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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폭증에 속수무책…애초 잘못된 매뉴얼, 알리지도 않았다

확진자 폭증에 속수무책…애초 잘못된 매뉴얼, 알리지도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부실 선거관리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선관위가 애초에 미흡한 상황 예측과 안일한 대처로 이러한 사태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오늘(6일) 나옵니다.

여기에 선거사무원 등에 배포된 확진·격리자 투표에 대한 매뉴얼 자체의 내용도 충분한 설명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사실상 '예견된 참사'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확진자 폭증 등에 따른 확진·격리자 투표 참여 규모 예측 실패부터 시작해 대책 미비와 관리 부족, 유권자 상대 홍보 부족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구멍이 숭숭 뚫린 총체적 부실 사태였던 셈입니다.

선관위 설명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격리자를 위한 별도 투표함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관련 법령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직선거법 151조 2항은 '하나의 선거에 관한 투표에 있어서 투표구마다 선거구별로 동시에 2개의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확진자의 투표용지를 비닐 팩이나 종이 상자, 플라스틱 소쿠리 등에 담아 옮기려다 논란을 빚은 것입니다.

결국 확진·격리자의 사전투표 시간대를 분리하는 등의 추가 조치를 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앞서 선관위는 지난달 25일 발표한 확진자 투표 관리 특별 대책을 통해 본투표 시 확진자 투표를 오후 6시부터 7시 30분까지로 일반 투표와 분리했지만, 확진자 사전투표는 5일 하루로 지정하면서 일반 투표와 시간을 명확히 분리하지 않았습니다.

선관위가 동시에 2개의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한 법 조항을 인식했다면, 애초 확진·격리자를 위한 별도 투표소를 마련하는 등 대책을 세웠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선관위 관계자는 "사전투표에 참여할 확진·격리자의 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서 발생한 상황"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선관위가 확진·격리자 관리를 위해 내부에 배포한 '매뉴얼' 자체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매뉴얼 중 일부 (사진=연합뉴스)

언론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선관위가 내부 구성원에 배포한 사전투표 지침, 즉 '투표관리'라는 이름의 매뉴얼은 5쪽이 전부였습니다.

이 중 문제가 된 투표함 부분은 마지막 장 7줄이 끝이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투표지 투입' 관련 설명에는 "격리자 등이 제출한 봉투는 참관인이 볼 수 있는 바구니·상자 등에 담아 지정된 참관인과 함께 사전투표소로 이동"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선관위는 이어 "참관인 참관하에 관내는 투표지가 공개되지 않도록 유의해 임시 기표소용 봉투에서 꺼내 관내 사전투표함에 투입. 관외는 관외 사전투표함에 회송용 봉투를 투입"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심지어 마지막 줄에는 작은 글씨로 "투표 중이거나 대기 중인 격리자 등 인원에 따라 일정 수량을 모아서 투입 가능"이라고 적시되어 있습니다.

'일정 수량'을 모으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나 지침은 없었습니다.

투표구마다 확진자의 투표용지를 비닐 팩이나 종이 상자, 플라스틱 소쿠리 등에 담아 옮겨 논란이 확산한 배경입니다.

최소한 투표용지를 모으는 상자 등을 규격화해 배포하거나, 해당 상자에 대한 보안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철저히 관리하는 방안을 매뉴얼에 명시해 부실선거 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투표소 1 투표함' 원칙을 지켜야 했다면 최소한 선관위 관계자들이 상시 대기하고 있다가 확진자가 투표를 마치면 그 투표용지를 곧바로 투표함으로 가져가 투입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지침'으로 투표용지를 모아 넣도록 '장려'하며 문제기 더욱 커진 것 아니냐는 비판인 셈입니다.

결국 선관위의 안일한 상황 인식과 대처로 어제(5일) 서울 은평구 신사1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기표가 된 투표용지를 배부했다가 유권자들의 항의로 잠시 투표가 중단되는 일까지 벌어지는 사태를 자초했다는 지적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선관위는 사전투표 시 코로나19 확진·격리자를 위한 별도 투표함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을 사전에 충분히 공지하지 않은 것으로도 확인됐습니다.

선관위가 지난 2월 25일 공개한 '제20대 대선 확진자 등 투표관리 특별대책 발표' 보도자료에 따르면 선관위는 확진자와 격리자의 사전투표와 관련, "(확진·격리자) 확인이 완료되면 마스크를 잠시 내려 신분증명서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선거인 본인 여부 확인서'를 작성한 후 별도 설치된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하면 된다"라고만 설명하고 있습니다.

선관위는 여기에 "임시 기표소는 확진자와 격리자별로 동선을 분리해 각각 설치한다"라고만 명시했습니다.

확진자가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투표함에 직접 투표용지를 넣지 못한다는 사실은 어디에도 명시하지 않은 것입니다.

결국 다수의 확진자와 격리자는 사전투표장에 도착해서야 자신이 투표함에 직접 투표용지를 넣지 못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보도자료 캡처, 연합뉴스)

내부 지침 매뉴얼에는 명시되어있긴 하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한다'는 식의 충분한 설명과 홍보는 전무한 상황이라 사실상 선관위가 유권자의 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선관위 관계자는 부실 선거관리 논란의 근본 원인과 관련해 "사전투표에 참여할 확진·격리자가 이렇게 많아질 것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서 발생한 상황"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확진·격리자의 상당수는 시간대가 분리된 본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 애초 충분하고 자세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못했다는 설명입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이번 사전투표를 대비하면서는 확진·격리자와 일반 유권자의 동선 분리 위주로만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습니다.

선관위가 사전투표 당일 참석할 확진·격리자의 수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제대로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더해 선관위는 사전투표 전 '하나의 선거에 관한 투표에 있어서 투표구마다 선거구별로 동시에 2개의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151조 2항에 대한 대책 마련 여부에 대해 논의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확진·격리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이들에 대한 현장 대처가 가능할 것으로 일차적으로 판단, '1 투표함'에 대한 내부 규정을 관습적으로 따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초박빙 선거 구도 속 선관위의 부실 관리 논란과 책임론은 향후 대선이 끝난 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독자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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