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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후의 대국, 우크라이나의 역사 - 구로카와 유지 [북적북적]

유럽 최후의 대국, 우크라이나의 역사 - 구로카와 유지 [북적북적]

조지현 기자

작성 2022.03.06 07:2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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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후의 대국, 우크라이나의 역사 - 구로카와 유지 [북적북적]
[골룸] 북적북적 331 : 유럽 최후의 대국, 우크라이나의 역사 – 구로카와 유지

(1991년) 8월 24일, 우크라이나 최고회의는 독립 선언을 채택했다. 훗날 이날은 독립기념일이 된다.
9월에는 최고회의가 민족주의 전통에 입각한 국기, 국가, 국장을 법제화했다.
국기는 위가 하늘을 뜻하는 파란색, 아래가 대지(보리밭)를 뜻하는 노란색.
국가는, 1865년 베르비츠키 작곡의 '우크라이나의 영광은 사라지지 않으리'.
국장은 볼로디미르 성공의 국장이었던 '삼지창'.
-『유럽 최후의 대국, 우크라이나의 역사』中

파란색과 노란색. 이제 우리에게도 그냥 파란색과 노란색이 아니죠. 우크라이나의 안녕과 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곳곳에서 건물 조명으로, 드론으로, 옷으로 우크라이나 국기를 표현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뜻을 전하는 모습이 요즘 많이 보입니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습니다. (물론, 잘 아는 분도 계시겠지만요.) 한국인이 여행을 많이 가는 곳도 아니고 우리와 왕래가 특별히 많은 곳도 아닙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우리가 배운 세계사에서 우크라이나는 별도로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소련 해체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독립국으로 짧게 다뤄질 뿐이었죠. 굳이 시험에 나오는 키워드였다면 '곡창지대' 정도가 아니었을까요. 우크라이나 역사는 그동안 주로 '러시아/소련' 역사의 일부로 다뤄져 왔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읽을 만한 우크라이나 역사책도 선택지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매우 궁금해집니다. 뉴스 속보와 해설 기사에서 주로 다루는 전쟁 상황이나 20세기 이후의 우크라이나 현대사ㆍ국제관계를 넘어 그 이전의 이야기까지 알고 싶어집니다. 대체 우크라이나는 어떤 나라인지, 1991년에 독립했으니 '우크라이나'라는 국가로 지도에 표기된 것은 불과 30년 남짓인데 그 전에는 어느 나라에 속해 있었는지, 어떤 사람들이 살면서, 독립을 위해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 또 러시아와의 관계는 거슬러 올라가면 어디서 출발한 것인지요.

이런 때에 마침, 책 한 권이 번역돼 나왔습니다. 『유럽 최후의 대국, 우크라이나의 역사』(구로카와 유지 지음, 글항아리 펴냄)라는 책입니다. '골라듣는 뉴스룸'의 책 읽는 팟캐스트 '북적북적'에서는 오늘 이 책을 소개하고 일부를 읽어드립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고유명사를 원칙적으로는 우크라이나어 발음으로 썼지만, 러시아어나 영어식 표기가 강하게 정착된 경우 그 표기를 따랐다고- 수도 '키이우'는 '키예프', '드니프로강'은 '드네프르강'으로 썼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SBS 뉴스는 최근 우크라이나 고유명사를 러시아어 발음이 아닌 우크라이나어 발음으로 표기하는 방침을 택했습니다만 오늘 낭독은 책에 표기된 대로 읽는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이 책을 쓴 '구로카와 유지'는 우크라이나 주재 일본 대사, 니혼대학 국제관계학부 교수 등을 지낸 외교관입니다. 저자는 자신 역시 우크라이나에 대해 잘 모르는 채로 부임하게 됐다고 썼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대사로 있으면서 이 나라를 '발견'했고, 마치 자신이 우크라이나를 발견한 것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우크라이나는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게 됐다고요.
 
우크라이나의 권위있는 역사학자 오레스트 수브텔니는 우크라이나 역사의 최대 주제는 '나라가 없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즉, 거의 모든 나라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 주요 의제가 민족국가(nation state)의 확보와 그 발전인 것에 비해 우크라이나에서는 국가의 틀 없이 민족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가 역사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유럽 최후의 대국, 우크라이나의 역사』中

'나라가 없었'기 때문에, 저자는 이 책에서 흑해 북쪽, 지금의 우크라이나 '땅'을 중심으로 역사를 훑어봅니다. 이야기는 기원전 스키타이인부터 시작해 '키예프 루스 공국'으로 이어집니다. 키예프 루스 공국은 10~12세기 유럽의 대국이었는데요, 이 이름이 심상치 않습니다. '키예프'는 우크라이나의 수도(우크라이나어 '키이우', 러시아어 '키예프')이고, '루스'는 '러시아'이니까요. ('루스'는 스칸디나비에서 온 바랴그인(바이킹)들이 자신들을 부르던 이름입니다. '모스크바 공국'은 '루스'의 라틴어 이름 '러시아'를 가져와 18세기부터 나라 이름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 지금으로부터 천년 전의 나라 '키예프 루스 공국'을 어떻게 보느냐를 놓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입장이 첨예하게 다릅니다. 누구를 이 나라의 후예로 볼 것이냐에 따라, 천년 역사의 계승자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코사크, 헤트만 국가, 1ㆍ2차 세계대전 시기의 우크라이나 등에 대한 내용은 팟캐스트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어간에 해당되는 'krai'는 원래 슬라브어로 '자르다, 나누다'라는 의미다. 현재 러시아어ㆍ우크라이나어에서도 명사 'krai'는 '가장자리', '지방', '나라'라는 의미가 있다. ..(중략)…'우크라이나'는 '변경지대'라는 의미보다는 단순히 '땅'이나 '나라'를 의미하는 보통명사였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설령 변경이라는 의미의 단어에서 파생되었다 하더라도 모스크바 혹은 훗날 러시아 제국의 입장에서 본 변경의 의미는 아니었음이 확실하다. 12~13세기의 모스크바 지방은 동일한 혹은 그 이상의 변경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유럽 최후의 대국, 우크라이나의 역사』中

우크라이나는 오랜 세월 폴란드, 러시아, 오스트리아 등 여러 나라에 속해 있었고 1ㆍ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많은 나라가 독립국이 될 때에도 독립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면적ㆍ인구ㆍ농업ㆍ공업 어느 면에서도 러시아로서는 놓칠 수 없는 지역'이었고 이는 '풍요로운 땅을 가진 자의 비극' 이라고 저자는 쓰기도 했습니다.

이 책의 제목에 쓰인 '유럽 최후의 대국'이라는 말은 너무도 늦게 이뤄진 독립과 우크라이나의 중요성ㆍ성장 가능성을 모두 담은 표현으로 읽힙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긴 고난을 거쳐온 우크라이나에 대해 좀 더 알게 되고, 기존에 러시아ㆍ소련 역사로만 배웠던 내용을 우크라이나의 관점에서 다시 보게 됩니다.

한국어판은 최근 나왔지만 원래 2001년 쓰여진 책이다 보니, 독립 이후의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비롯해 작은 아쉬움은 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역사를 다룬 이렇다 할 대중서가 없었던 만큼 우크라이나에 대해 궁금하셨던 분들에게는 반가울 책입니다.

*출판사의 낭독 허락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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