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경북 울진과 강원도 강릉 등에서 발생한 산불로 지금까지 동해안 지역에 전국 각지에서 4천∼5천 명 안팎의 대규모 진화 인력이 투입됐습니다.
강원도에서는 진화 작업이 거의 마무리됐지만, 경북 울진은 산불 발생 엿새째인 오늘에도 진화 작업이 한창입니다.
문제는 비상 소집된 군 장병이나 소방대원 등 진화 대원 일부가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인 오늘 소중한 주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는 것입니다.
지난 4∼5일 이틀간 실시된 사전투표 기간에는 산불 진화 탓에 투표 시기를 놓친 데다 오늘 본투표는 사전투표와 달리 주소지에서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불 피해지가 근무지인 A씨는 "5일 새벽부터 산불 진화에 투입돼 동료들과 밤새 매캐한 연기를 마시며 사투를 벌였다"며 "사전투표 이틀째인 지난 5일 투표할 계획이었지만 산불 진화로 시기를 놓쳤다"고 토로했습니다.
![산불 진압 투입 대원 (사진=연합뉴스)](http://img.sbs.co.kr/newimg/news/20220309/201645276_1280.jpg)
그는 "나와 같은 처지의 부대원들이 대략 100여 명은 되는 것 같다"며 "산불 진화 지원은 지난 7일 해제됐지만, 근무지 특성상 본투표를 하기 위해 거리가 먼 경남에 내려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경북 울진 화재 현장에 투입된 진화대원 B씨 역시 "사전투표 첫날 불이 난 뒤 지금까지 계속 비상 상황이어서 투표는 엄두를 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진화대원 C씨는 "교대근무가 가능한 조직은 투표권을 행사할 여지라도 있지만 그럴 여건이 안 되는 조직은 투표를 하고 싶어도 못한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주소지가 화재 현장 인근인 진화대원은 근무 교대 후 늦게라도 주권을 행사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강원도 삼척 사곡리 산불 현장을 밤새워 지킨 한 소방대원은 "지난 4일 근무하다 출동을 해서 사전투표를 못 했다"며 "오늘 오전 9시 근무교대 후 복귀하면서 투표했다"고 말했습니다.
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전국 어디서나 가능한 사전투표와 달리 본투표는 반드시 자신의 주소지에서만 할 수 있다"며 "사전투표 제도는 과거 부재자 투표를 대체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놓친 유권자는 본투표 이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