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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해야 할 일

[취재파일]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해야 할 일
검사 출신이라고 대통령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다른 나라에서도 임명직인 검사 출신이 선출직 정치인으로 변신해 성공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현직 검찰총장이 특정 정파의 대선 후보로 사실상 직행한 일이 적절하지 않은 선례가 된 것은 분명하다. 사법개혁을 주장하던 판사가 청와대로 직행하거나 여당 공천을 받는 일이 부적절하듯이, 검찰총장이 약간의 휴지기만을 거친 뒤 대선에 뛰어든 것은 비판받을 만한 일이다. 검찰 조직 전체를 대표하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에서 검찰 전체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태롭게 만든 행위였다.

그럼에도 윤석열 당선인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은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이었던 시절 정권이 검찰과 검찰총장에게 행사했던 압력이 부당했다고 많은 사람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당선인 역시 문재인 정부가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 정치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설명해왔다. 이 말에 진심이 담겨있었다면 헌정 사상 최초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될 윤석열 당선인이 특별히 관심을 두어야 할 일 역시 자명하다.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실하게 보장하는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검찰의 독립성과 관련해 여러 공약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례적으로 빈번하게 행사해 검찰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도구가 됐던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검찰이 독자적으로 예산을 편성하도록 해서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공약도 있다. 공약에 대해선 여러 측면의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검찰의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기준에서만 보면 나쁜 방법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불과 1년 여 전까지 검찰총장이었던 사람이 대통령이 된 특수한 상황에서는 제도적 장치만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수 없다. 설사 대통령이 검찰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고 해도,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과 검찰의 관계에 대해서 끊임없이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질 수밖에 없다. 정의가 집행되기 위해서 실질적 공정성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평가된 '외관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일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당선인이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1. 검찰총장의 임기를 보장하여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당선 직후인 3월 10일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장동 사건 수사 등에 대한 질문을 받자 "늘 말씀드리지만 그 문제는 시스템에 의해 가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검찰총장 출신이지만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상 특정 사건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검찰과 법원 등 형사사법 절차를 담당하는 시스템을 통해 독립적으로 결론이 내려져야 할 문제라는 뜻을 다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윤석열 당선인이 말한 "시스템"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검찰총장의 임기 보장'이다. 당선인이 여러 차례 강조했던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법률에 명시해 보장한 것이 검찰총장의 2년 임기다. 극히 이례적으로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전국 검사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가진 유일한 존재인 검찰총장이 외압으로 인해 흔들리지 않도록 신분을 보장한 제도가 검찰총장 임기제인 것이다.

불행히도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임기를 지킨 총장은 많지 않았다. 22명 중 8명에 불과했다. 윤석열 당선인 역시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 검찰총장 중 한 명이었다. 역대 검찰총장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이유는 다양하지만, 정권 교체기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물러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정치권력으로부터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검찰총장 임기제의 취지가 무력화됐던 것이다.

김오수 현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검찰총장이다. 김오수 총장이 취임한 이후 진행된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사건 수사 등과 관련해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검찰총장에서 물러나야 할 만한 분명하고 뚜렷한 과오가 드러나지 않는 한, 2년 임기를 보장하도록 되어 있는 김오수 총장을 교체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된 윤석열 당선인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검찰총장의 임기를 무시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시스템"과 검찰의 독립성을 강조해 온 평소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 될 것이다.

2. 한동훈 검사장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에 대해 재고하여야 한다.

한동훈 검사장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초기 검찰 인사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윤석열 검사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이었다. 윤영찬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입에서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브리핑을 듣고 있던 기자들이 놀라움에 "오~"라는 소리를 질렀을 정도였다. 대검 중수부가 사라진 후 대부분의 정관계 부패범죄 수사를 총괄하는 자리가 된 서울중앙지검장의 중요성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으로 직행하면서 일반인들도 상징성과 중요성을 더욱 깊이 인식하게 됐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될 윤석열 당선인의 첫 번째 검찰 인사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자리는 서울중앙지검장이 될 것이다. 윤석열 사단의 화려한 복귀가 예상되는 있는 가운데, 벌써부터 이 자리에는 한 사람이 '0순위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 안팎의 법조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원래부터 유명했던 인물이었지만, 지난 몇 년 간의 드라마틱한 사건들을 거치며 전체 국민 사이에서도 윤석열 당선인을 제외하면 가장 인지도가 높은 검사로 자리 잡은 한동훈 검사장이다.

한동훈 검사장의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별로 없다. 정치 권력, 사법 권력, 경제 권력을 막론하고 여러 권력자들을 상대로 수사해본 경험과 수사를 기소로 이끄는 능력이란 점에서는 한동훈을 넘어설 검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몰아치는 수사 스타일과 거침없는 언행을 두고 찬반이 갈리기도 하지만 '나쁜 놈' 또는 '나쁜 놈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잡아넣는 능력이 출중하다는 평가에는 반론을 제기하기 힘들다. 국정농단 특검을 비롯해 적폐청산과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한동훈에게 맡겼던 문재인 정부 사람들은 반박하기가 특히 어려울 것이다.

한동훈 검사장이 당했던 네 차례 좌천이 공정하고 정상적인 인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동훈 검사장의 첫 번째 좌천은 아무런 의혹도 제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와 검찰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갔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을 한동훈 검사장이 지휘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했던 윤석열 검사를 좌천시켰던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던 문재인 정부 사람들이 권력을 잡은 후 저지른 일이다.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서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가 진행됐지만, 구속영장까지 청구하려고 했던 검찰은 결국 한동훈 검사장을 기소도 하지 못했다. 겨우 기소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해서도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다. "없는 죄를 만들어 덮어 씌우는 건 민주 국가에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이것이 정확히 이 정권이 나에게 한 일"이라는 한동훈 검사장의 공개 발언이 화제가 된 이유기도 하다.

한동훈 이동재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에 한동훈 검사장의 서울중앙지검장 기용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지난 2월 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은 '한동훈 검사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왜 한동훈 검사장을 무서워하냐? 정권에 피해를 많이 입어서 중앙지검장 하면 안 되는 거냐?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말했다. "한동훈 검사장은 거의 독립운동처럼 해 온 사람"이라며 "일본강점기에 독립운동한 사람이 정부 주요 직책에 가면 일본이 싫어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랑 똑같은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당선인은 한동훈 검사장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하는 일을 재고해야만 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한동훈 검사장이 자타가 공인하는 윤석열 당선인의 최측근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한동훈 검사장이 - 본인이 바랐던 바는 아니겠지만 - "독립운동"하듯이 문재인 정부 인사들과 대립해왔기 때문이다.

윤석열 당선인과 한동훈 검사장의 관계는 사적으로나 공적으로나 대단히 특별하다. 대통령이 특정 검사와 이 정도의 친분을 가졌던 전례는 없었다. 두 사람의 각별히 친밀한 관계를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확실하게 알고 있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부패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 대부분을 직접 책임지는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한동훈 검사장이 임명되면 모든 수사에 대통령의 뜻이 개입돼 있다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윤석열 당선인이 실제로는 개입하지 않는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외관의 공정성'이 구조적으로 훼손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동훈 검사장이 "독립운동"처럼 문재인 정부 측 인사들과 공개적으로 대립했다는 점도 '외관의 공정성'과 관련해 우려되는 지점이다. 만약 어떤 현직 판사가 페이스북에 특정 정치세력에 대해 부정적인 글을 공개적으로 쓰거나, 어떤 이슈에 대한 특정 입장에 대한 강한 의견을 담은 글을 발표했다고 해보자. (요즘은 이런 판사들이 종종 있다.) 그런데 이 판사가 비난했던 정치세력에 속하는 인물이나, 이 판사가 비판했던 입장을 가진 사람이, 이 판사가 소속된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면, 설사 해당 판사가 재판을 실제로는 공정하게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이 판사의 재판을 받는 사람이나 재판을 지켜보는 사람이 결과에 승복할 수 있을까?

한동훈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 된다면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앞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지난 정부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해야죠.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에서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도 법에 따라, 시스템에 따라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라며 잘못이 드러나면 검찰과 법원이라는 시스템에 의해 정상적으로 처벌 받도록 할 뿐, 대통령이 수사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윤 당선인이 말처럼 지난 정부의 잘못에 대해 대통령이 개입하지 않으면서 "시스템에 따라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도 최측근이자 지난 정부 사람들과 공개적으로 대립해온 한동훈 검사장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은 좋지 않은 선택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당한 좌천과 수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윤석열 정부에서 중용되지 못할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은 타당하다. 한동훈 검사장의 능력과 경력에 비춰볼 때 검찰에서 주요한 보직을 맡은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검찰의 여러 보직 중에서도 직접수사권을 가장 광범위하고 직접적으로 행사하는 상징적인 자리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한동훈 검사장을 임명하는 것은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이 될 수 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다시 생각해봐야 할 이유다.
 

3. '윤석열 사단'의 인사 독점은 곤란하다.


앞에서는 한동훈 검사장의 사례만 말했지만, 이른바 '윤석열 사단' 검사들 상당수 역시 현 정부에서 여러 차례 부당한 좌천을 당했다. 이들 대부분이 부패범죄 수사에 있어서 검찰 내외부에서 인정받는 전문가인 것도 사실이다. 최근 대형 사건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어이없는 무능함이 잇달아 노출한 것은 정치적 압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수수사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인력이 대거 한직으로 쫓겨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억울하게 좌천당했던 능력 있는 검사들이 일선으로 복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윤석열 당선인은 자신이 검찰총장으로 취임했을 때 단행됐던 2019년 검찰 인사의 교훈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당시 청와대의 전폭적 신뢰를 바탕으로 검찰 인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윤석열 총장은 자신과 가까운 이른바 '윤석열 사단' 검사들을 주요 보직에 집중 배치했다.

문제는 특수통으로 대표되는 '윤석열 사단'이 주요 보직을 지나치게 독점하다 보니, 특수수사와 관련 없는 보직에까지 '윤석열 사단' 검사가 배치되는 등 기존 검찰 인사의 관행과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조국 사건 수사와 관련해 윤석열 총장이 강력한 압박을 받기 시작한 초기 몇 개월 동안 검찰 내부에서 윤석열 총장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던 것도 윤석열 사단 중심의 무리한 인사와 관련이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검찰

그래도 윤석열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에 윤석열 사단 위주의 인사를 한 것은 검찰총장이라는 조직의 공식적 책임자를 중심에 놓고 한 인사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었다. 대통령이 된 이후 검찰의 정상적 인사 밸런스를 무너뜨리고 대통령과의 친소 관계를 기준으로 인사가 단행된다며,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문제가 곧바로 제기될 것이다. 아무리 수사지휘권을 없애고 예산을 독립 편성을 보장한다고 해도, '윤석열 사단'이 완벽하게 장악한 조직이 '대통령 윤석열'로부터 독립적일 것이라고 믿을 사람은 많지 않을 거이다.

'윤석열 사단' 검사들을 요직에 기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아니다. 2019년 인사처럼 정상적인 밸런스를 무너뜨릴 정도의 편중된 인사를 해서든 안 된다는 뜻이다. 이 역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라면 더욱 각별히 조심해야 할 대목이다.
 

4. 특별감찰관을 임명해야 한다.


권력 감시 시스템 훼손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가 저지른 가장 명백한 잘못 중 하나는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이다. 특별감찰관은 수석비서관급 이상의 청와대 공무원과 대통령의 친인척을 감찰하는 독립적 기구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 역시 이석수 당시 특별감찰관이 미르 재단 비리 의혹 등에 대해 감찰에 나서면서 드러난 측면이 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물러난 이후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일부 인사들은 공수처 도입으로 특별감찰관 제도의 효용이 다했다는 주장도 했지만, 출범한 지 1년이 넘도록 공수처는 특별감찰관의 감찰 대상인 청와대 공무원이나 대통령 친인척을 입건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

문재인 정부가 권력 감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렸다고 주장했던 윤석열 당선인은 5년 넘게 공석으로 있었던 특별감찰관 자리에 빨리 적임자를 임명해야 할 것이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처가 측 인물들과 관련해 여러 잡음이 불거졌고, 배우자인 김건희 씨와 관련해서도 여러 의혹이 불거져 있는 만큼, 특별감찰관을 통한 친인척 감시는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 감찰이나 수사 업무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윤석열 당선인과 특별한 관계가 없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인물이 특별감찰관으로 임명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청와대 고위직 인사나 대통령 친인척의 부패 범죄 역시 경찰과 검찰이 감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의 인사권을 가진 청와대 또는 대통령 관련 범죄에 대해서 경찰과 검찰이 적극적이고 공정하게 수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도입된 제도가 특별감찰관이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으로서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해야 할 특별한 책임이 있는 윤석열 당선인으로서는 특별감찰관을 임명을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2020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재진에 둘러싸인 모습 (사진=연합뉴스)

5. 언론의 감시를 받아들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조국 사태' 이전까지는 적극적으로 활용하다가 '조국 사태' 이후로 전면적으로 틀어막은 것이 있다. 공적 인물의 공소장 국회 제출과 검찰 수사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다. 특히 후자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형사사건 공개 금지에 관한 규정이라는 법무부 훈령을 제정하기까지 했다.

공인에 대한 공소장 공개를 막는 방침이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조국 사태' 이전에는 추미애 전 장관 등 공소장 공개 금지 방침을 도입한 사람들이 오히려 공소장 공개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고, 이와 관련해 공인의 방어권 등을 이유로 문제를 제기한 사람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공적 인물에 대한 정보 공개의 경우 사생활 또는 방어권 보장과 공적인 알 권리 보장 사이에 갈등이 언제나 존재한다. 하지만 이미 20년 가까이 유지되었던 관행이고, 정보 공개의 필요성이 공인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보다 크다는 점에 사회적 합의가 되어 있던 사안을 정파적인 이유로 뒤집은 것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더구나, 공소장 비공개 방침이 확립된 이후에도, 특정 사건의 공소장은 예외적으로 자세하게 공개되고, 정부나 검찰이 공개를 꺼리는 사건의 공소장은 철저히 비공개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이전에는 당연히 공개됐던 정보를 선택적으로 조절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폐단이 있었던 것이다. 새 정부에서는 대통령 당선인이 법무부의 공소장 비공개 방침을 폐지하고 정상화시켜야 할 것이다.

역시 대통령이 곧바로 바꿀 수 있는 것이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다.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자면 너무 많으니 간략히 설명하자면, 이 규정은 법무부나 검찰이 공개하고 싶어 하는 내용만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은폐하고 싶은 정보에 대한 보도는 전면적으로 틀어막아, 정상적인 알 권리 충족을 극도로 제약하는 악법이다.

최근 대선 과정에서 각종 '녹취록' 등이 유통되고, 녹취록에 등장하는 문장들이 '악마의 편집'이 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되면서 극도의 혼란을 일으켰던 것도 검찰 수사 및 공소유지 관련 정보 접근을 전면적으로 차단한 것과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수사 결과 또는 공소 유지와 관련해 이슈가 되는 사안이 발생할 경우 언론이 검찰에 설명을 요구할 수도 있었고, 검찰이 이를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 도입 이후 검찰이 공개하는 정보 이외의 정보를 언론이 요구할 수 있는 절차나 관례가 대부분 사라졌고, 정보공개를 원칙적으로 불허하는 규정 탓에 검찰 역시 정보 공개를 더욱 꺼리게 되었다. 녹취록의 존재와 그 의미 등에 대해 당연히 국민들이 알아야 할 수준의 정보도 공개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언론의 정상적인 감시 기능조차 가로막는 정보 공개 금지 조치는 현실적이고 공정한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윤석열 당선인 역시 검찰총장이나 야당의 대선 후보 시절에는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막상 권력을 행사하는 입장이 되면 현 정부가 만들어놓은 방어막이 편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제대로 작동하는 검찰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언론의 감시를 받아들여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자신감을 가질 법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검찰총장이 대선 후보로 직행한 것이 보기 좋다고 생각해서 윤석열을 찍은 것이 아니다. 검찰총장을 하다가 곧바로 정치인으로 변신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을 택한 것이다. 정권 교체를 지지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는데도 정작 대선에서는 1% 포인트보다 작은 차이로 간신히 승리한 이유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검찰의 구성원들도 청와대와의 각별한 관계를 오히려 두렵게 여겨야 할 것이다. 거리감을 유지하지 않고 정권과의 밀월관계를 즐기려고 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까지 주장했던 명분들 역시 조직의 권한 유지를 위한 것에 불과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 그리고 청와대와 검찰 사이의 거리 유지.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과 검찰 조직이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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