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봄기운 속 오후까지 열기…곳곳 소동에 경찰 출동

봄기운 속 오후까지 열기…곳곳 소동에 경찰 출동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인 오늘(9일) 서울 시내 투표소에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시민의 발걸음이 속속 이어졌습니다.

수십 명씩 줄이 늘어섰던 오전보다는 다소 한산했지만, 나들이에 나서는 길에 투표소를 찾은 가족 단위 시민들이 많았습니다.

오늘 서울의 낮 기온(2시 기준)은 13.5도까지 오르며 이른 봄기운이 물씬 묻어났습니다.

오늘 오후 1시 10분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단대부고 투표소에서는 노부부와 중년 부부가 함께 온 경우가 눈에 띄었습니다.

어머니와 팔짱을 낀 딸, 부모와 두 자녀가 함께 온 가족들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하듯 여유롭게 투표를 마치고 돌아갔습니다.

커피를 한 손에 들고 있다가 투표소 입장 전 가방 안에 넣는 이도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놀러 가는 길에 첫 투표를 하러 왔다는 대학생 박 모(19) 씨는 "평소에는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실은 (후보 선택에) 주변의 영향을 좀 받은 것 같다"면서 "학교에서 해 본 투표랑 비슷해 헷갈리거나 어려운 점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박 씨는 "제가 해외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라, 출입국시 격리와 관련된 제도를 좀더 철저하게 정비해줬으면 좋겠다"며 바삐 투표소를 빠져나갔습니다.

비슷한 시각 마포구 용강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서도 가족 단위로 방문한 시민들이 많았습니다.

부모들은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자녀의 손을 꼭 잡고 투표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역대 최고 투표율(36.93%)을 기록한 지난 4∼5일 사전투표일에 이미 투표를 마친 이들이 많아 본투표일은 투표자가 예상보다 한꺼번에 몰리지는 않았습니다.

이 투표소 앞에서 시민들을 안내하던 한 자원봉사자는 "19대 대선보다는 조금 덜 북적거리는 것 같은데, 주변에 보니 이미 사전투표일에 많이들 투표하고 오늘은 놀러 가더라"고 했습니다.

오늘 오후 2시까지 전국 투표율은 64.8%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대선투표, 투표함, 한 표 (사진=연합뉴스)

2017년 19대 대선의 같은 시간대 투표율 59.9%보다 4.9%포인트 높습니다.

이는 1천632만3천602명이 참여한 사전투표를 비롯해 재외국민·선상·거소투표 집계를 반영한 결과입니다.

고령의 투표자도 가족과 함께 한 표를 행사했습니다.

오늘 오후 동대문세무서 투표소에서는 강 모(94) 씨가 백발이 성성한 딸과 함께 보행기를 밀며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강 씨는 "우리 식구들과 국민이 건강하고, 대한민국이 확실하게 성공한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외국에서 귀화한 우리 국민들도 속속 투표소를 찾았습니다.

오후 1시 5분쯤 서울 중구 광희동주민센터에서 우즈베키스탄 출신 40대 김 모 씨도 투표를 했습니다.

한국 국적 남편과 결혼하면서 귀화했다는 김 씨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나왔다. 투표가 국민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민주주의가 더 발전하고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힘 더 세질 수 있게 해주는 사람, 국민이 단합되도록 하고 열심히 살 수 있게 해 주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 2008년 귀화한 A씨(51)도 동대문구 답십리2동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했습니다.

그는 "집값을 비롯해 생활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4년 전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송 모(40) 씨도 서대문구 남가좌동 주민센터에서 처음으로 대선 투표를 했습니다.

송 씨는 "공약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국민이니까 투표하러 왔다"고 말했습니다.

투표 기다리는 유권자들 (사진=연합뉴스)

한편 서울 곳곳 투표소에서 소란이 일어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잇따랐습니다.

종로구 삼청동주민센터 투표소에서는 오전 10시쯤 한 남성이 투표소 주변을 배회하며 사무원과 투표자들에게 욕설해 투표에 한때 지장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사무원들의 요청으로 현장을 찾은 경찰은 이 남성을 귀가하도록 조처했습니다.

오전 10시 20분쯤 광진구 화양동 투표소에서는 한 80대 남성이 신분 확인 과정에서 주민등록증과 휴대전화 제시를 요구한 투표소 관계자에게 "왜 주민등록번호를 공개하냐"라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출동한 경찰은 남성이 투표를 마치고 귀가하도록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오전 11시 30분쯤 종로구 사직동 투표소에서는 '국민의힘 공명선거추진위원회' 소속이라고 밝힌 남성 당원 2명이 "부정선거가 벌어지지 않도록 감시하겠다"며 투표소 입장 인원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계수기로 측정하다가 경찰에 신고당했습니다.

경찰은 당원들에게 개인정보를 촬영하지 않도록 주의를 준 뒤 철수했습니다.

사퇴한 국민의당 안철수·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가 투표용지에 그대로 남아 있어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일부 나왔습니다.

현장에서 바로 인쇄되는 사전투표 용지와 달리 본투표 용지는 두 후보의 사퇴 시점 전에 인쇄를 마쳐 별도의 '사퇴' 표기가 없습니다.

관악구 대학동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에 두 후보의 이름이 있는 것을 보고 투표관리원에게 경위를 묻는 시민도 눈에 띄었습니다.

종로1·2·3·4가동 투표소를 찾은 30대 윤 모 씨도 "안철수·김동연 후보가 사퇴했다고 적혀 있지 않아서 약간 헷갈렸다"고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