절, 서울올림픽을 보며 대한민국의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참사 앞에서 국가적 불신을 동시에 경험한 세대. 권위주의적인 학창 시절 험한 교육을 받으면서도, 대중문화의 판도를 바꿨던 '서태지와 아이들' 팬덤의 주축이었던 세대. 동시에 PC통신으로 온라인 문화의 포문을 열었던 세대. 한일월드컵 거리 응원전을 이끌며 뻔할 수 있는 스포츠 민족주의를 거리 축제의 장으로 만든 세대. 586 선배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이념적 자산을 이어받으면서도, 동시에 운동권의 소멸을 목격하고, 심지어 운동권 해체에 일조한 세대. 권위와 민족과 이념의 잔재 속에서 자유주의를 궤도에 올리고 누리기도 했던 세대…….

질풍노도의 청소년기와 청년기, 결코 어울릴 수 없는 경험이 얽히고설킨 역설과 다이내믹 속에서 정체성이 조형된 세대. X세대, 밀레니엄세대 등 다양한 레테르가 있지만, 40대의 정체성을 쉽게 한 단어로 풀어내기 어려운 이유일 겁니다.

적어도 이번 대선에서 지금의 40대는, 나이가 들수록 보수 계열 정당을 지지하고, 전체적인 투표율을 높여갈 거라는 전형성에서 다소 이탈돼 있습니다. 변화의 '조짐'인지, 별 의미 없는 '우연'인지, 이제 시청자 여러분의 해석이 남았습니다.

당장은 많은 선거 공학자들과 언론이 20대 표심 분석에 집중하고 있지만, 분명한 점은 지금의 40대가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정치 지형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수록 노년층 유권자의 비율도 높아지는 만큼, 선거 판세를 좌우할 가능성이 큽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40대가 민주당의 견고한 우군으로 남을지, 아니면, 또 늘 그래왔던 것처럼 노년층에 진입과 함께 보수 정당 지지로 노선을 갈아탈지, 40대의 정치적 선택에 따라 대한민국 선거 역학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지금 우리 정치가 계속 청년을 소환하는 것처럼, 10~20년 뒤 선거에서는 지금의 40대가 정치 담론의 주인공 세대가 되지 않을까요.

(인턴 : 정경은, 이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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