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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한 달, 산업 현장 안전해졌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한 달, 산업 현장 안전해졌나?

제희원 기자

작성 2022.02.25 19:55 수정 2022.02.26 01:2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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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산업 현장에서 사망 사고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까지 형사 처벌할 수 있게 한 중대재해처벌법이 내일(26일)이면 시행 한 달을 맞습니다. 저희가 그동안 산업 현장이 얼마나 안전해졌는지, 사각지대는 없는지 점검해봤습니다.

제희원 기자, 법이 시행되면서 기업들이 1호 처벌만은 피하자, 이런 분위기로 몸을 사렸는데 그랬는데도 산업재해가 잇따랐고 벌써 수사 대상에 오른 곳도 한두 곳이 아니죠. 

<기자>

네, 첫 사망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사흘 만에 발생했습니다.

이쪽을 함께 보시면 경기도 양주 채석장에서 토사가 무너지면서 작업자 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양주 사고를 시작으로 판교 신축 공사 현장에서 2명, 여천 공장에서 4명 등 한 달간 모두 11명의 노동자가 산업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경남 창원에서는 직원 16명이 독성 물질에 무더기로 중독되는 일도 있었는데요.

이 사고는 직업성 질병이 중대재해로 인정된 첫 사례가 됐습니다.

법 시행 이후 한 달간 발생한 중대재해는 모두 6건.

닷새에 한 번꼴로 사고가 난 셈입니다. 

<앵커>

중대재해가 발생한 곳이 적지 않은데, 그래도 법이 시행되면서 현장에서 예전과는 좀 달라진 점이 있지 않을까요? 

<기자>

네, 회사마다 안전을 강조하고 있는 건 분명히 달라진 분위기입니다.

문제는 단지 분위기가 아니라 그에 걸맞는 안전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느냐인데요, 지금 현장으로 가보시죠.

오늘(25일) 오전 촬영된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 작업 현장입니다.

용접작업으로 불꽃과 함께 짙은 연기가 쉼 없이 뿜어져 나옵니다.

작업장 전체가 삽시간에 연기로 가득 찹니다.

질식사고 방지를 위해 배기 설비를 반드시 설치해야 하지만, 10m나 떨어진 작업장 입구 쪽에 형식적으로 1대 달아놓은 게 전부라고 노조 측은 주장합니다.

[유최안/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 여기서 일하면 숨이 턱턱 막히는데 어떻게 하냐…. 작년에도 일하다가 환기가 안 돼서 한 분이 돌아가셨는데. (회사에서는) '원청에서 해주는 게 없으면 우리도 어쩔 수가 없다.'고….]

지난 12일 현대중공업 미포조선소.

옷에 불이 붙은 노동자에게 동료들이 소화기를 대지만 작동하지 않습니다.

다른 소화기를 들고 온 뒤에야 간신히 불길이 잡힙니다.

단지 예외적인 상황에 불과한 걸까?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법 적용 사흘 전에 50대 노동자 1명이 숨졌습니다.

그런데 사고 바로 다음 날, 20m 상공 타워크레인 난간을 따라 작업자가 아슬아슬하게 걸어갑니다.

노조 측은 안전줄을 걸었다고 해도 난간 밖으로 나가는 건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사람이 탈 수 없는 화물용 고공 크레인에 작업자가 타고 있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고용이 불안한 하청 노동자들은 위험한 작업을 거부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정동석/현대중공업 하청노조지회장 : 누가 감히 거기에 맞서서 위험한 작업을 거부하려고 하겠습니까. 위험한 작업인 줄 뻔히 알면서도 그 작업장에 내몰려서 다치거나 아니면 죽고.]

대우조선해양 측은 작업장 배기 불량은 노조 측에서 알려줬더라면 즉시 해결됐을 문제이지만, 접수된 게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현대중공업도 크레인 위 작업의 경우, 안전벨트를 연결하고 진행해 문제 될 게 없으며 소화기 미작동은 재발 방지를 위해 점검을 강화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제 기자, 현장이 이렇게 여전히 위험한데 사실 그동안 언론도 그렇고 중대재해 하면 사망 사고에 주목을 해왔지만,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이 크고 작은 부상 사고가 많고 중대재해에도 포함이 되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법적으로 6개월 이상 치료해야 하는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직업성 질병자가 1년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도 중대재해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이런 부상은 사망 사고와 달리 은폐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한 노동자를 만나봤습니다.

조선소 등에서 10년간 청소노동자로 일한 김영희 씨.

1년 전 선박 내부를 청소하다 미끄러져 왼쪽 어깨뼈가 부러졌습니다.

뼈와 인대, 근육까지 파열된 중상이었지만 회사 지정 병원에서는 '이상 없다'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김영희/전직 청소노동자 : (지정병원에서는) 그냥 아무 이상 없다고. 다른 병원 갔는데 거기서는 엑스레이만 찍어도 뼈가 골절되고 인대 파열, 근육 파열 다 됐다 하면서 급하게 수술해야 된다고.]

산업재해로 인정받기까지는 석 달 넘게 걸렸습니다.

[김영희/전직 청소노동자 : 하루하루 벌어서 먹는 사람이고, 또 가서 일을 해야 되는데 (산재 승인을) 안 해주고…. 저는 뭐 어디다 하소연할 데도 없는 거예요.]

김 씨는 혼자 다친 경우지만, 산업 현장에서 같은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해야 하는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재해로 분류됩니다.

그런데 부상 사고는 중대재해 대상이 된다 해도 회사 측 회유나 압박에 묻히기 쉽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권동희/노무사 : 엄청나게 많은 사고가 법적인 테두리로 못 올라와 있는 거죠. 사업주의 압박이라든지 공상 회유 같은 문제들 때문에 실제 산재로 편입되기에는 굉장히 어렵죠.]

우리나라 산업 재해를 유럽과 비교해 보면 유독 사망자는 많고, 부상자는 적습니다. 

전문가들은 부상이 적어서가 아니라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아서라고 지적합니다.

<앵커>

제 기자, 끝으로 산업 현장 안전 문제, 우리가 더 살펴봐야 할 점이 있을까요?

<기자>

보이지 않는 고통, 바로 트라우마입니다.

동료가 죽거나 다치는 걸 바로 옆에서 본 노동자들은 일터에 설 수 없을 만큼 심한 고통에 시달리게 되는데요.

피해자를 만나봤습니다. 

5년 전, 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친 삼성 크레인 사고.

당시 눈앞에서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김영환 씨는, 지금도 수면제와 항우울제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생계 때문에 일터로 돌아왔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비난에 시달렸습니다.

[김영환/삼성 크레인 사고 목격자 : 왜 그런 거 하나 극복을 하지 못해서 아직까지 그러고 있느냐, 그런 얘기 많이 들었고.]

결국 직장을 그만둬야 했습니다.

괴로운 기억은 가정생활까지 엉망으로 만들었습니다.

어린 아들에게 화를 참지 못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김영환/삼성 크레인 사고 목격자 : 다친 것도 아니고 어디 부러진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니고… 오히려 사망자들한테만 신경을 쓰니까요. 나중에는 그게 많이 부럽더라고요, 제 입장에서는.]

김 씨처럼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로 산재를 신청한 사람은 5년 전보다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은주/마창거제산재추방연대 활동가 : 같이 일했던 동료가 죽어간 자리에서 다시 그 자리에 가서 일을 해야 되고. 사회적으로 트라우마를 인정받지 못하는 과정이 결국은 또 증상을 악화시키는….]

내년이면 치료 지원도 끝납니다.

[김영환/삼성 크레인 사고 목격자 : 저는 아직 아프거든요. 아픈 사람한테 계속 그만하라 하면 저는 뭐 어디서 어떻게 치료를 받고 해야 될지도 모르겠어요.]

(영상취재 : 김원배, 영상편집 : 김경연·전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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