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코로나 비하인드] 코로나 중환자 가족으로 산다는 것

[코로나 비하인드] 코로나 중환자 가족으로 산다는 것

박수진 기자

작성 2022.03.13 09:04 수정 2022.03.13 10:43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코로나 비하인드_중환자
※ '코로나 비하인드'는 코로나19 취재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SBS 보도본부 생활문화부 박수진 기자의 취재기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기사에는 담지 못했던 박 기자의 취재물과 생각들을 독자들께 풀어놓습니다. [편집자 주]

하루 전에 만났을 땐 진료비 영수증에 3천6백만 원이 찍혀 있었는데, 다음 날 그녀가 내민 영수증 속 금액은 4천2백만 원이 돼있었습니다. "어제 보여드린 건 토요일에 뗀 영수증이었고요. 이건 조금 전에 뗀 영수증이에요." 이날이 지난 화요일이었으니까, 사흘 만에 6백만 원이 늘어난 겁니다.

30대 초반의 미혼 여성. 그녀는 70대 부모님을 모시는 외동딸입니다. 기초생활수급 가정으로 풍족하진 않았지만 코로나19가 그녀의 삶 속으로 들어오기 전까진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일상 속에서, 현실과 꿈의 균형을 맞추려 애쓰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말 이후, 그 균형은 무너졌습니다.  

[코로나 비하인드] 코로나 중환자 가족으로 산다는 것

70대 부모님이 동시에 코로나에 감염됐다

지난해 말. 부모님이 동시에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백신 접종도 완료하고, 외부에선 식사도 잘하지 않을 만큼 조심했지만 바이러스를 피해가진 못했습니다. 처음엔 고열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상태가 점점 악화됐습니다. 재택치료를 시작한 지 사흘 정도 지나서 어머니가 '숨이 잘 안 쉬어진다'며 연락이 왔습니다.
 
"산소포화도가 50까지 떨어진 상태였어요. 숨을 잘 못 쉬고요. 보건소에 전화를 했는데,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너무 대응이 늦더라고요. 제가 119에 연락을 했고 그제야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어요."

당시엔 몹시 당황했지만 지금은 '그때 정도만 됐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머니는 걸어서 119 구급차에 오르고 병원에 도착해 딸과 통화를 하며 '여기서 입은 옷은 다 버리고 나간다고 하니 속옷이랑 옷 좀 챙겨서 보내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흘 후 새벽,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호흡부전이 너무 심하게 와서 인공호흡기 삽관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기도 삽관을 하면 그때부터는 의식이 없는 채로 계속 계셔야 되거든요. 울면서 의사 선생님한테 마지막으로 영상통화를 해달라고 했어요. 엄마는 정신이 거의 없는 상태로 고개만 끄덕이더라고요."

[코로나 비하인드] 코로나 중환자 가족으로 산다는 것

인공심폐기까지 달았지만 코로나 환자는 아니다

그로부터 사흘 후. 병원에선 또 한 번 연락이 옵니다. 의사는 '코로나 검사를 계속해보는 데 음성이 나온다. 이제 전파력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 음압병동에서 일반 중환자실로 옮기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일반 중환자실로 옮기면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방호복을 벗고 치료를 받으니까, 훨씬 더 대응이 빠르고 타과랑 협진이 가능하다고 하셨어요. 제가 듣기에도 그게 낫겠다 싶어서 동의한다고 했죠."

당시는 델타 변이가 한창 확산되며 중증 병상 부족 사태가 악화하던 시기였습니다. 병상 효율화를 위해 정부는 중환자 병실 재원 일수를 20일로 제한하고, 이후엔 일반 병실로 옮기라는 조치를 내렸습니다. 일반 중환자실로 옮겨서도 어머니는 여전히 기도 삽관 상태였고, 음압병동 안에 있을 때와 똑같은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때까진 잘 몰랐다고 합니다. 같은 치료를 받아도 코로나 격리 병동에서 나오면 더 이상 코로나 환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코로나 비하인드] 코로나 중환자 가족으로 산다는 것

이후 70일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어머니는 이젠 눈을 깜빡이는 정도의 의사소통만 가능한 채로 중환자실에 있습니다. 폐가 딱딱해지는 폐 섬유화와 호흡 부전 증상은 더 악화됐고, 인공심폐장치인 '에크모'까지 달았습니다. 고령으로 인한 고혈압과 고지혈증으로 외래 치료를 받은 적은 있지만, 폐와 관련한 질환으로 앓거나 치료를 받은 적은 없었습니다.
 
"매일 밤 휴대폰 볼륨을 최대로 키운 채 손에 쥐고 잠을 자요. 언제 어떤 연락이 올지 알 수 없어서요. '오늘이 고비'라는 말을 몇 번을 들었는지 몰라요. 지난 두 달 동안은 아무 일도 하지 못했어요. 너무 눈물이 나고 마음이 힘들더라고요. 그러다가 좀 마음을 추스르고 3월 들어서야 일을 다시 잡기 시작했어요. 병원비도 많이 나오고요."

그녀는 매일 아침 집에서 1시간 거리의 병원을 찾아 어머니를 만납니다. 오전은 병원에서 보내고 오후엔 다시 일을 하러 갑니다. 프리랜서인 그녀는 매일 다른 장소로 일을 찾아갑니다. 인터뷰도 오전 어머니 간병 이후, 오후 일을 시작하기 전 짬을 내 가능했습니다.

[코로나 비하인드] 코로나 중환자 가족으로 산다는 것

한 달 수입 2백만 원, 진료비는 4천2백만 원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지만 처음 코로나 치료를 시작할 때만 해도 돈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치료비는 나라에서 전액 지원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라가 지원하는 치료비는 격리 병동에 입원해있던 일주일에만 해당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청구된 진료비 1천4백만 원 중 환자 본인부담금은 150만 원. 이 150만 원을 코로나 치료비 지원 명목으로 나라가 내줬습니다. 이후 약 석 달간 청구된 금액은 지난 화요일 기준 2억여 원. 이중 4천2백만 원이 본인부담금인데, 정부 지원은 없습니다.

프리랜서라 고정된 수입은 없습니다. "대략 한 달에 2백여만 원 정도"의 수입이라는 게 그녀의 이야기입니다. 언뜻 들어도 수천만 원의 치료비를 감당하기엔 버거워 보였습니다. 그런데도 본인은 다른 환자 가족들에 비해선 아직까진 운이 좋은 경우라고 말합니다.
 
"엄마한테 너무 감사한 게, 실비 보험을 들어놓으셨더라고요. 어르신들 중엔 실비 없으신 분들이 더 많거든요. 다들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실비를 내려면 중간 정산을 계속해야 해요. 일주일에 몇 백만 원씩 되는데, 이걸 마련하려고 제가 갖고 있던 목돈은 진즉에 다 썼어요. 친척 분들한테 빌려서 내기도 하고, 신용카드로 막기도 해요. 실비 정산이 청구한 금액의 60-70% 정도 나오면, 거기에 또 현금 보태서 다음 주 치료비 내고.."

하지만 실비 보험도 한도가 있습니다. 그녀의 경우 한도가 5천만 원입니다. 벌써 4천2백만 원이니 이번 주가 지나면 실비 도움을 받는 것도 어려워지게 됩니다. 어머니의 치료는 기한이 없고, 호전이 된다 해도 재활치료도 필요합니다. 결국 대출을 신청했습니다. 질병과 돈은 뗄 수 없는 질긴 관계였습니다.
 
"본인부담금 상한제가 있으니 나중에 다 환급받는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진료비 청구내역 보면 본인부담금 자체는 얼마 안 나와요. 다 비급여랑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많아요. 비급여 중엔 약품비가 제일 많고요. 재난적 의료비 제도도 있다고 하지만, 대상이 된다 해도 사후 청구잖아요. 일반 가정에서 매달 1천만 원 넘는 병원비를 감당하는 건 가능하지 않아요."

[코로나 비하인드] 코로나 중환자 가족으로 산다는 것

'본인 부담' 동의해야만 입원 가능한 중환자실

코로나 병원 현장에선 '돈을 내는데 동의를 한 환자'만 입원을 시키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는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격리 해제일이 지나도 바로 다 회복하지 못하고 퇴원할 컨디션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중환자실에 들어가실 정도의 환자는 더 그렇죠. 현장에서는 이제 고령이고, 기저질환도 있고 중환자실에 들어가야 할 컨디션인데 일주일 만에 나오긴 어렵다고 (현재 격리 해제 기준이 증상 상관없이 검체 채취 후 7일입니다.) 판단되면 환자와 보호자에게 먼저 묻습니다. 일주일 후부턴 본인 부담금 발생하는데 동의하냐고요. 병원 현장에선 동의하는 경우만 입원을 받을 수밖에 없거든요, 정부 방침이 있다 보니. 최근엔 이런 설명을 하고 치료를 시작할 수밖에 없어요."

당장 내 가족이 위중한 상황에서 이런 병원의 설명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겁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선택지를 받아 드는 셈입니다. 현장 의료진들도 현재의 정부 정책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확진 후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에 감염 전파력은 떨어지기 때문에 격리 해제할 수 있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 배출은 별로 되지 않아도, 신체 안에서 면역 반응이나 다른 장기 손상으로 인해서 회복하지 못하고 투석기나 에크모(인공심폐장치)를 도저히 뗄 수 없는 경우도 많거든요. 현재 편의상 격리 기준을 7일로 한 거지만, 그 기간이 지나 일반병실로 옮겼다고 해서 진료 지원 혜택이 없어지는 건 의학적 관점에서 납득하긴 좀 어렵습니다. 이후 증상에 대해서도 폭넓게 지원할 수 있도록 감염병예방법의 해석을 좀 더 넓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코로나 비하인드] 코로나 중환자 가족으로 산다는 것

코로나는 기간제가 아닙니다.

코로나 중환자 가족들이 지금의 상황에 더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는 1급 감염병인 코로나19는 사회적 재난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재난이 닥친 건데, 바이러스의 전파력만을 기준으로 코로나 환자 여부를 가늠하는 현재의 정책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합니다. 증상이 똑같이 이어지고 있는데 격리가 해제됐다고 해서 기저질환자로 구분하는 걸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겁니다. '병상은 충분하다', '델타 변이 때와 비교해 중환자와 사망자가 줄고 있다'는 정부의 설명도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증상은 이어지지만 격리가 해제돼 중환자가 통계에 잡히지 않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코로나 위중증 환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단체 대화방이 있어요. 정부는 오미크론이 증상이 약해서 중환자가 많지 않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 대화방에 들어오는 보호자들은 계속 늘어나요. 아침에 일어나면 그 방에는 부고 소식이 몇 건씩 올라와있어요. 환자 보호자들 대화를 보고 있으면, 작년 12월, 올해 1월 델타 변이 때 패턴이 똑같이 반복되고 있어요."

[코로나 비하인드] 코로나 중환자 가족으로 산다는 것

<코로나위중증피해환자보호자모임>은 지난 7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격리 해제를 기준으로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현재의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보호자들이 이 자리에 모이는 것도 사실 쉽진 않았습니다. '매일 병원을 가야 하고, 휴대폰 붙들고 밤새 잠도 못 자는 가족들이 이런 현실을 공론화시키고 대응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게 가족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어려운 가정 상황까지 공개하며 대중 앞에 선 건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은 "격리 해제와 상관없이 코로나 환자의 치료비 전액을 국가가 지원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감염에 의한 증상이 이어지는 환자'와 '기저질환자'를 명확히 구분하긴 어렵습니다. "코로나는 겨우 나았다 할지라도 이후 남의 도움 없이는 생활하기 어려울 만큼 체력이 저하된 환자가 있다면, 이걸 어디까지는 코로나고 어디까지는 기저질환 악화라고 할 수는 없다. 아무리 고명한 교수님이어도 딱 정확하게 나눌 순 없다"(이보라 공동대표)는 게 의료 현장의 이야기입니다.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지난 7일 위중증 환자 가족들의 기자회견이 있은 후 정부에도 입장을 물었습니다. 가족들은 ‘지원 대상인 코로나 환자의 범위를 넓혀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데, 정부는 ‘국가 지원은 격리 기간에만 가능하다’는 기존 답변만 되풀이 하고 있어 접점을 만들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3월 7일 중앙재난대책본부 온라인브리핑>
Q. 위중증환자보호자모임이 기자회견을 열고 '격리해제'는 '완치'가 아니라며 중환자 치료비를 정부가 전액 지원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정부의 병상 효율화에 따라 증상이 있는데도 퇴원해야 하고, 이후 증상이 계속돼 많게는 수천만 원씩 치료비가 나오는데 정부 지원이 되지 않아 큰 부담이 된다는 건데요. 중수본은 어떻게 보시는지 입장 바랍니다.

A.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
위중증 환자 보호자 같은 경우 격리 병상에서 해제돼, 일반 병상으로 옮겼을 때 진료비 부담이 크다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긴 합니다. 국가에서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지원하는 진료비는, 강제 격리했을 때에 해당하고요. 중환자 병상 격리 기간이 20일 지났을 때는 현저히 감염력 떨어졌다고 봐서 전원을 시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병상으로 옮겼을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인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중수본과 병상반, 병원 측과 의견 수렴을 해보겠습니다. 보호자분들의 주장이 어떤 건지 상황 파악을 더 해보겠습니다.

A.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
코로나 감염 증상은 끝났다고 판단하는 경우 격리 해제하고 일반 병실에서 치료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건강보험은 적용됩니다. 이 내용은, 이외 본인 부담 부분까지 국가가 무상으로 해달라는 요청인 것 같은데요. 대원칙 상에선 코로나로 인한 증상의 문제보단 이와 독립적으로, 별개로 갖고 있던 기저질환이 악화된 것을 국가가 계속 무상으로 지원하는가 하는 건 감염병 법상에도 맞지 않고 재원 적정성에도 문제 있을 수 있습니다.

<3월 1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
Q. 정부는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증상이 아닌 기저질환이 악화됐을 때 치료비 전액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일부 환자 및 가족들은 코로나19 감염이 원인이 되어 기저질환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치료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하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A.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
국가에서 감염 격리에 해당하는 경우, 치료비를 지원하는 것은 그 확진자가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우려가 심히 높기 때문에 강제로 격리한 부분에 대한 국가 치료비가 되겠습니다.

관련기사▶'개인 부담' 없다더니, 치료비 수천만 원 낸 환자들 있다


(취재 : 박수진, PD : 김도균, 일러스트 : 김정연, 제작 : D콘텐츠기획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