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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 전부터 수십 명 긴 줄…10대 유권자도 생애 첫 투표

오전 6시 전부터 수십 명 긴 줄…10대 유권자도 생애 첫 투표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일인 오늘(9일) 서울의 투표소 곳곳에서는 투표 시작 시각인 오전 6시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서는 등 투표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관악구 대학동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오늘 투표 개시 직전 이미 40명이 넘게 줄을 서 있었습니다.

시민들은 영하에 가까운 새벽 추위에 외투 옷깃을 여민 채 투표소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오전 5시 34분쯤 가장 먼저 도착한 대학생 이 모(29) 씨는 "원래 사전투표하려다 코로나19 재택 치료를 받느라 오늘 왔다"며 "한쪽에 치우친 청년정책보다 2030세대의 목소리에 부합하는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기대했습니다.

등산복 차림으로 아내와 이곳 투표소를 찾은 직장인 김 모(71) 씨는 "이번 선거에서는 믿을 만한 후보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한 사람을 고른다"면서도 "안보나 경제 측면에서 국민들을 편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은평구 신사제1동주민센터 투표소에도 오전 5시 45분쯤부터 30여 명이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줄을 섰습니다.

늦게 온 시민 한 명은 줄이 주민센터 3층 투표소까지 이어진 것을 보고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오전 5시 55분쯤 주민센터 현관 셔터가 열리자 투표관리원들은 시민들에게 손 소독을 하도록 안내하고 기표 시 사용할 일회용 장갑을 나눠줬습니다.

관리원들은 시민들이 주소지를 관할하는 투표소를 맞게 찾아왔는지 확인하느라 분주했습니다.

대선투표, 투표소 (사진=연합뉴스)

오늘 본투표는 사전투표와 달리 주소지 관할 투표소에서만 할 수 있습니다.

다른 투표소로 가야 할 투표자 네다섯 명은 줄에서 빠지기도 했습니다.

자영업을 한다는 김 모(64) 씨는 어떤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인지 묻자 "정직한 후보"라고 답했습니다.

김 씨는 "잘 살고 못 살고는 둘째고,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고 소상히 설명해 줄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를 기원한다"며 미소 지었습니다.

용산구 청파동주민센터 투표소 역시 투표 개시 직전 20여 명이 대기하다가 입장했습니다.

한 남성은 일찍 도착했으나 신분증을 들고 오지 않아 바삐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이곳 투표소 대기줄 맨 앞에 선 이는 오전 5시 35분쯤 남편과 함께 도착한 이 모(70) 씨였습니다.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남편 출근길에 따라나섰다는 이씨는 "우린 살 만큼 살았으니깐 어떤 분이 되더라도 청소년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며 "요즘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해도 일자리가 없어서 일 못 하는 청년이 많은데, 노력한 만큼 잘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최소 32만 명을 웃돌며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감염이 걱정돼 이른 시간에 투표소를 찾았다는 유권자도 있었습니다.

손으로 계속 마스크 위를 가리던 이 모(72) 씨는 "사전투표를 하려다가 사람이 너무 몰려 오늘 일찍 나왔다"며 "지금까지 내가 찍은 후보가 모두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이번에도 그러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난생처음으로 대선에서 한 표를 행사하는 10대 청소년과 20대 초반 청년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대선투표 (사진=연합뉴스)

아버지(54), 언니(22)와 함께 청파동 투표소를 찾은 김 모(19) 씨는 "학교 반장선거랑은 너무 달랐다. 도장을 잘못 찍을까 되게 무섭고 떨렸다"며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김 씨는 "절대로 국민을 외면하지 않고 나라를 팔아먹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뽑았다"며 "집에 가서 치킨 먹으면서 개표방송을 볼 것"이라고 했습니다.

양천구 신월6동 주민센터 투표소에 가족과 함께 잠옷 바지와 슬리퍼 차림으로 온 이 모(22) 씨도 첫 대선 투표라며 웃었습니다.

이 씨는 "지금 대학을 졸업하고 아르바이트 중인데 다음 대통령은 취업이 좀 잘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같은 줄에 선 조 모(19) 씨도 가족과 함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러 왔습니다.

조 씨는 "첫 투표라 기대가 크다. (대선) 토론을 좀 챙겨봤는데 당선된 대통령이 공약을 잘 지켜주셨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유권자들은 코로나19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신사동 투표소를 찾은 서 모(73) 씨는 "(대선을) 5년에 한 번 하는 건데 어떻게 그렇게 준비가 안 됐는지 모르겠다. 함께 생각해볼 문제"라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종로1·2·3·4가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서 만난 김 모(40) 씨는 사전투표 때 기표가 된 용지가 발견되는 등 부정투표 우려가 있어서 오늘 투표했다고 했습니다.

마포구 용강동 주민센터로 투표하러 간다는 직장인 임 모(28) 씨는 "선거에 진 쪽 지지자들은 사전투표 부실 사태를 들어 결과에 불복할 것 같다"고 우려했습니다.

오늘 오전 8시까지 2시간 동안의 전국 투표율은 5%로 잠정 집계됐는데 2017년 19대 대선의 같은 시간대 투표율 5.6%보다 0.6%포인트 낮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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