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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눈으로, 한숨도 못 잤어요" 희망도 모질게 태운 화마

<앵커>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삶의 터전은 사라지고, 깊은 상처만 군데군데 남겨졌습니다. 집이 다 타면 어쩌나 키우던 소들은 어떡하나, 주민들은 걱정에 잠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신용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북 울진의 명도 마을, 산에서 내려온 불길이 민가까지 바짝 다가왔습니다.

뿌연 연기와 함께 불꽃이 피는 곳을 한 할머니가 서성입니다.

[장명랑/경북 울진군 울진읍 : 잠 한숨 못 잤죠. 뜬눈으로 TV만 보고…. 집 다 타면 어떡해.]

꼬박 50년을 농사를 지으며 살아오신 할머니.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생계를 위해 소 7마리를 기르던 중이었는데 불길이 거세져 축사가 사라질까, 발길이 떨어지지를 않습니다.

[장명랑/경북 울진군 울진읍 : 어떡하노. 산에서 불 내려오면 소는 어떡하노. 여기 소가 있어서…. 걱정이 돼서 어떻게 가요.]

밤사이 강풍을 만나 거세진 불길은 화성마을 재심 씨 부부의 희망도 모질게 태워버렸습니다.

김치맛 하나는 자신 있던 재심 씨가 본격적인 사업 도전을 위해 공장을 세운 지 불과 1년 만입니다.

[이재심/경북 울진군 울진읍 : (공장을) 작년에 새로 지어서 김치, 이제 직거래 장터라고 해서 우리가 농사를 다 지어서 직접 하는…. 공장이 기계가 좀 비싼데 이렇게 돼버렸네요.]

이곳은 원래 농기구 창고로 쓰였던 곳입니다.

지금 보시는 것처럼 천장 높이만 5m에 달했는데, 이번 산불로 천장을 지탱하던 철골 구조물이 녹으면서 바닥으로 푹 꺼져버렸습니다.

가축들도 스스로 살기 위해 대피에 나선 모습이 눈에 띄기도 합니다.

저는 지금 울진군의 한 마을에 나와 있습니다.

지금 뒤로 보시는 것처럼 원래 축사에서 키우던 소들 역시 산불을 피해 마을로 내려온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불길을 피해 급히 집을 나와 대피소로 모인 주민들, 서로 위로도 해보지만 살아갈 길이 막막합니다.

산불 대피소

[전삼중/경북 울진군 북면 : (집에) 불붙었단 소리 들었는데 가봤더니 다 탔더라고요. 대책이야 뭐 있겠습니다. 갑자기 맨몸만 나왔는데.]

산불이 진화됐다는 소식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 영상편집 : 최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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