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미국 수출 통제 예외국 되면 뭐가 좋아지나

[취재파일] 미국 수출 통제 예외국 되면 뭐가 좋아지나
▲ 우크라이나 사태 긴급 수출입업계 간담회

미국이 현지 시간 3일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수출통제 조치인 해외직접제품규제, FDPR 적용 예외 대상국에 한국도 포함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FDPR은 다른 나라 기업이 생산한 제품이라도 미국의 기술이 사용됐다면 미국 정부가 해당 제품의 수출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이번 한미 간 합의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들은 FDPR 관련 제품을 러시아로 수출할 때 미국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됩니다.

앞서 지난달 24일 미국이 발표한 FDPR예외국으로 32개 나라 가운데 우리나라는 빠졌습니다. 1차 명단에 포함된 국가는 대러 독자 수출통제에 나서겠다고 밝힌 유럽연합 27개국과 호주,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영국 등 32개국이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부랴부랴 협상에 나선 끝에 미국 등 국제 사회와 유사한 수준의 수출통제에 나서기로 하고 예외국 지위를 획득했습니다.

러시아에 수출하는 우리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서둘렀다는 게 정부 설명인데, 역설적이게도 원칙적으로 놓고 보자면 기업 입장에서는 크게 달라질 게 없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부품이 미국의 FDPR 수출 통제 품목에 올랐다면, 예외국이든 아니든 러시아에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지 못하는 건 어차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예외국이 되는 게 무슨 도움이 되길래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할 것 없이 정부가 모두 나서 그렇게 서둘러야 했던 걸까요?
 

FDPR 예외국 되면 뭐가 좋아지나

미국, 러 수출통제 FDPR 적용 한국 면제

FDPR 예외국이 됐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은 해당 품목 수출 때 미국 상무부의 승인 대신, 우리 정부의 허가를 받으면 된다는 겁니다. 우리 정부도 후속 조치로 FDPR이 적용되는 비전략물자인 전자(반도체), 컴퓨터, 통신·정보보안, 센서·레이저, 해양, 항법·항공전자, 항공우주 등 7개 분야 57개 기술·품목에 대해 수출 전 허가를 받도록 관련 고시를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고시 개정은 관계부처 협의와 행정예고, 법제처 심사, 총리실 규제 심사 등을 거쳐야 해 2∼3개월가량 걸리는 게 보통이지만, 정부는 미국과의 신뢰 관계를 고려해 한두 달 안에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정부는 고시 개정 후 기업들이 수출 허가를 신청하고 수출 가능 여부가 확정되기까지 한 달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략물자관리원에서 기업이 신청한 수출 품목이 제재 대상에 해당하는지 검토하는 데 15일, 그 외 정부 심사 등을 거쳐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15일을 합쳐 대략 한 달 정도 걸린다는 겁니다. 산업부는 만일 FDPR 적용을 면제받지 못해 미국 정부에서 수출 허가를 받아야 했다면 수개월이 걸렸을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행정 비용과 시간이 단축되고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업들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전자업계에는 FDPR 수출통제를 받으면 미국 산업안보국으로부터 수출 가능 여부를 일일이 허가 받아야 하지만, 다행히 면제국으로 인정받아 예측 가능성이 더 커졌다며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와 통화했을 때 들은 이야기도 비슷한 내용이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예외국이 되지 못했다면 당장 신청 서류부터 영어로 작성해야 하지 않았겠느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습니다.
 

FDPR 예외국 인정…통상문제인가 외교문제인가

러시아 수출 통제, 산업통상자원부

정리하자면, 예외국이 된다 해도 일부 품목은 러시아 수출이 금지되지만, 다른 품목 그러니까 수출 가능 품목은 신청이나 허가가 우리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절차가 보다 명확해지고 거기에 걸리는 시간도 훨씬 단축된다는 겁니다. 이런 이점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권한을 우리 정부가 대신 집행하게 되면서 생기는 것들입니다.

결국 미국이 우리나라를 믿고 해당 권한을 맡겼다는 건데, EU와 영국, 호주, 일본 등 함께 예외국에 이름을 올린 나라들을 보면 하나같이 미국과 오랫동안 동맹 관계를 유지해온 국가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FDPR 논란이 통상 문제를 넘어 근본적으로는 외교 문제, 나아가 한미동맹과 무관치 않다는 점도 잊지 않아야 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