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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선 속 L-SAM과 사드 논란…어떻게 읽어야 하나

이번 대선의 주요 후보들이 안보 문제를 이야기할 때마다 무기를 하나씩 꺼내 들고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현재 개발 중인 국산 장거리요격체계 L-SAM을, 윤석열 후보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를, 안철수 후보는 역시 개발 중인 한국형 아이언돔이 최고인 것처럼 칭찬합니다. '대선 요격체계 3강전'의 모양새인데 청와대도 끼어들어 이례적으로 L-SAM과 한국형 아이언돔의 시험발사 성공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누구 말이 맞는지, 어떤 무기가 더 좋은 것인지 유권자들은 헷갈립니다. 사실 어렵지 않습니다. 다 좋은 방어 무기들입니다. L-SAM은 국산이라서 싸게 많이 만들어 전력화하면 좋습니다. 세계 최고 성능의 사드는 중국 반발이 걱정돼서 그렇지, 추가 배치되면 미사일 방어력이 대폭 향상됩니다. 한국형 아이언돔도 낮고 느리게 날아오는 로켓탄 요격에 적합하니 꼭 개발해야 합니다.

북한의 공격 미사일 전력이 기형적으로 막강해서 우리에게 요격체계는 다다익선입니다. 국산이든 외제든 설치 지역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고 돈 많이 드는 단점이 있지만 주민들 설득 잘하고 돈 많이 모아서 고고도·중고도·저고도 요격체계를 두루 갖춰야 합니다.

각 대선 캠프의 안보 전문가들도 이를 잘 알 터. 후보들이 더 이상 특정 요격체계만 응원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뒤에서 적절하게 조언해야 합니다. 국방과학자와 군인들은 수십 년 그러했듯 정치에 눈 돌리지 말고 묵묵하게 요격 및 공격 능력 강화의 길을 걸어야 할 것입니다.

경북 성주에 배치된 주한미군의 사드 발사대

사드는 수도권 방어 못하나?


며칠 전 비공식적 자리에서 한 고위 장성은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한 의견을 군인에게 묻는다면 그것은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칼 하나 더 준다는데 마다할 군인은 없다", "군인들은 사드 추가 배치에 당연히 찬성한다"고 말했습니다.

경북 성주 소성리에 있는 사드 1개 포대로는 수도권 방어가 어렵기 때문에 좀 더 북쪽에 1개 포대를 추가 배치하면 천군만마입니다. 사드가 적정 위치에 배치되면 수도권을 향해 날아오는 북한 미사일을 종말단계 중 고고도에서 요격할 수 있습니다. 미군이 추가 배치할 명시적 계획이 없고 중국과 배치 지역 주민의 반발이 우려되지만 1~2개 포대 증강은 곧 안보 강화입니다.

사드 배치를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MD 편입과 연결시키는 주장도 있는데 오히려 이번 정부 초기 국방부가 국산 중거리요격체계 천궁-Ⅱ의 양산을 막으면서 도입을 적극 추진했던 함정용 요격체계 SM-3가 MD와 더 가깝습니다. 게다가 SM-3는 요격고도가 사드 보다 위쪽인 중간 단계여서 종심이 짧은 한반도 전구 상황에 어울리지 않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국방부가 오늘(28일)공개한 국산 L-SAM 시험발사 장면

L-SAM은 2~3년 내 전력화되나?


국산 L-SAM은 사드 요격 범위 아래로 날아오는 북한 미사일을 떨어뜨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사드 미사일보다 훨씬 싼 값에 요격 미사일을 넉넉히 확보해 양껏 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선 후보와 정치인들이 L-SAM의 체계개발, 양산, 전력화를 구분하지 못하는 바람에 L-SAM이 대선판 소용돌이에 휩쓸린 모양새입니다. 국산 L-SAM이 2~3년 내 전력화 또는 실전배치된다는 말들을 하는데 사실과 다릅니다.

빠르면 2~3년 후 개발 완료가 맞는 말입니다. 이후에 양산을 하느냐 마느냐, 그리고 얼마나 양산하느냐 의사결정에 한참 시간이 걸립니다. 양산이 결정되면 제작하는 데 1~2년 소요됩니다. 양산 후 부대에 배치된 다음 전력화하는 데도 1년 정도 필요합니다.

즉 현재 개발 중인 L-SAM은 다음 정부에서 전력화되기도 쉽지 않습니다. UAE 4조 수출 계약에 빛나는 천궁-Ⅱ 즉 M-SAM은 개발에 성공하고 양산을 앞둔 2017년 11월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과 청와대 인사들이 방해하는 바람에 양산이 무산될 뻔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온갖 비판 감수하며 국방부와 청와대를 말려서 겨우 천궁-Ⅱ를 양산했습니다. L-SAM도 앞으로 여러 과정에서 원샷 원킬의 완벽한 성공을 거둬야 차차기 정부에서나 전력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오늘(28일) 국방부가 처음 공개한 국산 L-SAM 비행시험 발사 장면

그리고 어제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L-SAM 등의 시험발사 성공 소식을 전했는데 샴페인을 빨리 터뜨린 감이 없지 않습니다. 박 수석이 말하는 L-SAM 시험발사는 초보적인 비행 시험을 뜻합니다. 요격 미사일은 공격 미사일과 달리 여러 차례 비행 시험을 통과한 뒤 고난도의 요격 시험을 거쳐야 합니다. 요격 시험은 음속 몇 배의 속도로 낙하하는 모사 탄두를 정확하게 때리는 절차로, 여러 번 시도해서 80% 이상 성공해야 전투적합 판정을 받습니다. L-SAM의 성공 여부는 그때 갈립니다. 정치적으로 이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일찍 보낸 박수는 국방과학자들에게 부담입니다.

수도권 방어엔 한국형 아이언돔?


한국형 아이언돔은 수도권을 향하는 북한의 방사포, 자주포 등 장사정포의 공격을 막는 데 좋습니다. 북한은 휴전선 일대에 장사정포 1천여 문을 배치하고 있다니 한국형 아이언돔의 개발은 안보의 필수적 과업입니다.

하지만 수도권을 공격할 북한 무기는 장사정포에 그치지 않습니다. 북한은 서울을 때릴 수 있는 단거리, 준중거리 미사일을 대거 보유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신형 단거리, 준중거리 미사일은 전술핵 수준의 위력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 등 수도권 방어를 위해 사드, L-SAM, 천궁-Ⅱ, 패트리엇, 한국형 아이언돔 등 중층 방어 풀옵션이 가동돼야 합니다. 여건이 안돼서 순차적으로 확보하는 것입니다.

국방과학자와 군인들은 사드, L-SAM, 천궁-Ⅱ, 패트리엇, 한국형 아이언돔 등이 모두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선제타격을 위한 공격 미사일의 중요성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무슨 소리를 하든 개의치 말고 지금까지 하던 대로 저 멀리 보고 열심히 개발하고 준비하면 됩니다.

박수현 수석은 어제 "문재인 대통령의 역사적 업적이 될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로 고위력탄도미사일과 초음속순항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고도 했습니다. 미사일 지침 종료됐다고, 없던 미사일이 갑자기 나타났을 리 만무합니다. 고위력탄도미사일과 초음속순항미사일은 우리 국방과학자들과 군인들이 지침 종료를 상정해 오래전부터 개발하던 무기입니다. 화려한 꽃다발은 앞에서 정치인들이 차지하더라도, 뒤에는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국산무기 개발에 전념하는 국방과학자와 군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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