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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차세대 에너지원 '불타는 얼음', 온난화 당기는 다이너마이트인가

'불타는 얼음' 이상한 문법이지만, 실제 불에 타는 얼음이 있다. 이 문법의 주인공은 메탄하이드레이트이다. 이름부터 생소한 이 물질은 물 대신 메탄가스가 가득 차 있는 얼음 덩어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해초나 플랑크톤 등 바닷속 생물들이 죽어 가라앉으면 이 유기물들을 포함한 퇴적층이 형성된다. 이 퇴적물이 분해되면 가스가 발생하는데, 수심이 깊은 곳처럼 높은 압력과 낮은 온도 하에선 물과 만나 얼어버린다. 정확히는 가스가 얼음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얼어버린 물 분자의 빈 공간 속으로 메탄가스가 들어가 있는 형태를 메탄하이드레이트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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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탄하이드레이트는 고압에서 압축되며 형성되기 때문에 1㎥ 안에 약 170㎥의 메탄 가스가 들어있다. 또 연소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석유나 석탄의 20%정도로 적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용량도 충분하다. 지구상에 수십억 톤에 달하는 탄소가 이 메탄하이드레이트로 저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류가 앞으로 50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산화탄소를 내뿜어 완벽한 친환경 에너지원은 아니지만 기존의 탄소 에너지원보다는 유용해 보이는 이 얼음 덩어리. 과연 지구상에 존재하는 이 얼음덩어리는 우리에게 선물일까?

빙하기 누가 끝냈나


과거 2300만 년 전쯤인 신생대 제 3기로 돌아가보자. 올리고세와 마이오세의 경계인 이 시점에 빙하기가 절정을 이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 빙하기는 짧은 기간 내 사라져버렸다. 그 동안은 기후변화로 인한 원인이라 추정만 했을 뿐 정확히는 알지 못했는데, 최근 해외 연구팀이 당시 빙하기의 빠른 쇠퇴에 대한 해답을 내놨다. 당시 해저층에 자리 잡고 있던 수많은 메탄하이드레이트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메탄하이드레이트는 앞서 설명한 대로 해저의 고압 그리고 저온의 환경에서 생성된다. 그런데 빙하기엔 해수면이 최대 50m 정도 낮아지면서 해저에서 받는 수압이 낮아져 메탄하이드레이트가 해리*됐다는 것이다. 메탄하이드레이트 생성 조건에 적합한 곳에서 메탄하이드레이트는 안정적으로 존재하는데, 이런 곳을 안정영역이라고 한다. 당시 이 안정영역은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5~24m 정도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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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녹색 부분이 메탄하이드레이트 안정영역, 오른쪽 그림을 보면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녹색이 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메탄하이드레이트가 해리되면서 메탄이 방출됐다. 일부 메탄은 대기로 방출돼 온실효과를 기여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해양을 빠르게 산성화시켰다. 거대한 탄소 저장고인 해양의 산성도가 높아지자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더 이상 녹아 들어갈 곳을 잃었다. 갈 곳을 잃은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그대로 축적됐고 농도는 상승하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당시 이산화탄소의 축적으로 농도가 평균 38ppm, 최대 45ppm까지 증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온난화가 가속된 현재도 한해 2ppm씩 증가하는 것을 견주어 보면 당시 증가한 농도가 얼마나 큰 수치인 지 알 수 있다. 결국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증하면서 온실효과가 강해졌고 빙하기는 빠르게 막을 내렸다.
해리* : 화합물이 분자 또는 원자 상태로 분해되는 것.

온난화 당기는 다이너마이트


2300만 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과도 닿아 있는 부분이 분명 있다. 이 말이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도 있다. 왜냐면 현재는 당시 빙하기와는 정반대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산업 활동으로 인해 배출된 온실 가스가 온난화를 가속했고, 기온과 해수면 모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해수면 상승효과로 해저에서는 수압이 상승했을 것이고 앞선 빙하기처럼 메탄하이드레이트가 해리돼 나올 가능성이 더 줄어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증가한 수압은 분명 메탄하이드레이트의 해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수온이 문제다. 해수면 상승폭보다 수온은 더 빠르게 변한다. 커피 믹스에 뜨거운 물을 부어 녹이듯 고체인 메탄하이드레이트 역시 따뜻한 물에 더 잘 녹는다. 온난화로 수온이 점차 상승하면 해저에 잠들어 있던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녹을 것이고 충분히 과거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온난화는 이처럼 온난화를 가중시킬 수 있는 요소들을 안고 있다. 흔히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이라는 이 요소 중엔 해저가 아닌 영구 동토층에 갇혀 있는 탄소들도 있다. 기온 상승이 어떤 순간에 도달하면 이런 양의 되먹임 요소들까지 더해져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상승할 수 있는 이유다. 그 시점이 언제인지, 아니면 얼마나 남았는지 우린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더욱 기후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워 대응해야 한다.

메탄하이드레이트, 연료로 사용하면 일석이조?


그럼 메탄하이드레이트를 연료로 사용하면 어떨까? 연료 효율도 높고 이산화탄소도 적게 나와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일단 메탄하이드레이트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곳에 매장량이 집중된 석유와 달리 전 세계 곳곳에 고체 형태로 퍼져있기 때문이다. 한 번 시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양이 기존 연료 대비 한정적이다보니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또 고체 형태의 메탄하이드레이트를 꺼냈을 때 해저 지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아직 밝혀진 게 거의 없다. 시추시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80배 강한 온실가스인 메탄의 유출이 없을지도 의문이다. 분명 석유와 석탄보다는 나은 연료지만, 불완전 연소 시 여전히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점도 고민할 부분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이 다이너마이트 같은 물질을 연료로 사용하든, 지구온난화를 막든 우리에게 남은 과제가 결코 쉬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참고문헌>
Bumsoo Kim   and Yi Ge Zhang, "Methane hydrate dissociation across the Oligocene–Miocene boundary", nature geoscience(2022), doi.org/10.1038/s41561-022-008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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