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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특전사 출신 요양보호사, 80대 치매 노인 폭행…사건 전말은?

[취재파일] 특전사 출신 요양보호사, 80대 치매 노인 폭행…사건 전말은?

생활관 헷갈린 치매 노인을…CCTV에 담긴 충격적 폭행 영상

SBS가 입수한 요양원 내부 CCTV 영상 파일에는 끔찍한 그날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지난해 9월, 부산 금정구의 한 요양원에서 찍힌 영상이었습니다. 보행보조기를 끌고 방으로 들어가려는 노인을 젊은 남성이 막아서더니, 뺨을 때리고 멱살을 잡고 넘어뜨렸습니다. 급기야 노인의 가슴팍을 무릎으로 내리찍기까지 합니다. 통증을 호소하며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노인. 그렇게 30초의 영상은 끝이 납니다.

젊은 남성은 해당 요양원에서 근무하던 30대 요양보호사 A 씨였습니다. 특전사 출신의 건장한 체격의 그는, 80대 치매 노인이 착각해 여성 생활관으로 들어서려 하자 막아서는 과정에서 폭행을 벌였습니다.

이틀 뒤 A 씨는 요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공익신고자 신고로 세상에 알려진 사건

사건 후 한 달이 지나도록 폭행이 벌어졌다는 사실 자체를 외부인은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10월 중순 관할구청과 노인보호전문기관에 폭행사건이 담긴 CCTV 영상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영상을 확인한 담당자들은 며칠 뒤 곧바로 요양원 현장 조사에 나섰다고 합니다.

문제는 바로 이때입니다. 요양원은 자신들도 직원의 폭행 사실을 몰랐다며, A 씨가 자발적으로 퇴사한 줄 알았다고 폭행 책임을 A 씨에게 돌렸습니다. 요양원 측은 뒤늦게 A 씨를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치매노인 폭행 요양원 은폐

또, 피해 노인의 가족에게 찾아가 '아버님이 낙상사고를 당해 지난달 병원에 모시고 간 적이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폭행 사실도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CCTV 영상을 보여달라는 피해자 아들의 요구에는 하루가 지나면 영상이 사라지기 때문에 우리도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둘러댔다는 게 피해 가족 측 주장입니다.

피해자 아들은 'A 씨 개인의 일탈이고, 요양원은 전혀 개입한 바가 없다. A 씨는 이미 퇴사했고, 아버님을 더욱 극진히 모시겠다' 는 요양원 측의 말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내민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는 합의서에 서명을 했습니다.

그로부터 다섯 달이 지난 지금도, 요양원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드러난 은폐 정황…"요양원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게 지나가는 듯했던 이번 사건은, SBS로 들어온 제보에 또 다른 국면을 맞았습니다. 제보자는 "요양원이 폭행사건 직후부터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고, 조직적으로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내용을 취재진에 털어놨습니다.

이 공익제보자는 사건 발생 다음 날 요양원 관계자들이 CCTV 영상을 서로 주고받았으며 A 씨가 사무실에 오도록 불렀다는 SNS 대화 기록도 남아있다고 말했습니다. A 씨의 퇴사도 자발적이 아닌, 요양원의 종용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치매노인 폭행 요양원 은폐

또 10월 중순, 공익신고자의 제보 이후 관계기관의 합동조사를 앞둔 상태에서 벌어진 대책 회의 녹취 내용을 취재진이 확보했습니다. 요양원장은 이 자리에서 "CCTV 영상을 직원들끼리 돌려볼 수 있으니 지우게 하라, 누가 묻더라도 A 씨가 우리를 음해하기 위해 할아버지를 때린 뒤 자발적으로 퇴사했다고 말해라. 지금 우리의 주장은 이것뿐이다"라며 구체적인 은폐 지시를 했다고 요양원 내부 관계자가 증언했습니다.

직원들은 노인 폭행 피해 조사를 앞둔 상태에서 원장과 국장 등에게 수차례 불려가야 했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정신교육'이라 표현했습니다. 질문과 답변 내용을 정해주고, 조사를 끝내고 나오는 직원들에게는 뭐라고 대답했는지 끈질기게 캐물었습니다. 답변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정신이 없어서 잘못 말했다고 답하라고 재촉했습니다.

직원들은 요양원의 협박 아닌 협박을 받아야 했다고 말합니다.
 
"여기 직장이 사라지면 당신은 직업도 잃게 되고, 지금 당장 돈도 벌 수 없게 될 것이다. 말실수를 해서 영업 정지가 나오거나 벌금이 나오게 되면 거기에 대해서 당신한테 청구를 할 것이다." (요양원장)

제보자가 용기를 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일이 정말 만약에 없었던 일로 되어버리면 요양원에 있는 사람들은 또 그런 일을 할 것이고, 이렇게 처리하면 된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CCTV로 일어났던 일이니까 이제 CCTV 가동도 안 하고 있거든요." (제보자)
 

아무것도 듣지 못한 가족…그리고 남겨진 것들

요양원의 대답을 듣기 위해 찾아갔지만 아무런 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어렵게 요양원장 김 씨와 전화 통화를 했지만, 그는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고, 문자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해명할 기회를 줬지만, 웬일인지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가장 분개하는 건 피해자의 가족이었습니다. 사건이 이렇게 되도록 그는 아무것도 전달받지 못했습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가 아프면 아프다고, 맞으면 맞았다고 말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가족들은 눈물 지었습니다. 피해 사실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그는 현재 합의 무효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치매노인 폭행 요양원 은폐

이제 요양원을 관리, 감독하는 관할구청이 나설 차례입니다. 노인복지법에 따라 요양원의 장과 종사자는 학대 피해를 인지한 즉시 수사기관 등에 신고하도록 되어있고, 이를 지키지 않을 시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됩니다. 관할구청인 금정구청은 조만간 노인보호전문기관과 사례조사위원회를 열고 요양원에 대한 최종 처분을 내릴 예정입니다.

요양보호사는 보행보조기에 의지해 저항할 힘조차 없는 치매 노인을 폭행했고, 요양원은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채 폭행 사실을 은폐하려 했습니다. 사건이 만천하에 드러난 이후에도 거짓말로 일관했습니다. 최초 폭행사건을 인지한 뒤 요양원 측이 제대로 대처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요양시설 내 학대 행위가 발생했을 경우, 신고 의무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숨기거나 은폐, 축소할 경우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초고령화 시대 요양시설 내 입소자 또는 환자는 더욱 급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요양시설의 관리 감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내가 미래에 저곳에 갈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지금부터라도 학대 행위 전반에 대한 신고 시스템 및 대응 매뉴얼을 다시 손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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