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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무작정 가는 거예요" 정처 없이 떠나는 피란민들

<앵커>

휴전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4차 협상이 조금 전 중단돼 내일(16일) 다시 재개될 예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폴란드를 비롯한 인접국 국경을 넘은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은 정착할 곳을 찾아가고 있는데, 임상범 특파원이 그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바르샤바행 열차가 들어오자 폴란드 프셰미실 중앙역의 플랫폼이 북새통이 됩니다.

앞다퉈 몸을 구겨 넣는 사람들, 터져 나온 아이의 울음, 고성과 함께 실랑이도 벌어집니다.

[끼어들지 마세요. 아까부터 기다렸다고요.]

산후조리도 못 했을 엄마 대신 두 손으로 아기를 받쳐 든 역무원, 일행을 잃어버린 아주머니, 간신히 자리를 잡고 도시락을 꺼내든 가족.

울화를 참지 못한 여인은 절규하듯 외칩니다.

[우크라이나 피란민 : 러시아의 만행 때문에 우크라이나인들이 이런 끔찍한 전쟁을 겪으리라곤 생각도 못 했습니다.]

하루 세 편 정규 열차에 임시 열차까지 새로 편성됐지만 우크라이나를 떠나온 피란민들로 터져나갈 지경입니다.

큰 도시로 가면 뭔가 기댈 곳이 생기지 않을까.

[(목적지 프라하에) 아는 사람 없어요. 그냥 무작정 가는 거예요.]

앞길 막막한 난민들에게 무임승차가 허락됐습니다.

[옐레나/우크라이나 피란민 : 열차표 없어요. 우크라이나 여권만 보여주면 그냥 태워줍니다.]

사지를 벗어난 우리 교민도 스치듯 만났습니다.

[임영민/우크라이나 탈출 : (얼마나 기차를 타고 오신 거예요?) 총 합하면 뭐 이틀, 3일 가까이 되는 것 같아요. 살면서 가장 힘든 일이었죠. (열차 타기가 쉽지 않으셨을 텐데?) 거의 뭐 전쟁이죠. 전쟁 났는데 전쟁이란 표현 쓰면 좀 그렇지만 전쟁이죠. (거기 상황은 어때요? 포탄 소리 들리고?) 매 시간마다 들리죠. 상황이 좀 악화되니까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피란민의 발을 넘어 생명줄이 된 열차, 언제 끝날지 모를 고단한 앞날만큼이나 피란 열차는 긴 꼬리를 남기고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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