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게는 뼈아픈 숫자입니다. 유례없는 1, 2위 후보의 박빙 승부는 새벽이 가까워서야 당선 여부가 가려졌습니다. 최종 결과는 고작 0.73%p 차이입니다. 이를 득표수로 환산하면 24만 7077표인데 역대 대선 1, 2위 후보 간 최소 득표차를 기록할 만큼 박빙 승부였습니다. 그만큼 이재명 후보가 끝까지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았던 서울 지역의 표 차이는 아쉬울 겁니다. 무엇이 이 같은 차이를 갈랐을까요? 더불어민주당 내부 이야기를 들어봐도 결국 승부의 분수령은 서울 표심이었습니다.
그래서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읍면동 개표 결과로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득표율 차이 값을 시각화한 3장의 지도를 준비했습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유권자 최대 밀집 동네인 수도권의 개표에 반영된 민심은 어땠을까요? 하나씩 이번 대선을 복기해 볼까요?
** 읍면동 단위 개표 결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서 수집했습니다.
서울 표심을 가른 건.... 결국 부동산?

특히 한강을 옆에 두고 있는 동네에서 윤석열 후보의 우세가 뚜렷한데요. 대표적으로 압구정동, 청담동, 반포2동 등입니다. 숫자와 함께 볼까요? 당선된 윤 후보가 가장 압도적으로 앞선 건 강남구 압구정동인데 두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70.6%p, 그 뒤로 강남구 대치1동 63.8%p, 강남구 도곡2동 63.6%p 등 순입니다. 말 그래도 윤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투표소구 단위로 보면 더욱 이런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압구정동 고가 아파트 단지의 투표소에서는 윤 후보의 득표율이 90%를 넘어섭니다. 현대아파트 주민 10명 중 9명은 윤석열 당선인을 뽑았다는 의미죠.
현대아파트 주민이 주로 투표하는 압구정동 제1·3투표소에서는 윤 후보가 각각 90.56%와 91.16%를 득표했으며, 타워팰리스아파트(오피스텔) 입주자들이 투표하는 도곡2동 제3·4투표소에서도 윤 후보는 각각 90.09%와 90.32%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강남3구에서 윤 후보의 우세가 상대적으로 약했던 지역도 있습니다. 원룸이 많고 외부 전입 인구 비율이 높은 논현1동이 대표적인데, 논현1동에서 두 후보의 득표율 차는 21.1%p, 역삼1동 역시 21.1%p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 같은 동네 대부분은 아파트 밀집 지역이라기보다는 원룸, 빌라촌과 상업 지구에 위치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실, 지난해 4.7재보궐 선거에서도 서울 표심이 붉게 물들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선거에서는 부동산 이슈 외에도 조국 사태, 청년 실업 등 다양한 이유로 정권 심판론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사실 확연한 이유를 구분해내기 쉽지 않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확실히 부동산과 표심 연동의 상관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광주에서 윤석열 후보 득표율이 39.1%가 나온 곳이 있다?

동구 학동 역시 광주에서 '대장주' 아파트 단지로 대표되는 무등산 아이파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학동은 제1투표소와 제2투표소로 구분되는데 제1투표소에서 윤 후보는 득표율 13.6%에 그쳤지만, 무등산아이파크 주민 다수가 투표하는 제2투표소에서는 윤 후보가 28.1%를 기록했습니다. 광주에서 유일하게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높은 동네 두 곳의 공통점은 너무나 뚜렷하게 고가 아파트가 자리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겉과 속이 다른 경기도 표심?

서울과 이웃하는 고양시, 남양주시, 구리시, 성남시, 시흥시 등에 속한 행정동에서는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높았지만 반대로 경기 외곽 지역에서는 윤석열 후보의 득표율이 앞섰습니다.
정치적 기반인 경기도에서 윤석열 후보를 큰 표차이로 따돌리지 못한 건 이번 패배의 요인이라고 평가 받는데요. 윤석열 후보에게 압도적인 표를 쥐어준 강남3구 같은 지역은 이재명 후보에게는 없었습니다. 윤 후보를 가장 크게 따돌린 곳은 시흥시 배곧1동으로 그 차이는 +24.6%p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이 후보가 오랫동안 시장으로 역임했던 성남시에서는 이 후보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습니다. 성남시수정구 신흥1동(60.07%), 성남시중원구 은행1동(59.72%), 성남시중원구 상대원3동(60.2%) 등 성남시 대다수 행정동에서 이 후보가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윤석열 후보의 득표율이 높았던 지역은 경기 여주시 금사면(68.7%), 성남시분당구 정자1동(66.9%), 과천시 중앙동(63.2%) 순이었습니다.
표심 바로미터 인천은? 송도 신도시는 윤석열을 택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이후 송도 신도시는 본격적으로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며 이번 표심에서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19대 대선 당시 송도3동은 문재인 후보가 2위 후보보다 +22.8%p, 송도2동은 19.6%p, 송도1동은 +18.8p 더 많이 득표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요? 인천 내륙 지역에서 유일하게 윤 후보의 득표율을 이끈 1등 공신으로 변신합니다. 이전과 달리 윤 후보가 송도2동에서 +15.6%p, 송도4동 +13.9%p, 송도1동 +11.2%p, 송도5동 +10.5%p 등 송도 신도시 일대에서 큰 격차를 보이며 승리했습니다.
(글·분석 : 배여운 / 디자인 : 안준석 / 데이터 : 강동용 / 지도 출처: VW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