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 걸렸어요" 유모차 밀고, 지팡이 짚고 한 표

"40분 정도 걸렸어요. 그래도 하고 나니 후련하네요."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 당일인 오늘(9일) 오전 부산 수영구 민락 제6 투표소를 빠져나온 김 모(33) 씨는 투표 인증샷을 찍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 씨는 "오전 8시 정도에 도착했는데 60명 정도가 길게 줄을 서 있었다"면서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한 직장인이 급했는지 '먼저 투표 해도 되겠냐'고 해 시민들이 순서를 양보해주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가 투표를 마친 시각 제6 투표소 앞 대기 줄은 더 길어져 80명이 넘게 줄을 서 있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유모차를 밀고 나온 젊은 부부, 손자와 할아버지 등 3대가 같이 투표하러 온 가족, 운동복에 자전거를 타고 나온 어르신도 있었습니다.

지팡이를 짚은 80대 노모를 모시고 투표소를 찾은 최 모(54) 씨는 "어머님이 몸이 불편하신데 투표를 하시겠다고 하셔서 모시고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20대 박 모 씨는 "투표를 하고 중고거래를 하러 가려고 했는데 줄이 길어서 '좀 늦겠다'고 문자를 보내자 상대방도 투표소 대기 줄이 길어서 늦는다고 했다"고 상황을 전했습니다.

수영구 망미 제2 투표소에도 유권자 20∼30명이 줄을 서서 투표하는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일부 투표소에 사람이 몰린 것과 달리 비교적 한산한 투표소도 있었습니다.

오늘 사상구 학장동 제1 투표소가 마련된 구학초등학교에는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가 많은 탓인지 투표소를 찾는 시민이 적었습니다.

투표소에 들어선 유권자들은 막힘없이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 뒤 기표소로 향했습니다.

동래구 명륜동 제3 투표소도 한산한 모습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곳에서 투표를 마친 주민 김 모(38) 씨는 "사람이 몰릴까 봐 걱정했는데 투표소 안팎으로 대기가 없어 일사천리로 투표를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시민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뽑은 후보가 당선되기를 말하며 삶이 더 나아지기를 소망했습니다.

신 모(58) 씨는 "사전선거를 둘러싸고 잡음이 많은데 새로 당선된 대통령은 먼저 이런 갈등을 잘 봉합하고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부축해 투표장에 온 김 모(77) 씨는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부디 서민들을 위해 힘써줄 수 있는 대통령이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출근길 남편과 함께 투표소에 들렀다는 간호사 박 모(56) 씨는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서민들은 살기가 너무 팍팍한데, 이번에 당선되는 대통령은 꼭 집값부터 안정화했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