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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인사이트] 우크라 도움 요청 거부한 미국…수렁에 빠진 푸틴의 '핵 협박' 먹히나

커트 볼커 전 나토 미국대사 인터뷰

거부된 우크라이나의 두 가지 요구…우물쭈물 물러나는 미국

혼자서 거인 러시아를 상대로 난투극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유럽에 요구하는 것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요구사항 1순위는 비행 금지 구역 설정이고, 2순위는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이 쓸 수 있는 미그기를 달라는 것입니다. 지상전에서 교착 상태에 빠진 러시아군이 야비한 폭격과 포격으로 응수하면서 민간인 피해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자 실질적인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것입니다. 백악관 앞에서 열린 우크라이나계 인사들의 반전 집회를 취재 갔을 때도 비행 금지 구역 설정은 최우선 순위 요구사항이었고, 사람들은 모두 "바이든은 결단하라"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인터뷰했던 우크라이나 바실렌코 의원은 물론 플로로바 전 국방부 차관도 비행 금지 구역 설정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하지만 비행 금지 구역 설정에 대해서 미국은 초반부터 부정적인 입장이었습니다. 러시아를 자극해서 더 큰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바이든은 사실 누가 먼저 묻지 않았는데도, 러시아와 미국이 맞붙으면 '세계대전'이 난다고 여러 차례 반복해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시켰습니다. 비행 금지 구역은 1991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처음 설정했던 것으로, 그 이후 1993년에도 보스니아전쟁에서도 유엔의 동의를 받아 나토가 비행 금지 구역을 설정한 바 있습니다. 그 이후에도 분쟁이 극단화하는 걸 막는 용도로 종종 도입됐었습니다. 하지만 애들 싸움에는 넘으면 안 되는 선을 그어도 러시아같이 악명 높은 동네 깡패가 싸움을 벌이니 미국과 나토조차 우물쭈물하며 말도 못 하는 모습입니다.

폴란드가 미그기를 미국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제안한 것을 미국이 즉각 거부한 것은 '약한 미국' 이미지를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난민이 엄청나게 밀려오는 당사국인 폴란드는 다음 차례는 자기라는 공포를 가지고 있고, 우크라이나가 쓰러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러시아 눈치가 보여 직접 미그기를 미국으로 보내서 미국이 지원하는 방식을 취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의 두 가지 요구사항이 거부된 건 모두 러시아가 '딴 놈들이 거들고 나오면 니들도 한통속으로 간주하고 전쟁한다'고 협박한 게 먹힌 것입니다. 러시아는 이제 무기를 제공하는 국가도 한통속으로 간주한다고 협박하지 않을까 걱정이 듭니다. 난동을 부리는 사람도 자기 협박이 먹힌다고 생각하면 더 난폭해지는 법입니다.
 

수렁에 빠진 푸틴, 러시아에 남은 건 핵 공격?

러시아의 싸움도 엉망진창이 됐습니다. 전 세계에서 싸움 제일 잘하는 나라인 줄 알았는데, 그 실력이 만천하게 드러났습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너무 우습게 알았고, 충격과 공포를 줘서 초단기전으로 승리할 수 있다고 오판했습니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해야 하는데, 스트롱맨 이미지에 빠져 있는 푸틴은 어떻게든 상대를 무릎 꿇리고 싶어 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러시아도 망가지고 있지만, 지금 속된 말로 푸틴은 눈이 뒤집힌 상태입니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핵발전소를 포격했던 것입니다. 이게 만약 폭발했으면 전 세계적인 재앙이 됐을 수 있습니다.

김수형 워싱턴 인사이트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 커트 볼커 전 나토 대사와 인터뷰 한 것은 사안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을 줬습니다. 그는 국무부 우크라이나 협상 특별대표를 역임해 우크라이나는 물론 러시아와도 직접 협상을 했던 인물입니다. 여전히 우크라이나 고위 인사들과 교류하며 내부 분위기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와 인터뷰 했던 주요 내용을 문답식으로 정리했습니다.

Q) 최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원자력발전소를 공격했다. 이 공격을 어떻게 봤나?
= 엄청나게 위험한 행동이었다. 자포리자발전소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원전 가운데 하나이다. 엄청난 폭발과 방사능 유출이 있었을 수 있다. 체르노빌 사태의 10배쯤 되는 일이 벌어졌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가 엄청난 위험에 빠질 수 있었다. 푸틴이 이런 일을 더 이상 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정말 시급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러시아군이 원전을 장악하고 있고,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총구를 겨눈 상태에서도 그들은 계속 원전을 안전하게 지키고 있다. 굉장히 경악할 일이다. 우리가 아직 위험에서 벗어난 게 아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에는 원전이 더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체를 장악하려고 시도하면서, 그런 공격이 얼마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김수형 워싱턴 인사이트

Q) 러시아가 핵 공격 대신 원전을 공격할 가능성도 있는 건가?
= 어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푸틴은 돌이킬 수 없는 전쟁의 길로 들어섰다. 그런데 러시아군이 잘하고 있는 게 아니다. 이미 9천 명 넘게 죽었고, 200대 넘는 탱크가 파괴됐다. 우크라이나는 조국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결연하고 실제로 잘 해내고 있다. 푸틴이 자신의 군대가 이기지 못하는 것을 볼수록, 더 필사적으로 될 것이다. 그래서 그가 민간인들에게 무차별적인 폭격을 하고, 주요 도시 시장들에 대한 암살 작전까지 하는 것이다. 푸틴이 핵시설을 공격해서 (방사능 물질과 폭탄을 결합한) '더러운 폭탄'을 만들려고 하거나 실제로 전술핵탄두를 사용할 수 있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생각할 수 있는데, 이건 푸틴이 얼마나 위험하고 그를 정말로 막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Q) 실제로 핵무기 공격을 사용할 거라고 본다는 의미인가?
= 그렇다. 재래식 군사 행동을 실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실제로 러시아 군대를 격퇴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푸틴은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우리가 막아야 하는 일이다. 우리가 핵무기 사용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필요가 있다.
 

푸틴의 계산 실수…"그래도 어떤 희생 치르더라도 승리 원해"

김수형 워싱턴 인사이트

Q)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전면전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런 부주의한 전쟁을 왜 시작한 것인가?
= 나도 이런 전면전까지는 예상하지 않았다. 나는 그게 우크라이나의 일정 영토를 장악하는 정도로 도발하리라고 생각했다. 크림 반도에서 러시아의 동쪽 영역이다. 그런데 키이우까지 진격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고 파괴적인 일이다.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계산 실수를 했다. 그들은 이 전쟁이 쉽다고 생각했다. 군인들에게 2,3일 치 식량과 연료만 주고는 전쟁터에 내보냈다. 그래서 수많은 군장비들이 길에 버려진 것이다. 그래서 병사들이 달아내서 민가를 습격하고 상점을 약탈하고 있다. 왜냐하면 식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교착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러시아군은 재보급을 위해 아우성을 치고 있다. 두 번째는 푸틴이 러시아 제국을 건설하겠다는 확고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크라이나가 가입함으로써 생기는 나토의 확장이나 군사적인 위협과 관련한 염려가 아니다. 이건 그냥 푸틴의 이상과 관련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독립국이 아니다, 그곳은 러시아의 지배를 받는 속국에 불과하다. 그게 이 전쟁을 만들어낸 것이다.

김수형 워싱턴 인사이트

Q) 러시아가 제네바조약으로 금지된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 왜 이런 불법 무기까지 사용하는 것인가?
= 그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승리를 원한다. 이건 러시아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나, 러시아 정부가 원하는 것을 반영한 게 아니라고 본다. 지금 러시아 정보기관이나 심지어 정부 소유 기업에서도 이게 미친 짓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목표로 파괴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러시아도 파괴하고 있다. 푸틴은 이 길로 들어섰기 때문에 돌아가는 게 안 된다.(will not turn back) 유일하게 그를 멈추게 하는 것은 러시아 사람들이 그의 임무를 제거하도록 결정하는 것이다.

Q) 우크라이나인들이 이렇게 강력하게 저항하리라고 생각했나?
= 물론이다. 나는 우크라이나를 오랫동안 알았다. 수 없이 거길 갔고,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이 문제를 얘기했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인들이 이렇게 저항하리라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그들은 2014년보다 더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었고, 국가적인 정체성이 강력해졌다. 크림 반도가 러시아에 병합되면서 우크라이나가 다음에는 싸우리라는 것은 분명해졌다. 우크라이나에 가서 누구와도 얘기해봐라. 모두가 굉장히 결연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3가지 시나리오…장기전 수렁에 빠지나

Q) 이 전쟁이 어떻게 진행되리라고 예상하나? 우크라이나가 끝까지 견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나?
= 3가지 시나리오가 예상 가능하다. 첫 번째는 푸틴이 우크라이나군을 파괴하는 데 성공하고 주요 도시들을 점령하고 괴뢰정부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가장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 왜냐하면 우크라이나인들이 계속 저항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러시아가 점령을 하는 과정에 내부적인 봉기를 만나는 것이다. 이것은 길고 돈이 많이 들고 어려운 노력이 러시아에 필요하다. 우크라이나도 비용이 많이 들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몇 달 동안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서 모든 사람에게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러시아가 국제 제재 때문에 결국 푸틴이 권좌에서 제거되는 것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 아마도 20%정도 되지 않을까? 80%는 두 번째 시나리오로 말한 대로 계속 전쟁이 이어지는 상태가 될 것이다.

Q) 우크라이나군은 어떻게 러시아군을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인가?
= 첫째는 사기가 높다는 것이다. 러시아군은 어디에 가는지도 모르고 전쟁에 참여했다. 그러니 전쟁에 대한 의욕에 거의 없다. 그리고 지원도 거의 없다. 그러니 바로 항복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게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지역을 알고 길을 안다. 그러니 그곳에서 어떻게 싸우는지 안다. 세 번째는 8년 동안 훈련받고 장비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특히 대전차미사일과 지대공미사일은 굉장히 효과적이다. 러시아는 이런 장비의 성능과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과소평가했다.

김수형 워싱턴 인사이트

Q)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은 어떻게 보나?
= 러시아가 졌다고 생각하고 타협해야겠다고 느끼지 않는 한 이 협상에서는 아무 것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물론 푸틴이 있는 한 그런 일은 없다. 새로운 지도자가 나온다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러시아는 이 협상을 우크라이나에 항복을 요구하기 위한 것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대화가 여성과 아이들이 나갈 수 있는 인도주의 통로로 옮겨가고 있다. 하지만 충돌을 해결하려고 하지를 않는다. 이 충돌은 푸틴이 멈추거나,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거나 두 가지 가운데 하나가 돼야 끝난다.
 

"민간인 살상 계속되면 나토 결정 재고할 수밖에"…"미국은 더 많은 걸 해야 한다"

Q) 나토는 비행 금지 구역 설정을 거부했다. 왜 이렇게 한 건가?
= 이유가 있다. 미국과 나토가 이 비행 금지 구역을 설정하면 러시아 항공기나 러시아군과 직접 충돌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그것은 군사적인 긴장 상승으로 이어지고 나토와 러시아가 충돌하면 핵 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방안이 거부됐다.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러시아군과 직접 충돌하지 않고도 비행 금지 구역을 설정하는 방법이 있다. 키이우 지역에 제한적으로 설정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리고 개입하는 규칙을 매우 명확하게 알려줄 수 있다. 그걸 설정한다고 해서 러시아군의 목표물을 다 타격하는 게 아니다.

Q) 러시아군이 지금처럼 사람들을 계속 죽인다면, 나토나 미국이 결국은 참전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지 않을까?
= 정말 좋은 질문이다.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나토가 비행 금지 구역 설정을 거부한 것이다. 하지만 대량 살상과 잔혹행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에게 계속되는 걸 본다면 아마 결정을 재고하는 것을 배제할 수가 없다. 다음 주쯤 가면 '그래 우리 비행 금지 구역 설정할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를 도와줄 방법이 많이 있는데, 그걸 배제한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다가오는 주에는 이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이 있다.

Q) 바이든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하려는 것인가?
= 바이든은 러시아와 직접 충돌을 피하려고 한다. 러시아의 행동이 바뀌기를 기대하면서 경제적인 압박만 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그게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더 해야만 한다. 푸틴은 군사적인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경제적인 논리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그의 군사적인 논리가 실패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만 한다. 미국은 아직 충분히 하지 않았다.
 

2007년 직접 목격한 푸틴의 '러시아제국' 건설 야심…"다음 목표는 몰도바"

푸틴 러시아 대통령

Q) 2007년 뮌헨 안보정상회담에서 푸틴이 러시아제국 건설의 야심을 발표했다는 당신의 폴리티코 기고문을 봤다. 그때부터 야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가? 분위기가 어땠나?
=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누구도 푸틴이 그런 얘기를 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러시아와 협력해서 유럽 안보를 강화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나토-러시아 협의체까지 가지고 있었다. 평화 유지 활동과 구조 활동 등을 논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그 발언이 나온 것이다. 푸틴의 언어는 매우 호전적이었다. 그래서 반응도 굉장히 발작적이었다. 언어적인 수사는 그렇지만 사람들은 푸틴이 실제로 새로운 냉전을 시작하지는 않으리라고 봤다. 하지만 실제로 그는 그렇게 했다. 그는 2008년에 조지아를 침공했다. 우크라이나를 2014년에 또 침공했다. 영국에서는 반정부 인사를 암살하려고 했다. 워싱턴 듀폰호텔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이런 것을 종합해서 그가 했던 행동을 이해했어야 했다. 지금 결과를 보면 명백하다. 그의 야심은 러시아 제국의 건설이다.

Q) 러시아가 다른 나라를 침공할 가능성도 있을까?
=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크라이나를 합병 정리하게 되면, 그는 재빠르게 몰도바로 방향을 틀 것이다. 그리고 유럽이 되기를 원하는 조지아와 다른 소비에트 국가였던 곳을 원할 것이다. 특히 몰도바는 아주 쉬운 상대이다. 이미 일정 부분 군사적으로 점령하고 있다. 그들에게 핀란드 모델을 강요할 것이다. 군사력을 포기하게 만들 것이고 러시아와 협력하도록 하는 협정을 맺을 것이다. 나는 다음 단계는 몰도바에 대한 군사력 사용이 될 것을 실제로 우려하고 있다.

Q) 러시아에 반전 시위가 뜨겁다. 하지만 TV, 인터넷을 전부 통제하고 있는데 푸틴이 앞으로 어떤 결정을 할 것으로 예상하나?
= 푸틴은 아주 과격하게 정보의 유통을 차단하고 있다. 그게 얼마나 러시아에서 폭발력이 있는지 푸틴은 안다. 그가 그렇게 애를 쓰지만 정보가 유통되는 걸 막을 수는 없다. 인터넷을 끊고 계엄을 선포해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사람들은 의사소통 수단이 많이 있다. 우크라이나에 갔던 병사들이 당장 러시아에 돌아간다. 푸틴에게는 대단히 휘발성이 큰 사안이 될 것이다.
 

"푸틴, 미치광이의 행동"…"우크라이나 민주주의 정착이 독재 실패로 보일까봐"

김수형 워싱턴 인사이트
 
Q) 많은 사람들이 푸틴의 정신 상태를 걱정한다. 그가 정상인가?
= 아니다. 그는 격리를 너무 많이 했다. 그러면서 좋은 조언을 받지 못했다. 코로나가 그를 바이러스 혐오증으로 보이게 할 정도로 편집증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일을 저질렀고, 러시아가 드라마틱하게 망가지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대단히 심한 것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거래를 못한다. 러시아 경제는 엄청나게 추락할 것이다. 러시아는 국제적인 왕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벌이면서 러시아군도 파괴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비이성적이다. 지금까지 한 이런 행동은 미치광이의 행동이다.

Q) 러시아는 핵을 보유한 군사 대국인데, 왜 이렇게 안보 불안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 어떤 사람이 러시아를 공격하거나 협박한다는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 나토의 무장 수준도 계속 내려가지 않았냐. 어느 누구도 러시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 두려움은 우크라이나에 민주주의가 정착하면서 그게 러시아 독재의 실패로 보일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성공을 원하지 않는다. 나토 확장을 내세운 것은 핑계일 뿐이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를 밟아 뭉개고 싶은 것이다.

Q) 푸틴은 네오나치 척결을 내세웠다. 젤렌스키는 유대계인데 왜 나치인가?
= 이거는 러시아의 거짓 이야기일 뿐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위협하는 파시스트가 지배하고 있다. 이건 완전히 새빨간 거짓말이다. 나치들이 러시아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완벽한 거짓이다. 지금 우크라이나 군 대다수가 러시아어를 구사한다. 그들을 러시아와 싸우고 있지 않냐. 푸틴이 그냥 침공을 정당화하려고 아무 말이나 지어내서 가져온 것이다.

Q) 젤렌스키가 나토 가입을 하면서 러시아를 자극해서 침공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것도 러시아가 지어낸 이야기다.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말이다. 진짜 이유는 민주주의 독립국으로 우크라이나를 소멸시키겠다는 푸틴 스스로의 충동이다.
 

"나토, 확장 금지 합의는 없었다"…"우크라이나 살아남으면 나토 가입 태도 100% 바뀔 것"

Q) 독일 통일 과정에서 나토가 동쪽으로 더 이상 회원국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 사실인가? 그럼 미국의 책임론도 있는 것인가?
= 아니다 사실이 아니다. 고르바초프와 제임스 베이커가 한 인터뷰가 있다. 두 사람 다 그런 합의는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토의 군사시설을 예전 동독 영토 넘어서 확장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있었다. 그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결정에 대한 것은 없었다. 동유럽 국가들은 나토 가입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나머지는 러시아가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얘기다.

Q) 지금이라도 우크라이나를 나토가 받아주면 안 되나?
= 지금 우크라이나는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 나토국가는 우크라이나의 생존에 관심이 있고 도와주고 싶어 한다. 만약에 우크라이나가 살아남는다면, 그래서 러시아군이 패배하고 우크라이나에서 물러간다면 나토 가입에 대한 태도는 100% 바뀌게 될 것이다. 아마 다른 나라들이 재빠르게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켜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는 더 이상 파트너 아냐"…"나토의 엄청난 군비 증강 보게 될 것"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Q) 당신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직접 일해봤다. 그는 어떤 사람인가?
= 그는 리더로서 훌륭히 일을 해냈다. 그는 카리스마가 넘치고 포인트를 재빨리 잡는다. 그리고 탁월한 의사소통가이다. 그는 러시아 암살팀의 직접적인 대상이 됐지만 국가를 이끌고 있다. 그는 놀라운 리더이다.

Q) 북한도 이 와중에 탄도미사일을 쐈다. 북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나?
= 흥미로운 질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다른 위기가 더 주목받는 걸 대단히 싫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주목받고 싶어 한다. 자꾸 미사일을 발사해서 지금 세상에 다른 위기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아마도 미사일을 쏘는 것을 계속 보게 될 것이다. 그런 행동을 해서 지금 북한에서도 위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Q) 앞으로 국제 정세는 어떻게 변화하리라고 보나?
= 푸틴의 리더십 하에 있는 러시아를 대하는 태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다. 러시아는 더이상 용인 가능한 파트너가 아니다. 오로지 그들의 군대만 남는 것인데 제재가 진행되면 리소스가 부족해져서 군사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와는 별개로 나토의 엄청난 군비 증강을 보게 될 것이다. 이것은 아침에 깨우는 알람이다(wake up call). 독일이 스스로를 방어하고 나토를 지원하기 위해 일주일 전에 국방비를 2배로 늘렸다. 장기적으로 근원적인 변화가 일 것이다.
 

바이든이 자초한 '약한 대통령' 이미지…처참한 민간인 살상 두고 볼 수 있을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월 말에 하버드 미국정치연구소에서 한 조사가 의미심장. 미국인의 59%는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바이든이 약해보여서라고 응답했습니다. 전쟁을 일으키기 전까지 미국이 적극적으로 폭로전을 벌이면서 대응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백악관은 수세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접근하는 분위기입니다. 제재를 하면서도 뭔가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조치를 선제적으로는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제재 조치를 내릴 거는 다 하면서도, 질질 끌려 다니면서 마지못해 한다는 인상을 주기 충분합니다. 미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전쟁이 나면 단결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대통령 지지율도 오르는 게 보통인데, 바이든은 그래도 지지율도 고만고만하게 40%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미국이 코로나 사태를 다루는 방식도 그랬습니다. 백신 불평등 문제로 전 세계가 아우성쳤지만, 바이든은 미국 국내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코로나도 잡는다며 백신을 구입해서 기부하는 방식을 고집했습니다. 기술을 오픈하고 전 세계가 빠르게 백신을 동시 생산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여러 보건 전문가들이 아우성쳤지만 바이든은 그 요구를 뿌리쳤습니다. 양손에 떡을 들고 하나도 놓지 않겠다고 하면서 결국 코로나는 변이로 되돌아와 미국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말았습니다.

백악관은 결국 러시아 원유 수입까지 중단하는 최후의 조치를 내렸는데, 미국인들의 원성은 더욱 자자해지게 됐습니다. 바이든은 아마 '물가는 올라도 당신들의 자녀들을 전쟁터로 보내는 건 아니잖아요'라며 항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민주당식 세심함을 미국인들이 과연 알까 의심스럽습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우크라이나의 간절한 요구를 거절하면서 미국은 '나쁜 사마리아인'이라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까지 커졌습니다. 공화당은 약한 대통령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고, 살려달라고 외치는 우크라이나를 동정하는 여론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미국 내에서도 젤렌스키의 발언에 미국인들이 더 주목하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아예 트럼프처럼 우리는 유럽 일에는 신경 안 쓴다고 선언했다면 모를까 자유진영의 가치 복원을 내세웠던 바이든 정부가 이를 외면한다는 비난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SNS에는 인도주의 통로를 통해 탈출하던 아이들의 처참한 시신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던 아이들이 몸통이 부서지고 폭탄에 짓뭉개지는 형언할 수 없이 비참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결국 등 떠밀려서 일정 부분 군사 행동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가고 있습니다. 결국 바이든은 할 일은 다 하게 되면서 욕은 욕대로 먹고, 전시의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도 얻지 못하는 정치적으로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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