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그냥 무작정 가는 거예요"…정처 없는 '피란 열차'

<앵커>

전쟁을 피해 우크라이나를 떠난 사람들이 벌써 27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일단 급하게 국경을 넘은 사람들은 다시 정착할 곳을 찾아서 무작정 큰 도시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싣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임상범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기자>

바르샤바 행 열차가 들어오자 폴란드 프셰미실중앙역의 플랫폼은 북새통이 됩니다.

앞다퉈 몸을 구겨 넣는 사람들, 터져 나온 아이의 울음, 고성과 함께 실랑이도 벌어집니다.

[끼어들지 마세요. 아까부터 기다렸다고요.]

산후조리도 못 했을 엄마 대신 두 손으로 아기를 받쳐 든 역무원, 일행을 잃어버린 아주머니, 간신히 자리를 잡고 도시락을 꺼내든 가족.

울화를 참지 못한 여인은 절규하듯 외칩니다.

[우크라이나 피란민 : 러시아의 만행 때문에 우크라이나인들이 이런 끔찍한 전쟁을 겪으리라곤 생각도 못 했습니다.]

하루 세 편 정규 열차에 임시 열차까지 새로 편성됐지만, 우크라이나를 떠나온 피란민들로 터져나갈 지경입니다.

큰 도시로 가면 뭔가 기댈 곳이 생기지 않을까.

[(목적지 프라하에) 아는 사람 없어요. 그냥 무작정 가는 거예요.]

앞길이 막막한 피란민들에게 무임승차가 허락됐습니다.

[옐레나/우크라이나 피란민 : 열차표 없어요. 우크라이나 여권만 보여주면 그냥 태워줍니다.]

사지를 벗어난 우리 교민도 스치듯 만났습니다.

[임영민/우크라이나 탈출 : (얼마나 기차를 타고 오신 거예요?) 총 합하면 뭐 이틀, 3일 가까이 되는 것 같아요. 살면서 가장 힘든 일이었죠. (열차 타기가 쉽지 않으셨을 텐데?) 거의 뭐 전쟁이죠. 전쟁 났는데 전쟁이란 표현 쓰면 좀 그렇지만 전쟁이죠. (거기 상황은 어때요? 포탄 소리 들리고?) 매 시간마다 들리죠. 상황이 좀 악화되니까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피란민의 발을 넘어 생명줄이 된 열차.

언제 끝날지 모를 고단한 앞날만큼이나 피란 열차는 긴 꼬리를 남기고 떠납니다.

▶ 러-우크라 4차 '화상 협상' 시작…나토 턱밑까지 폭격
▶ 미국, 중국 향해 "러시아 생명줄 연결 안 돼" 강력 경고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