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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경제성장 둔화에도 국방비 늘리는 중국…"더 늘려야"

중국이 올해 국방 예산을 지난해 대비 7.1% 증액하기로 했습니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 5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올해 국방 예산을 1조 4천504억 5천만 위안으로 보고했습니다. 우리 돈 279조 원에 해당합니다.
 

중국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 5.5%…31년 만에 최저


중국 전인대는 우리의 국회 격으로, 정책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함께 '양회(兩會)'로 불립니다. 양회는 중국의 최대 연례 정치 행사인데, 전인대 개막식에서는 중국 총리가 그해 업무 보고를 통해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제시합니다. 특히 경제성장률 목표치와 국방 예산은 외신 기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보는 항목 중 하나입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

올해 전인대 개막식에서도 리커창 총리가 직접 나서 업무 보고를 했습니다. 리 총리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로 '5.5% 안팎'을 제시했습니다. 지난해 전인대에서는 '6.0% 이상' 성장을 목표로 제시했는데, 이보다 낮아진 것입니다. 참고로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8.1%로 목표를 초과 달성했지만, 2분기 이후 하향세를 보였습니다. 지난해 1분기 18.3%까지 올랐던 성장률은 헝다그룹 채무불이행 사태로 대표되는 중국 부동산 산업의 위축, 중국의 '공동 부유' 정책에 따른 각종 규제, 전력 대란, 코로나19 봉쇄 조치 등이 겹치면서 2~4분기 7.9%, 4.9%, 4.0%로 내려앉았습니다. 올해 목표로 제시한 '5.5% 안팎' 성장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이유입니다. 성장률 목표치 '5.5% 안팎'은 톈안먼(天安門) 시위 유혈 진압에 따른 서방과의 갈등 여파가 지속되던 지난 1991년(4.5% 목표) 이후 3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리커창 총리는 올해 목표치에 대해 "고용 안정과 민생 리스크 방지를 주로 고려했다"며 "'중고속(中高速)' 성장 목표로, 고된 노력을 기울여야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올해 국방 예산 증가율 7.1%…3년 만에 최대


반면, 중국 정부가 제시한 국방 예산 증가율은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웃돌았습니다. 올해 국방 예산 7.1% 증액은 지난해 증가율(6.8%) 보다 오히려 늘어난 것이며, 2019년 이후 3년 만의 최대 증가폭입니다. 경제 성장은 둔화하고 있는데, 국방 예산은 계속 늘려가고 있는 셈입니다. 중국은 2016년 이래 7년 연속 '한 자릿수' 국방 예산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8년 이후 중국의 국방 예산(단위: 십억 위안)과 증가율 (출처=글로벌타임스)

중국의 이러한 국방 예산 책정 배경에는 치열한 미·중 갈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중국 견제 기조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와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로 동맹국을 규합하고, 타이완 무기 수출과 타이완 해협 군함 통과 등을 늘리고 있습니다. 최근 남중국해에서의 영토 분쟁, 인도와의 국경 분쟁도 중국이 국방 예산을 늘린 원인이 됐을 수 있습니다. 리커창 총리는 전인대 업무 보고에서 "올해 시진핑 강군 사상을 깊이 관철하고 신시대 군사전략 방침을 관철하겠다"며 "군사 훈련과 전투 준비 태세를 강화하고 국가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대식 군사 물류 시스템, 군 자산 관리 시스템, 무기 장비의 현대화 관리 시스템을 건설하고 국방과학 기술 혁신을 가속하겠다"고도 했습니다.
 

후시진 "중국 국방 예산, GDP 대비 2% 수준까지 늘려야"


중국의 국방 예산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입니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할 다음 회계연도 국방 예산은 7천700억 달러, 우리 돈 937조 원에 달합니다. 중국 국방 예산의 3.3배입니다.

중국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의 올해 국방 예산 증가폭이 "적절한 수준"이라고 환영했습니다. 군사전문가 쑹중핑은 관영 글로벌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국방비 7.1% 증가는 높은 수치가 아니다"라며 "중국의 대외 위협 증가 등을 고려하면 중국군의 무기와 군사 장비의 대규모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국방비 증가는 필연적"이라고 부연했습니다. 다른 군사전문가 푸첸샤오도 "중국의 국방비는 지난 몇 년간 국내총생산(GDP)의 1.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는 다른 국가들, 특히 미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은 올해 세 번째 항공모함을 진수할 예정이며, 중국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젠(J)-20 생산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중국의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젠(J)-20 (출처=글로벌타임스)

나아가 중국의 국방 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중국의 대외 강경론을 대변하는 대표적 논객인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많은 국가가 군비를 늘리고 있는데, 국방을 느슨하게 하자는 것은 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가지고 농담하는 것"이라며 "중국의 군비는 GDP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미국의 국방 예산은 지난해 GDP 대비 3.29%였고 중국보다 훨씬 가난한 인도도 2019년 군비가 GDP 대비 2.4%에 달했는데, 중국은 지난해 1.23%에 불과했다"면서 "국방 예산을 GDP 대비 적어도 2%까지 늘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후시진은 "만약 2%에 도달할 경우 중국의 군비는 미국의 절반에 이를 것이며 아시아 태평양 군사 균형의 새로운 국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은 중국의 국방 예산을 GDP 대비 2%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오는 2035년까지 자국의 인민해방군을 세계 최고 군대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방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자국의 국방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중국의 군비 증강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 나아가 전 세계의 군비 경쟁으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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