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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국형 아이언돔, 개발 착수 전에 시험 발사 성공?…L-SAM 영상은 조작

[취재파일] 한국형 아이언돔, 개발 착수 전에 시험 발사 성공?…L-SAM 영상은 조작
▲ 국방부가 공개한 장사정포요격체계(한국형 아이언돔)의 시험 발사 장면

여당 대선 후보가 국산 장거리요격체계 L-SAM을 띄우고, 청와대가 "L-SAM 시험 발사 성공"이라며 호응하자, 국방부는 '개발 중인 무기 공개 불가'의 공보 준칙을 어기고 요격 시험도 안 한 L-SAM의 영상을 언론에 배포했습니다. 국방부의 L-SAM 영상 공개만으로도 선거 개입 의혹이 제기됐는데, L-SAM 영상 도입부에 5년 전 미국 요격체계의 웅장한 발사 장면을 몰래 집어넣어 영상 조작 논란을 낳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한국형 아이언돔, 즉 국산 장사정포요격체계 LAMD의 시험 발사 성공 소식을 전하며 '국방이 강한 문재인 정부'를 강조했습니다. 역시 국방부는 공보 준칙에 아랑곳 않고 한국형 아이언돔의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한국형 아이언돔은 개발 착수도 안 된, 실체 없는 무기입니다. 국산 함대공 해궁 미사일을 거의 그대로 가져다 쏜 뒤 한국형 아이언돔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억지 홍보한 것입니다.

한국형 아이언돔은 올 하반기 기초적 개발에 착수하고 14년 후 개발 완료가 목표입니다. L-SAM은 내년부터 진짜 시험 발사인 고난도 요격 시험에 들어갑니다. 둘 다 성공을 낙관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닙니다. L-SAM과 한국형 아이언돔의 성공을 바란다면 지금은 수선떨지 말고 조용히 지켜볼 때입니다. 성공을 당연지사로 여기면 국방과학자들은 부담에 짓눌려 제 실력 발휘 못 합니다. 설익은 무기를 놓고 대선 기간 벌이는 청와대와 국방부의 이인삼각이 추구하는 것은 안보 이익일까요, 정치 이익일까요.
 

개발 착수도 안 했는데 시험 발사 성공이라니

한국형 아이언돔은 개발 착수 전인데, 국방부는 언론 배포 영상에서 '시험발사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지난달 27일 SNS에 "한국형 아이언돔의 비행 성능 검증을 위한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적었습니다. 다음 날 문재인 대통령은 3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어떠한 위협도 빈틈없이 막아낼 한국형 아이언돔과 미사일 방어체계도 든든하게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국방부는 전군주요지휘관회의 상영 영상과 언론 배포 영상을 통해 한국형 아이언돔의 '시험 발사 성공'을 공표했습니다. 한국형 아이언돔의 개발이 마무리된 것 같은 뉘앙스인데 사실과 다릅니다.

군 당국은 작년 6월 29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한국형 아이언돔으로 불리는 장사정포요격체계의 국내 연구개발을 결정했습니다. 올해부터 2035년까지 14년간 2조 8천900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입니다. 개발 속도를 높이면 2~3년은 당길 수 있을 것으로 군은 보고 있습니다.

방사청 관계자는 "오는 가을 탐색개발에 들어간다"고 설명했습니다. 탐색개발은 개발의 기초적인 단계로 핵심 기술들을 분별해 본격 개발을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본 개발인 체계개발은 2~3년 뒤에나 시작됩니다. 즉 한국형 아이언돔은 개발도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 핵심 관계자는 "현재 한국형 아이언돔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고 표현했습니다.

국방부가 공개한 장사정포요격체계(한국형 아이언돔)의 미사일(왼쪽)과 해군의 해궁 미사일(오른쪽). 모양이 거의 같다

국방부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영상 속 미사일은 해군의 함대공미사일 해궁과 거의 같은 모양입니다. 군 당국은 해궁을 기반으로 한국형 아이언돔을 개발할 참인데 탐색개발에 앞서 해궁을 개조해 지난달 23일 기본적인 실험을 한 것입니다. 한국형 아이언돔용이라며 발사대와 레이더, 교전통제소의 사진도 공개했는데 정체가 불분명합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비처럼 날아오는 로켓과 포탄을 요격하는 과정에서 피탄된 표적의 파편과 요격 못 한 표적을 구분하는 필터링 기술 등 고난도의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 어려운 개발"이라며 "실체 없는 무기를 마치 시험 발사에 성공한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L-SAM도 장거리공대지도 설익었는데 공개

국산 중거리요격체계 M-SAM, 즉 천궁-Ⅱ가 언론지상에 제대로 등장한 것은 2016년 상반기부터입니다. 그해 1월 요격 시험에 돌입해 슬슬 표적탄을 맞추며 성공 가능성을 높이던 시점입니다. 그로부터 1년 뒤 천궁-Ⅱ는 완전한 개발 성공 판정을 받았습니다.

천궁-Ⅱ보다 더 높은 고도에서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L-SAM은 아직 요격 시험 전입니다. 요격 시험은 내년부터 후년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그런데 여당 대선 후보가 공개 지지하고,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SNS에 "비행 성능 검증을 위한 시험 발사 성공"이라고 쓰자, 국방부가 공보 준칙을 무시한 채 L-SAM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정부가 대선 논란에 휩싸인 무기를 성급하게 광고한 꼴입니다.

국방부 공개 영상 중 L-SAM 발사 장면의 도입부. 미국 미사일 방어청의 2017년 요격 시험 영상과 똑같다.

게다가 L-SAM 영상 도입부에 5년 전 미국 미사일방어청이 태평양 콰잘린 환초에서 실시한 중간 단계 요격체계(GBI) 시험 발사 장면을 아무 설명 없이 끼워 넣었습니다. L-SAM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적 편집의 소지가 큽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군 당국은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이라며 전투기 날개에서 분리되는 비행체의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은 작년까지 탐색개발 단계였습니다. 현재도 체계개발을 어디에 맡길지 우왕좌왕입니다. 작년 대통령 앞에서 공개된 탐색개발 중의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은 엔진도 관통 탄두도 없는 단순 모형에 불과했습니다.

군당국이 탐색개발 중 공개한 장거리공대지미사일

우려되는 국산 무기의 정치화

국방부의 한 핵심 관계자는 기자에게 "연초 북한의 잇단 미사일 시험 발사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민들의 안보 불안이 우려돼 영상들을 공개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순수하게 안보 불안 해소가 목적이었다면 멋있게 공개할 수 있는 비정치적이고 완성된 우리 군 핵심 무기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대선 주요 주자들과 청와대가 힘주어 언급함으로써 정치적 무기가 된 L-SAM, 한국형 아이언돔은 손대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국방부는 심지어 L-SAM 영상을 조작했고, 개발 착수도 전에 한국형 아이언돔의 시험 발사 성공을 자축했습니다.

무리한 무기 자랑은 안보 불안 해소가 아니라 도리어 북한을 자극해 안보 불안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국방부도 이를 잘 아니까 '개발 중인 무기 공개 불가'라는 공보 준칙을 세운 것입니다. 국방부의 공보 준칙 무시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닙니다.

국방부가 개발 중이거나 개발 착수도 안 된 무기의 영상을 자발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현역 군인들은 "청와대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국방부가 대선 정국에서 정치한다"고 웅성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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