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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페셜리스트] "35세 이상 · 아마추어만 나오세요"

많이 들어보신 곡이죠?

서정적이 멜로디로 사랑받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의 연주인데요.

그는 처음부터 프로 음악가는 아니었습니다.

응용물리학을 전공하고 아마추어 연주자로 활동하다가 35살에 첫 음반을 내고 정식 데뷔했습니다.

세계적인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도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다 뒤늦게 프로 성악가로 전업했는데요.

그렇다면 프로와 아마추어, 과연 그 경계는 어디일까요?

지난해가 쇼팽 콩쿠르의 해였다면 올해는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해입니다.

미국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을 기념해 미 텍사스에서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콩쿠르인데요.

2017년 선우예권 우승, 2009년 손열음 준우승으로 한국인 음악가들과도 인연이 깊죠.

그런데 이 재단이 주최하는 또 다른 반 클라이번 콩쿠르가 10월에 열립니다.

바로 아마추어 콩쿠르입니다.

일주일간 총 3라운드로 진행하고 최종 결선은 프로 콩쿠르처럼 오케스트라와 협연해 우승자를 가립니다.

음악이 본업이 아닌 사람만 참가할 수 있는데 눈에 띄는 조건이 또 하나 있습니다.

나이가 35살 이상이어야 합니다.

[자크 마르키스/반 클라이번 재단 대표: 35살 쯤이면 직업인으로서 경력을 갖게 되는 나이죠. 또 17살 때(어릴 때) 피아노를 공부하던 시절과는 거리를 두고 삶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되고요.]

올해 예심을 거친 참가자는 한국인 3명을 포함해 19개국 총 48명으로 최고령은 무려 72살입니다.

매일 퇴근하면 동네 피아노 학원에서 연습에 몰두하는 이 사람, 한국인 참가자 3명 가운데 1명입니다.

중학교 때 피아노를 그만뒀다가 8년 전 다시 배우기 시작했는데 콩쿠르 결선 진출을 목표로 모차르트 협주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단하죠?

[정연욱(53살)/반 클라이번 아마추어 콩쿠르 참가자 : 좋은 오케스트라랑 협연하는 기회를 갖기 위한 것이 크긴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연주를 하게 되는 것, 그것이 목표이고요.]

프로와 아마추어는 직업이냐, 아니냐로 구분합니다.

그런데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 할 때처럼 아마추어는 서투르다, 실력이 없다는 부정적인 뜻으로 종종 쓰입니다.

하지만 아마추어라는 말의 원뜻은 그게 아니죠.

아마추어의 어원은 라틴어 아마레,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릴 때 그만뒀던 악기를 다시 시작하면서 좋아서 하는 아마추어 대열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지만 아마추어 음악의 세계는 갈수록 풍성해지고 있습니다.

요즘 연습실과 작은 무대를 갖춘 성인 전문 음악학원이 특히 인기인데요.

정해진 진도대로가 아니라 치고 싶은 곡, 좋아하는 곡을 배웁니다.

[이남경/회사원 : 피아노는 내 삶의 도피처다! 야근하다가 너무 못 견디겠다 이러면 여기 와서 딱 한 시간 치고 다시 회사 가요.]

전국에 250개 이상의 사회인 오케스트라가 활동하고 있고 아마추어들이 서는 무대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순수하게 좋아서 하는 아마추어의 열정은 실력과는 별개로 프로들도 부러워하는 미덕이죠.

열정 있는 아마추어들이 음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균종·김태훈, 영상편집 : 박춘배, CG : 강경림·이종정, VJ : 오세관, 장소제공 : 소전서림, 화면출처 : The Cliburn·크레디아·워너클래식·소아베로·경기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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