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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②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자료('22.3.2)를 중심으로

지난달 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오늘(3일)로 8일째를 맞았습니다. 양측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직접 인명 피해 규모를 밝혔습니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현지시간 2일 언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에 참여 중인 우리 군인들 가운데서도 손실이 있다"면서 "498명이 임무 수행 중 숨졌고 1,597명이 부상했다"고 공개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측 피해도 언급했는데 "우크라이나 군인 사망자는 2,870명이며, 부상자는 약 3,700명, 포로는 572명"이라고 전했습니다.
 
러시아군 장비 행렬
 
군인 피해가 이 정도이니 민간인 피해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집계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시가전에서 기갑 전력에 큰 타격을 입은 러시아가 체첸과의 전쟁 때처럼 진공 폭탄이라고 불리는 열압력탄까지 퍼부으면서 민간인 피해는 더 늘어날 걸로 보입니다. 오늘 한 조간신문에 실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식료품점 모습은 텅 빈 판매대를 통해 열악한 현지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단기적 영향 제한적…중소기업 피해·환차손 주의해야"

 
러시아의 침공에 따른 피해는 양 당사국 뿐 아니라 세계 경제와 우리나라에서도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작성한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 다른 한국 경제 영향'을 보면,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나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제재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단기적 영향부터 살펴볼까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러시아·우크라이나와의 교역규모(전체 교역액 대비 2.2%)가 크지 않아 당장 영향이 크진 않을 걸로 보입니다. 다만 개별 기업 차원에서 영향이 클 수 있는 만큼 선별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 중소기업 가운데 러시아 수출규모 비중이 큰 자동차(중고차·24.4%)와 화장품(9.9%), 철강판(5.1%), 자동차부품(4.7%) 등이 주요 피해 업종으로 꼽혔습니다.
 
지난달 수출 최대, 무역적자도 역대 최대
 
다음으로, 미국 정부가 경제 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기 위해 시행한 '해외직접생산품규칙', FDPR(Foreign Direct Product Rule)도 주목해봐야 합니다. FDPR은 미국이 자국산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제3국 생산 제품의 수출을 통제하는 조치입니다. 미국과 함께 일찌감치 러시아에 대한 수출 제재에 동참한 27개 EU 회원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 32개국은 미국으로부터 FDPR 면제 조치를 받았지만 우리는 사정이 다릅니다. 쉽게 말해, 미국산 기술을 사용한 제품을 러시아에 수출하려면 일일이 미국 상무부의 사전 수출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겁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FDPR적용의 경우, 반도체는 러시아에 수출하는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자동차 부품은 러시아 수출이 전체의 15%가량 돼 반도체 칩이 포함된 부품 수출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특히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정부가 미국과 러시아에 대한 수출통제 공조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스마트폰, 완성차, 세탁기 등의 경우 FDPR 적용대상이라고 해도 원칙적으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비재로서, 군사 관련 사용자로의 수출 등이 아닌 한 예외에 해당하는 것으로 무방하다'는 설명을 미국 상무부로부터 들었다는 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단기적 영향이 크진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걱정할 게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먼저 러시아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되면서 단기적으로 루블화 가치하락이 예상돼 환차손으로 인한 기업 손실이 불가피할 걸로 예상됩니다. 또 전체 원유, 천연가스 수입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10% 수준으로 높지 않지만, 단기적으로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오르면 순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장기적 악영향…러시아 채무 불이행·생산성 악화 가능성"

 
다음은 장기적 영향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 우리 경제에도 좋을 리 없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 경제에 유의미한, 그러니까 상당한 정도의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먼저, 러시아가 현재 충분한 재정 여력과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지만, SWIFT배제와 자산 동결 등의 여파로 자산 운용을 유연하게 하지 못하면서 자칫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참고로 러시아는 외환보유액의 60% 이상(약 4,000억 달러)이 금융 제재에 동참한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해외 금융기관에 예치돼 있으며,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와 회사채 미상환 채무 규모가 약 1,400억 달러 정도되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경유 러시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점검하는 노동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생산성 악화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 제한과 그에 따른 에너지 공급 문제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 기업의 생산성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사용이 많은 제조업의 비중이 높은 데다 아직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2020년 기준 전 세계 화석연료 수출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원유 11%, 천연가스 25% 수준입니다.

여기에 더해 원유 수출국의 이해 충돌과 장기 공급 계약, 즉각 증산의 기술적 어려움 등으로, 화석연료 공급량이 급감할 경우, 비용이 오르면서 수익성이 나빠지는 건 물론, 이 역시 생산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특히 화석연료 수급 차질에 따른 생산성 악화는 대외 충격에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기업에게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어 당국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 [취재파일]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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